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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김동연의 킹핀 제거론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제저널리즘 박사)
문재인 정부의 경제 투 톱,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백팩(backpack·배낭)을 메고 출근한다. 서류가방을 들거나 그나마 수행원에게 맡겼던 과거 정부 경제수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젊고 활동적으로 일하는 이미지를 주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격식파괴 행보와도 통한다.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는 볼링 용어인 킹핀(kingpin)을 활용한 정부 정책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킹핀이란 볼링공이 향하는 목표 지점에 놓인 10개 핀 가운데 세 번째 줄 중앙에 위치한 5번 핀을 말한다. 공을 굴려 핀을 모두 넘어뜨리는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맨 앞 1번 핀이 아닌, 앞자리 핀들에 가려진 5번 핀을 맞혀 다른 핀들이 연쇄적으로 넘어지게 해야 한다. 5월 초 이를 주제로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를 펴냈다.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킹핀 제거론’을 역설했다.

김 후보자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10개의 볼링핀에 빗대 설명한다. 1번 핀은 저성장, 2번 핀은 청년실업, 3번 핀은 저출산으로 명명했다. 1번 핀을 겨냥해 공을 굴리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고 스페어 핀들이 남는다. 그동안 저성장만 해결하면 다른 문제들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며 정책을 운용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음이다. 다시 말해 2번 핀 청년실업, 3번 핀 저출산 문제까지 일거에 해결하려면 5번 킹핀을 목표로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지목한 킹핀은 사회보상 체계와 거버넌스 개선, 즉 계층 이동의 사다리 복원이다. 사회보상 체계란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그동안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하면 많은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다들 여기 들어가려고 경쟁하느라 대학입시와 취업 전쟁이 벌어졌다.

사회가 이런 길로 가는데 보상을 해주는 게 옳으냐고 김 후보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승자독식과 기득권 카르텔 구조를 부수고, 보상체계를 흐트러뜨려 재구성해야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사결정 구조인 거버넌스도 소수 엘리트가 과점하지 않게 하고 말이다.

이런 김 후보자의 철학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J노믹스’의 기조인 사람 중심 일자리, 소득 주도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보상 체계와 거버넌스 개선을 정부정책의 킹핀, 핵심 목표로 지목한 그가 경제 컨트롤 타워에 앉으면 적잖은 변화가 있으리라. 그래서 기업 이익을 좀 더 근로자나 소액주주에 돌아가게 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없애고, 실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인정받으며 활동하게 하고, 가진 자들이 좀 더 부담하는 가운데 국민 복지를 늘리는 등 정책으로 경제사회 구조를 변화시켜 다른 문제들까지 해결해낼 수 있을까.

볼링은 투포환처럼 젖 먹던 힘까지 내 멀리 던져야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묵직한 공의 스핀을 적절히 조절하는 기술과 목표물에 정확히 공을 굴려 닿도록 하는 유연한 몸동작과 스피드를 갖춰야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다. 경제는 선의나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적 동기가 부여돼야 움직이며, 그 활동이 지속 가능해진다. 백팩 속 아이디어를 이해관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정부정책으로서 실질적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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