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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자동차 시장 ‘메이드 인 차이나’ 대약진 

 

김재현 칼럼니스트
중국 토종브랜드 점유율 올해 45% 이를 전망... 미·일·독과 중국 사이에 낀 현대차 고전

▎2015년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토종브랜드 ‘창청기차’는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SUV 전략 차종을 출품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803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이후 8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중국 자동차업계는 황금기를 누렸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2008년 936만대에 불과하던 자동차 판매량은 그동안 3배 넘게 늘었고 올해는 3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 수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올해 열린 한 포럼에서 동양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50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4000만 대는 내수로 소화하고 나머지 1000만 대는 해외시장으로 수출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중국 내수 4000만 대보다는 해외수출 1000만 대가 훨씬 어렵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규모는 81만 대에 불과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많은 과실을 얻었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올해 하반기 충칭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의 중국 현지 생산능력은 165만 대로 증가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합작 생산법인을 만든 중국 기업도 괄목상대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반드시 현지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도록 규정했다. 외국 기업의 최대 지분도 50%로 제한되어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그룹,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업체는 몸집을 키워왔고 토종브랜드 육성에도 성공했다.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합작파트너다.

중국 자동차산업은 중국 경제의 성장을 책임지는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외식업(4.8%), 석유제품(2.5%), 식품(2%)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구입비용이 전체 민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2%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전 세계 평균에 못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체 자동차 보유대수는 1억9400만 대에 달했지만,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겨우 140대를 넘었다. 미국의 약 800대, 일본의 약 600대, 한국의 약 400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향후 중국의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에는 대략 세 가지 예측이 있다. 첫째,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전 세계 평균을 소폭 상회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추측이다. 약 200대를 뜻한다. 둘째는 유럽과 일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약 500대다. 셋째는 두 가지 예측을 절충해서 300대로 예상하는 추측이다. 중국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를 300대로 예측할 경우에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약 4억 대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불어 온 변화의 바람


2009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 자동차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한 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로컬업체의 토종 브랜드 판매량 증가다. 중국 토종브랜드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14년 38%에서 올해 4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점유율 증가에는 중국 자동차 기업의 적절한 경영전략과 중국 정부의 지원책이 영향을 미쳤다.

우선, 중국 자동차 기업은 최근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SUV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중국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중서부 지역의 판매가 증가하자 2012년부터 중저가 SUV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특히 교체 수요로 인한 차량 구매자는 50% 이상이 SUV를 선택했다. 중국 토종브랜드 SUV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44.8%에서 올해 1분기 61.3%로 상승했다. 거기다가 중국 정부가 2015년 10월부터 배기량 1.6L 이하 승용차를 대상으로 10%인 취득세를 5%로 감면하면서 중국 토종업체들의 자동차 판매가 큰 폭 증가했다. 중국에서 배기량 1.6L 이하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두 번째 변화는 고급차의 판매 증가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 210만 대가 판매됐으며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16.4% 늘었다. 하지만, 고급차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8.6%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를 참고한다면 중국도 약 15%까지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브랜드별로는 BBA(벤츠, BMW, 아우디)가 각각 23%, 25%, 28%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우디는 중국 정부 관용차로 사용됐기 때문에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최근 벤츠의 추격 속도가 빨라졌다. 벤츠는 3개 브랜드 중 할인 폭도 가장 낮다. 알짜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위에서 언급한 중국 자동차 시장 변화의 혜택을 크게 보지 못했다. 베이징현대는 창저우에 4공장, 충칭에 5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능력을 165만 대로 확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시장 하단에 위치한 토종 브랜드와 상단에 위치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안 중간에 끼인 현대차는 점유율이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는 사드 문제로 인한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현대차의 SUV인 ix35(한국명 투싼ix)가 24만8636대 팔리면서 SUV 판매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만5860대 판매에 그치면서 13위로 미끄러졌다. 올해 1분기 현대차 중국 시장 점유율은 3.6%로 하락했다.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

문제는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13년 6.8%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반면 중국 토종브랜드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져가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토종브랜드 승용차가 내구성 등 품질 측면에서도 시장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폴크스바겐, 도요타보다 브랜드 가치가 낮다. 가장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였던 현대차 엘란트라(구형 아반떼), 기아차 세라토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 역시 높은 가격 경쟁력과 세련된 디자인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국 토종브랜드가 치고 올라오면서 현대차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렸다. 현대차가 중국 전략형 SUV인 신형 ix35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중저가 소형 SUV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토종브랜드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창청자동차의 H7L, 창안자동차의 CS95 등이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중형 SUV시장에서도 토종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구도는 이미 바뀌고 있다. 밑에서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 토종브랜드와 현대차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일본·독일 자동차 기업에 맞서 현대차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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