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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첨단의료의 현장] 일본 iPS세포(만능 줄기세포) 이식 실용화 단계 돌입 

 

이규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동북아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세계 최초로 iPS세포로 만든 망막 이식 수술 성공... 의료·과학계 ‘제4의 혁명’ 평가

▎iPS세포 연구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학 교수.
타인의 인공다능성줄기세포(iPS세포)로부터 만든 망막의 조직을 환자에 이식하는 수술이 3월 28일 세계 최초로 일본 고베 중앙시민병원에서 이루어졌다. iPS(induced pluripotent stem)세포는 다 자란 세포를 특정한 자극을 통해 자라기 전 상태로 역분화해 만드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고베시에 있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망막 재생의료 연구개발 프로젝트 리더를 맡고 있는 다카하시 마사요 박사와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 고베 시립의료센터 중앙시민병원 의료진 등이 팀을 이뤄 진행한 세계 최초의 iPS세포 이식수술은 합병증 없이 예정대로 1시간 만에 무사히 끝났다. 환자는 60대의 남성으로 일본에 약 7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고령에 의한 황반(黄斑)변성의 환자 중에서 ‘선택’된 사람이었다.

타인의 iPS세포 이식한 첫 사례


이번 수술에는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 측에서 그동안 비축해둔 iPS세포를 제공했고, 고베 중앙시민병원 측이 직접 수술과 진찰을 담당했다. 수술을 집도했던 구리하라 야스오 고베 중앙시민병원 안과부장은 수술 후 기자회견에서 “타인의 iPS세포를 사용한 첫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고 밝혔다. 다카하시 마사요 프로젝트 리더도 회견에서 “2년 반 전(2014년)에는 환자 본인의 iPS세포를 사용한 자가이식이었지만, 이번엔 타인의 iPS세포를 사용한 타가이식이기 때문에 비용도 1/10(약 1000만 엔)로 줄었다. 앞으로도 같은 증상으로 괴로워하고 신음하는 환자들에게 계속 시술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타가이식이라 수술 후 조직의 거부 반응 여부를 신중히 관찰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iPS세포 기술이 발전해 타인의 iPS세포를 비축해 두는 일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수술 준비기간이 약 1개월로 짧아지고 비용도 크게 줄어, 장기 조직의 이식에 의한 ‘재생의료’의 보급과 실용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번 고베에서의 망막 수술은, 망막 이외의 몸 부위에 대한 iPS세포 이식 수술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일본뿐 만이 아니라 전세계 첨단의료계의 관심과 주목도 끌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iPS세포는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등이 만들어 제공했다. 여간해선 환자의 체내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수한 iPS세포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황우석 박사가 난자와 체세포핵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든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특수한 면역을 가진 사람의 피부로부터 iPS세포를 만들었고, 이 iPS세포를 냉동 보존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해동시켜 배양 시키는 방식을 썼다. iPS세포를 배양하여 눈의 망막 조직을 만들어 낸 것이다. iPS세포는 무한으로 배양할 수 있기 때문에, 즉 iPS세포를 배양해 몸의 거의 모든 부위(장기)의 조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유도 만능줄기세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iPS세포 연구에 힘입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술팀은 iPS세포의 적응력과 안전성, 효과에 대해 계속 꾸준한 관찰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술 후 조직의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조직의 암(癌)화나 종양(腫瘍)화만 막을 수 있다면, 첨단재생의료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쾌거가 될 것이다.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로의 보급과 실용화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대인들의 삶에도 심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소(전지)차 등에서 보여 지듯 에너지 혁명은 산업계의 혁신적 변화를 유발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진화는 현대인의 생활의 모습과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도도하게 밀려오는 이러한 새로운 물결 속에서, 의료 방면에서도 iPS세포 이식수술이라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규제 풀며 측면 지원한 일본 정부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2012년 말 공개한 쥐. iPS세포로 만든 난자를 이용해 태어난 암컷(어미)이 자라 정상 쥐와 교배해 정상적인 새끼를 낳았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와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 고베 중앙시민병원 등은 공동으로 지난해 6월 6일, 타인의 iPS세포로부터 만든 망막 조직을 환자에게 직접 이식하겠다는 수술계획을 발표했었다. 그 후 약 10개월간 임상실험을 거쳐, 올 3월 드디어 세계최초로 다른 사람의 세포로부터 배양한 iPS세포를 망막 환자에게 이식하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더욱이 iPS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실용화되어 이식용 세포를 기업이 제조?판매하게 되면 비용은 수백만 엔대 이하로 대폭 삭감되어 ‘꿈의 의료’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의료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즉 눈 뿐 만이 아니라, 선천성이거나 아니면 노령과 부상으로 인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몸의 각 조직과 장기에 iPS세포를 사용한 이식 치료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심부전이나 파킨슨병의 치료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PS세포의 배양과 이식은 질병과 부상 등으로 기능을 잃은 장기와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최첨단의 ‘재생(rebirth) 의료’로서 일찍부터 세계 의학계와 과학계의 눈길을 끌어왔다. 일본 정부는 재정과 법제 면에서도 iPS세포 기술을 지원해 왔다. 이미 2014년 가을에 새로운 약사법을 시행, 재생 의료 부문의 규제 완화를 선구적으로 시행하여 iPS의료 시대에 대비했다.

