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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의 조기 총선 승부수 통할까] 리더십 강화로 EU와 협상 불확실성 줄어들 것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U도 영국 조기 총선 바라... 하드 브렉시트 따른 우려 갈수록 수그러들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18일 긴급 성명을 내고 오는 6월 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기 총선 이유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곧 시작되는 상황에서 확실함, 안정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하나로 뭉치고 있는데 의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로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보수당 내 반대파와 야당에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은 지난 3월 29일 EU 탈퇴를 위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공식 발동해 EU에 브렉시트 협상 개시를 정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협상은 오는 5월 후반에 시작돼 2년에 걸쳐 계속될 전망이었다.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권은 국민투표 결과는 존중해 브렉시트 자체를 저지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협상 방향을 놓고서는 메이 총리와 사사건건 부딪혀왔다.

메이의 조기 총선 제안 압도적 표로 의회 통과


▎테리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왼쪽)가 지난해 7월 13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 접견실에서 무릎을 굽힌 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고 있다.
원래 영국의 차기 총선은 2020년 5월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예상 외로 탈퇴 찬성이 결정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영국은 72.2%의 높은 투표율에 51.9%의 찬성으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영국은 가입 43년 만에 EU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전격 사임하고 그해 7월 메이가 새 총리로 취임했다. 그런 메이는 이번 조기 총선으로 압도적인 의석을 얻어 보수당 내에서는 물론 영국 정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이의 집권 보수당은 하원에서 650개의 의석 중에서 절반을 간신히 넘는 330석을 차지하고 있다. 6월 8일의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더 많은 의석을 얻어 의회를 확고하게 장악하면 메이 총리는 야당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신의 구상대로 브렉시트 협상을 비롯한 정국을 이끌 힘을 얻게 된다. 메이는 조기 총선에서 강화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마거릿 대처 총리에 버금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기총선은 그간 허약한 것으로 비쳤던 메이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승부수다.

문제는 조기총선을 위한 법적 절차다. 영국은 지난 2011년 통과된 ‘의회고정임기법’에 따라 하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만 남은 임기에 관계 없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었지만 이 제도의 도입으로 집권당 뿐 아니라 사실상 야당도 찬성해야 의회 해산이 가능하게 됐다. 의원 임기 5년을 보장해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의원내각제 특유의 잦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 따른 정치적 비용을 줄이자는 뜻도 포함됐다. 메이 총리는 표결에 앞서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조기총선이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와 협상을 앞두고 영국 내부의 분열을 막고 의회를 확고한 자기편으로 만들어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의회에서 연설하면서 “보수당이 얻는 모든 표는 영국을 위해 EU와 협상할 때 나를 더 강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메이 총리가 제안한 조기 총선안은 19일 영국 하원에서 찬성 522표, 반대 13표로 통과했다. 조기총선안 통과에 필요한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제안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통과는 기정사실이었지만 이처럼 압도적인 표로 통과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추진력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이의 노림수는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결과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경우 집권 보수당은 절반인 325석은 물론 현재 의석 330석을 훌쩍 뛰어넘는 최대 395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메이가 질서 정연한 브렉시트를 추진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인 덕분에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영국의 EU 탈퇴보다 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더 많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해왔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 승리와 의회 장악, 리더십 강화를 이룰 수 있으면 그런 불확실성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메이가 조기 총선을 들고 나오자 EU 집행부도 브렉시트 협상 개시 시기를 6월 8일 영국 선거가 끝난 뒤로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브렉시트 협상 지침이 4월 29일 EU 정상회의에서 승인되고 5월 9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까지 끝난 다음인 5월 하순께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메이의 총선에 맞춰 시기를 연기했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 대변인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메이 총리가 서로 통화한 다음 브렉시트 협상 개시 시기를 이렇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 총선에 대한 EU 집행부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조기 총선 승리로 메이의 리더십이 강화된다면 EU 탈퇴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 것이기 때문이다.

EU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영국의 조기 총선을 계기로 브렉시트가 철회되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안토니오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은 20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조기 총선을 통해 EU 탈퇴 결정을 취소한다면 환영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총선 이후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 발동을 철회하길 원한다면 절차는 매우 명확하다”며 “영국이 EU 잔류를 바란다면 모두가 환영하고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럴 가능성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대신 타자니 의장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기 전 새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영국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새로 총선을 하고 출범한 정부가 협상을 하는 것이 협상 중간에 정권이 바뀌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은 영국은 물론 EU에서도 여러 모로 환영받고 있는 셈이다.

