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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의 야심 드러낸 일대일로(一帶一路) 포럼 

 

김재현 칼럼니스트
130여 개국 대표단 불러 136조원 투자 계획 발표 … 한국 정부 일대일로·AIIB 적극 활용해야

▎5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폐막됐다. 이 포럼은 올해 시진핑 주석과 중국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한 행사다. 한국도 대선 후 중국 정부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이끄는 대표단이 포럼에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바쁜 일정에도 한국 대표단을 만났고 중국 언론에서도 우리 대표단의 방중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경직된 한·중 관계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9개국 정상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등 130여 개 국가에서 1500여 명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했다. 하지만, 서방국가와 기타 국가의 온도차가 컸다. 서방 국가 중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만 정부 수반이 참석하는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야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국과 일본도 대표단만 파견했다. 포럼의 VIP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차지했다. 기념사진 촬영 때도 이들이 시 주석의 왼쪽에 나란히 자리했다.

일대일로의 함의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는 어떤 함의가 있을까. 먼저 일대일로의 시작 과정을 살펴보자. 일대일로는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에서 ‘실크로드 경제권’, 10월 인도네시아에서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제기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중국은 1년 반에 걸친 치밀한 준비를 걸쳐 일대일로 계획을 구체화했다. 2015년 3월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밝혔고, 곧이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외교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일대일로 건설에 대한 비전과 행동’을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 추진 속도를 가속화했다. 2015년 첫 해외순방지로 파키스탄을 선택한 시 주석은 파키스탄 정부와 46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에 합의하며 51개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중 31개 양해각서는 파키스탄 남서부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를 연결하는 연장 3000㎞의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에 관계된 것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중-파키스탄 경제회랑은 인도가 일대일로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대외정치적인 야심을 담고 있는 정책이다. 지난 1980년대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이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얻지 못했다. 반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중국은 국력에 걸맞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기존 질서의 틀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대외전략을 모색했고 중국의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일대일로다.

일대일로 추진에는 중국의 국내적인 이유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최근 6.5%까지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신규 성장동력을 찾아서 성장률이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선까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일대일로 중 육상실크로드는 중국 서부를 개발하던 ‘서부대개발’을 ‘중국 국경의 서부’를 개발하는 ‘신(新)서부대개발’로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가 일대일로의 주요 대상 국가다. 최근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 금융기관의 자금대출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중국 국비유학생 선발도 크게 늘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일대일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중국 대형국유기업들의 해외진출을 통해서 중국 내 공급과잉 없이 고정자산투자 확대와 성장률 제고가 가능하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관련 자금지원 확대방안이다. 모두 8500억 위안(약 13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일대일로에 신규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자본금 400억 달러의 실크로드 기금에 1000억 위안을 추가 출자하고 중국 금융회사들이 3000억 위안의 위안화 해외펀드를 설립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일대일로 연선(주변)국가의 인프라 건설에 정책금융기관인 중국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2500억 위안과 1300억 위안의 대출지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실크로드 기금이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 대출지원을 위해 설립한 전용 기금임에도 중국국가개발은행의 자금대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유럽·러시아·인도 등 견제 목소리 적지 않아

중국국가개발은행은 일대일로와 관련하여 60여 개 국의 600여 개 프로젝트에 이미 1600억 달러를 대출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KDB산업은행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해외 인프라 사업에 이 많은 돈을 투자한 셈이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 국내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중점 추진되는 국가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인프라 및 경제가 낙후되어 있지만,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들이다. 또한 경제성 및 안정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지정학적 중요도를 고려해서 프로젝트 자금대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국가개발은행의 부실대출비율은 1% 미만으로 양호하지만, 향후 부실대출 규모가 증가할 소지가 상존한다.

일대일로에 대해서 견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럽국가들은 중국의 중앙아시아로의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일대일로에 대해서 가장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일대일로가 자국 주권과 영토 보존의 핵심 이익을 무시한다며 일대일로 포럼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때문이다. CPEC는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와 파키스탄 과다르 항까지 총 연장 3000㎞ 구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로서 도로, 철도 및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 주요 사업이다. 인도는 CPEC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길기트·발티스탄 지역을 통과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이용하면 말라카 해협을 통하지 않고 원유를 수입할 수 있기에 CPEC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프로젝트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말라카해협을 경유해서 중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중국은 유사시 미국이 장악한 말라카 해협이 봉쇄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역시 일대일로에 대해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일대일로로 인해 구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결성했다. 이번 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를 지지하는 한편 EEU와의 연계를 모색했다.

중국이 인프라 투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일대일로와 관계가 깊다. 다가오는 6월 제주에서 제2차 AIIB 연차총회가 개최된다. AIIB 연차 총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제무대 데뷔 무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측에서는 진리췬 AIIB 총재와 재정부장관이 참석하지만, 더 고위급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대일로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 않다. AIIB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85호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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