이 iPS세포는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2006년 8월 실험쥐로부터 처음 만들어냈다. 야마나카는 실험쥐의 피부 세포에 4종류의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만능 세포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 등 암수의 유성생식(有性生殖)을 하는 동물들은 1개의 수정란으로부터 몸의 모든 세포와 기관으로 분화한다. 기존에는 한번 분화한 세포는 분화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한 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야마나카는 실험쥐의 피부 세포에 불과 4종류의 유전자를 집어넣고 그 세포를 분화되기 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초기화를 단행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냈다. 이 새로운 세포가 바로 배아줄기세포와 거의 동등한 만능성과 증식 능력을 갖는 이른바 ‘야마나카 판(版) 줄기세포’인 것이다. 야마나카는 이 만능 줄기세포를 iPS세포로 이름 붙여 2006년에 발표했다. 2007년 11월에는 사람의 세포로부터도 iPS세포 세포를 배양, 각 조직으로 작제(作製)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iPS세포는 마치 수정란처럼 몸의 여러 조직, 기관으로 성장하는 만능성(万能性)을 가졌다.

그러나 실험쥐에 이어 사람으로 가기 전에 원숭이나 돼지를 통한 실험을 생략한 부분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돼지와 원숭이의 유전자 배열이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에 보통은 원숭이나 돼지를 통해서 실험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럼에도 야마나카 교수는 iPS세포에 대한 그동안의 업적을 인정받고 2012년 대망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iPS세포를 개발하고 나서 6년만의 수상이니 초(超)스피드 수상인 셈이다.

희귀·난치병 환자에 희소식

세계 각지에서 수행돼온 종래의 연구·실험은 난자를 채집하고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환자 본인이나 타인의 체세포핵을 그 난자의 핵이 있던 자리에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이 주류였다. 이 배아줄기세포도 배양하면 만능성과 증식능력을 갖추게 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대표적이다. 황우석 박사는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체세포핵을 집어넣은 난자를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 동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황 박사의 이 방법은 난자의 채취와 작제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복제하는 방식으로 나갈 때, 똑같은 DNA를 가진 생명체가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고,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존재할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윤리적·신학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야마나카의 iPS세포는 난자와 체세포핵의 수정체가 아닌 사람의 피부로부터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앞으로 생명과학에 있어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일대 조류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그러나 야마나카에게도 고민은 남아 있었다. 이식 수술 후 환자의 체내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특수한 면역을 가진 사람의 피부세포를 찾는 일도 중요했다. 게다가 그 피부세포에 집어넣을 4가지 유전자를 선별하는 일도 지난한 과제였다. 요컨대 얼마나 질 좋은 iPS세포를 만들어 내느냐가 항상 문제였다. 여기서 2016년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가 ‘오토파지(Autophagy)’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오토파지는 생명체의 세포가 기가상태에 빠졌을 때, 세포 내에 떠도는 단백질 등을 세포 내에 있는 작은 기관인 액포(液胞)로 끌어와 그곳에서 분해하여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현상, 즉 ‘리사이클’ 작용이다. 이 오토파지의 메카니즘이 작용해 생명체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영양과 힘을 얻는다. 또한 오토파지 메카니즘은 세포내의 노폐물들을 분해해 제거해 줌으로써 당뇨병, 암, 파킨슨병,알츠하이머 등에도 대항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오스미 교수의 더 중요한 발견은 오토파지를 일으키지 않는 생물체와 오토파지를 일으키는 생물체를 따로 발견한 일이다. 즉 어떤 생명체는 오포파지 기능을 하지만, 어떤 생명체는 그 기능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오스미는 오토파지를 일으키는 생명체의 세포에서 어느 특별한 유전자(오토파지 유전자)를 발견하게 됐다. 이것이 오스미의 가장 큰 업적이다.

오스미 교수의 유전자 정보는, 야마나카 교수가 iPS세포를 만들 때의 핵심과제 중 하나였던 4개의 유전자 선별 과정에 있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야마나카는 또 한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iPS세포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식 후 암과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성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4일 게이오 대학의 오카노 에이스케 교수가 iPS세포의 종양화를 방지할 수 있는 특수한 약재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이래, 이 문제에 대한 야마나카의 근심도 줄게 됐다. 이 특수약재를 투여하여 IPS세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홋카이도대학 연구팀도 암 발생을 막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작년 영국 과학지 온라인판에 발표하며 야마나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의 선도기업인 독일의 시멘스는 교토대학과 공동으로 iPS세포에 대한 화상 진단 기술의 확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식된 iPS세포가 체내에서 의도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암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화상 진단 기술도 재생 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술로서 멀지 않아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iPS세포 의 자동 배양장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본 유니시스는 이식용 세포를 냉동시켜 장기 보관하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iPS세포의 무대는 이제 연구소에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제2의 단계로 들어섰다. iPS치료는 망막에서 파킨슨병, 혈액, 연골 등으로 확대되어 응용 치료의 범위를 넓히게 될 것이고 암이나 여러 감염증의 치료에도 크게 활용될 것이다.”

1381호 (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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