메이에게 남은 과제들


▎브렉시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국은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성적이 상당히 좋은 우등생이다. 그런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과정은 영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이의 조기 총선 승부수는 비상한 관심을 부른다. 영국 경제는 2015년 추정 국내총생산(GDP)이 2조8490억 달러로 미국(17조9470억 달러), 중국(10조9828억 달러), 일본(4조1232억 달러), 독일(3조3576억 달러) 다음이다. 유럽에선 독일 다음의 2위 국가다. 1인당 GDP는 4만3770달러로 세계 13위다. 인구 5000만 이상인 나라 중에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다. 경제 성장률도 독일이나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글로벌 도시이자 세계적인 금융도시인 수도 런던은 부가 넘친다. 런던은 영국 GDP의 22%를 차지하며 주변을 합친 수도권은 30%에 이른다. 런던을 하나의 국가로 가정하면 경제 규모가 세계 28~29위 정도다. 특히 런던 금융가인 시티가 브렉시트 이후에도 계속 번영을 누리도록 하는 것은 협상의 주요 관건이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이후 15년 새 영국 GDP가 최대 7.5%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는 브렉시트 2년 안에 52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EU 탈퇴로 EU 출신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내줄 염려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타격으로 영국 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영국 조기 총선에 전 세계 이목 쏠려

자본 유출도 심각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금융도시 런던에 유입됐던 전 세계의 투자 자금이 썰물 빠지듯 사라질 수도 있다. 당장 2013년 기준 영국 내 외국인 투자의 46%를 차지하는 EU 국가의 투자부터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각국에 투자된 외국 자본의 28%가 영국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브렉시트로 영국에 대한 여러 가지 회원국 특혜가 사라진다면 이 자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은 투자를 받기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메이의 과제는 브렉시트를 지지한 국민의 표와 시티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기 총선으로 우선 정치적인 힘을 강화해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메이의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브렉시트는 영국에서 일하는 EU 출신 215만 명의 운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영국 정부와 정치인들은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동요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금융 산업을 비롯한 각종 고급 서비스 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특성상 EU 출신 인력의 상당수가 고급 전문직이라는 사실이다. 재미난 것은 브렉시트로 선수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질 경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등에서 뛰고 있는 EU 국가 출신의 선수 330여 명도 영향을 받게 된다. EU 회원국 출신 선수들은 지금까지 내국인 대우를 받으며 영국에서 뛸 수 있었는데 영국이 EU를 떠나면서 그런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자국의 국가대표이면서 A매치 경기의 일정 비율 이상에 출장해야 하는 등 자격 조건이 꽤 까다롭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는 어떤 방식이든 프리미어리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 선수들의 경제적 매력도 줄어들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외국의 유명 선수를 들여와 리그의 수준을 높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국제화의 이점이 사라지면 프리미어리그의 해외 중계료도 어떻게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고스란히 영국의 손실이 될 것이므로 다양한 분야에서 고급 인력 기근을 막는 것이 메이의 과제다.

지난해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를 글로벌화된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로 보는 시각도 강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탈퇴가 영국과 EU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일뿐 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영국은 한국이나 유럽 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와 새롭게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자유무역과 개방경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찰스헤이 주한영국 대사도 “영국은 절대 보호무역이나 고립주의를 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계속 자유무역과 개방경제의 옹호자로 남을 것”이라며 “다만 EU와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한 독자적인 영국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관련 있는 기업이나 영국에서 교육 받은 인재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의 뛰어난 교육 시스템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영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오히려 환율 변화로 상대적으로 낮아진 비용으로 영국 체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뒤띔했다. 아울러 시티를 비롯한 금융산업과 영국이 자랑하는 법률·해운·회계 등 전문 분야의 서비스 산업은 여전히 뛰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는 EU로 인한 시너지보다 영국 자체의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EU 탈퇴는 오히려 EU의 관료주의와 과도한 부담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 영국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오랫동안 인류 역사에서 민주주의·자유무역·시장경제·개방경제 등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영국은 힘이 아닌 토론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산실로 존경받고 있다. 웨스터민스터식 의회 민주주의의 요람이다. 과학과 창의력, 예술과 상상력, 교육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기반산업을 일으켰다. 열린 경제를 바탕으로 글로벌 교역국가로 우뚝 섰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오랫동안 주도했다. 19세기 말 세계화를 이끌면서 오늘날 글로벌화된 지구촌의 기초를 닦았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대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전 세계의 자금을 모아 금융 산업을 새롭게 일궜다. 당시 떠오른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은 한때 전 세계를 풍미했다. 영국은 다종족·다문화·다종교·다신념 민주국가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인재가 몰려들어 실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매력국가의 역할도 해왔다.

그런 영국이 브렉시트를 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 경제나 다문화 민주주의 등 영국이 창조했거나 추구했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갈수록 줄고 있다. 애초의 우려가 이젠 상당히 희석된 느낌이다. 브렉시트로 일부에선 경기 침체, 국가 분열, EU 파행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노력과 메이 총리의 리더십으로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다.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에서도 브렉시트발 불안 심리가 투자 위축과 안전 투자 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그런 유려는 상당히 불식됐다.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선호를 부추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을 뿐이다.

더욱이 6월 조기 총선에서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얻고 메이의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진다면 브렉시트는 비록 방식이 하드 브렉시트로 이뤄지더라도 이로 인한 부작용은 한결 부드러워질 전망이다. 브렉시트 자체는 원래 명암이 존재하는 선택이었다. 명을 늘리고 암을 줄이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임을 영국은 지금까지 보여줬다. 그런 일에 지혜를 발휘하라고 국민의 대표로 뽑아 의회로 보낸 게 아닌가. 메이의 승부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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