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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고용 통계 착시(錯視)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3월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자 정부가 반색하는 모습이다. 수출이 지난해 11월부터 다섯 달째 늘고 생산·투자가 동반 회복되는 상황에서 취업자도 불어나서다. 기획재정부는 4월 11일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을 담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1년 만에 “긍정적인 회복 신호”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은행은 13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1월 당초 2.8%에서 2.5%로 낮췄던 전망치를 2.6%로 재조정한 것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드디어 고용시장에도 봄바람이 부는가? 그런 기대를 갖기에는 그늘이 너무 짙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취업자 수는 2626만7000명. 1년 전 같은 달보다 46만6000명 증가했다.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관건은 취업자가 어디서 어떻게 늘었느냐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8만3000명 줄며 9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제도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 상황은 여전히 빙하기다. 제조업 쇠락은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 취업자가 감소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취업자 증가는 미래가 불안정한 자영업자(12만7000명)와 일용직 비중이 큰 건설업(16만4000명), 도소매업(11만6000명)이 주도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불어나는 자영업자는 올 들어 매달 10만 명 이상으로 증가폭이 더 커졌다.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떨려난 실직자들이 생계형 자영업으로 몰려들지만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실업자로 내몰릴지 모른다.

600만 명에 육박하는 자영업자는 이미 ‘3고(高=고밀도·고연령·고부채)’ 함정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520조원으로 1년 새 57조원(12%) 불어났다. 대출 원리금에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면 힘들게 장사해도 남는 게 별로 없다. 특히 과거 40~50대 중장년 여성이 주도했던 요식업에 요즘은 퇴직한 5060 베이비붐 세대와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점포보다 많은 나라 대한민국, 오죽하면 기승전결에 빗대어 ‘기승전치킨집’이란 말이 나돌까.

공무원시험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공시족도 어두운 고용시장의 이면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족은 25만7000명으로 2011년(18만5000명) 대비 40% 증가했다. 4월 8일 치른 9급 공무원시험에 역대 최다인 25만 명이 응시했다. 낙방생 24만5000명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거나 알바 유무에 따라 취업자로 잡힌다. 단순히 취업자 수 증가만으로 섣불리 고용시장의 봄을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고용 통계 곳곳에 드리워진 착시(錯視)현상을 걷어내야 한다.

건설 일용직과 자영업자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다시 실업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불안한 위치다. 대선 후보들은 공약으로 ‘○○만 개 일자리 창출’ 등 숫자만 내세우지 말고 보다 안정적인 고용정책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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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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