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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시총 세계 톱10 오른 텐센트의 성장 비결은? 

 

김재현 칼럼니스트
글로벌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유일한 아시아 기업... 내부 경쟁 시스템과 생태계 조성 전략으로 급성장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 회장.
아시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어디일까. 아쉽게도 삼성전자가 아니다.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인 텐센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월 6일(현지시간) 텐센트 시가총액은 2780억 달러로 글로벌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0위를 차지했다. 1위부터 9위까지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모두 미국기업이다.

2010년 초반부터 중국 인터넷업계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3강 체제가 형성됐다. 하지만 검색엔진인 바이두는 서서히 경쟁에서 탈락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2강 체제가 굳어졌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텐센트에 밀리는 추세다. 이렇게 텐센트의 독주체제가 굳어진 것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덕분이다.

바야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가 아닌가. 특히 중국은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위챗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위챗의 모멘트 기능을 이용해서 사소한 일상이나 뉴스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위챗을 보고 있다. 한국 같으면 페이스북을 볼 사람들도 위챗을 보고 있으니 위챗 사용자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위챗 사용자 수는 2013년 초 2억 명에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8억9000만 명으로 급증했다. SNS, 게임 및 광고사업 호조에 힘입어 텐센트 실적도 좋아졌다. 지난해 텐센트는 매출액 1519억 위안(약 25조2000억원), 순이익은 414억 위안(약 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48%, 42% 증가한 수치다. 텐센트의 순이익이 많긴 하지만, 삼성전자(22조 7261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텐센트(2780억 달러)가 삼성전자(2546억 달러)보다 높다. 텐센트는 실적 성장세가 좋은데다 인터넷업체라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 셈이다.

텐센트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마화텅(46) 텐센트 회장은 1998년 11월 선전에서 선전대학 컴퓨터학과 동기인 장즈동과 함께 텐센트를 창업했다. 당시는 미국에서 AOL이 42억 달러에 넷스케이프를 인수하는 등 인터넷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텐센트의 초기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사업 아이템이 문제였다. 마화텅은 무선호출기(삐삐)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 인터넷으로 무선호출기를 호출한다든지, 무선호출기에서 e메일의 일부 내용을 볼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였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휴대폰 시장이 커지면서 무선호출기 시장 자체가 쇠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가총액 삼성전자보다 앞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텐센트는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인 ICQ에 주목했다. 1998년 AOL은 ICQ를 4억700만 달러에 인수했고 당시 중국에는 이미 3~4개 회사가 중국판 ICQ를 서비스하고 있었다. 텐센트는 후발주자였지만, 단순한 카피가 아닌 작은 혁신을 통해서 자사의 OICQ(Open ICQ)라는 제품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갔다.

우선, 다른 제품들은 사용자 정보와 친구목록을 컴퓨터에 보관했지만, 텐센트는 서버에 저장했다. 미국과는 달리 PC가 없어서 회사나 PC방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중국 네티즌을 고려한 것이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 용량을 크게 줄였다. ICQ 소프트웨어는 용량이 3~5MB에 달했지만, 텐센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약 200KB에 불과했다. 모뎀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던 시절, ICQ를 다운하기 위해서는 수십 분을 기다려야 했지만, OICQ는 5분만에 다운이 가능했다.

텐센트는 개발보다 모방에 치중한다고 해서 중국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항상 모방 과정에서 부분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뤄냈다. 이런 창조적 모방과 소비자 위주의 사고가 텐센트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텐센트의 OICQ는 후발주자였지만, 무섭게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1999년에는 ICQ를 인수한 AOL이 상표권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QQ로 명칭을 바꿨다. 사용자 수가 9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했고 중국 경쟁기업이었던 CICQ, PICQ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런데, QQ 사용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텐센트의 고민이 커졌다. 늘어나는 유지보수 비용과 서버 수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텐센트는 당시 잘 나가던 인터넷기업인 신랑, 소후를 찾아가 투자를 타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야후 차이나, 레노버 등 다른 기업들도 투자를 거절했다. QQ의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희망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한 미국인이 느닷없이 텐센트를 방문한 것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기업인 내스퍼스의 투자 자회사 MIH의 부총재였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는데, PC방 PC마다 QQ가 깔려있고 투자를 위해 만난 창업자들의 명함에도 모두 QQ 아이디가 있자 텐센트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인터넷 플러스’ 제창

내스퍼스는 34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텐센트의 지분 46.5%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마화텅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돈이 없었고 불과 1년 전만 해도 550만 달러로 평가받던 기업 가치가 11배 넘게 올랐다. 이후 지분이 희석되었지만, 지금도 내스퍼스는 텐센트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만도 930억 달러가 넘는다.

텐센트가 폭발 성장을 한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 유명작가 우샤오보가 쓴 [텐센트전]에서는 텐센트의 성공 비결을 7개로 요약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부 경쟁 시스템과 생태계 조성 전략이다. 내부 경쟁 시스템은 텐센트 혁신의 가장 큰 비결이다. 인터넷 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제품은 모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기존의 대형 인터넷기업들은 새로운 흐름를 찾는 데 실패하고 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야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텐센트는 달랐다. 계속해서 QQ시우(아바타), QQ공간(미니홈피) 및 위챗 같은 메가 흥행을 터뜨리며 텐센트의 지속적 상승을 가능케 했다. 이 핵심 제품들은 모두 최고 경영 층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 하부에 있는 일선 개발부서에서 개발이 추진된 제품이다. 또한 제품 개발안이 통과되면 제품 개발은 반드시 제안을 낸 팀이 담당했다. 서로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경쟁할 수 밖에 없다.

다음은 생태계 조성 전략이다. 텐센트가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설립 초기부터 SNS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했기 때문이다. 메신저, 아바타, 미니홈피 그리고 정점을 찍은 위챗이 이를 증명한다. 2013년부터 마화텅은 ‘모든 것을 연결’하고 모든 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제창하기 시작했다. 지금 텐센트는 중국 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텐센트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중국 신경제의 미래도 알 수 없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382호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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