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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인은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나 

 

김재현 칼럼니스트
반부패 다룬 ‘인민의 이름으로’ 선풍적 인기...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부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열린 전인대에서 “몇 번의 식사, 몇 잔의 술, 몇 장의 카드(상품권)가 ‘천천히 끓는 물속의 청개구리(溫水煮靑蛙·온수자청와)’를 만든다”고 경고하며 반부패 강화를 강조했다. 전인대 폐막식 직후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퇴장하고 있다. / 사진. 중앙포토
중국에서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라는 TV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있다. 후난위성TV에서 3월 말부터 매일 2회씩 방영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7%를 넘어서며 지난 10년 이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기록은 2011년 추자현이 중국에 진출해서 연기했던 후난위성TV의 ‘회가적 유혹’이었다. 이 드라마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중국에서 막장드라마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인민의 이름으로’는 높은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호평을 받고 있다. 중국 문화 정보사이트인 도우반에서도 8.5점의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시청률 7%, 동영상 조회 수 160억 건


▎공전의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 / 사진. 바이두 화면캡쳐
중국은 수많은 TV채널이 있어서 시청률 1%를 넘는 프로그램이 드물다. ‘인민의 이름으로’가 기록한 시청률 7%는 대단한 수치다. TV시청률은 7%지만 동영상 사이트에서의 조회 수는 160억 회를 초과했다. 중장년층은 저녁마다 TV앞에서 드라마를 시청하고 젊은 세대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드라마를 보는 등 그야말로 전 국민이 빠져 있다. 한국으로 치면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귀가시계로 불렸던 ‘모래시계’를 떠올리면 된다.

‘인민의 이름으로’가 어떤 드라마기에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반부패를 다룬 정치드라마다.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산하의 반부패국이 비리 정치인과 기업인을 수사하는 내용을 다뤘다. 중국에서는 민감하기 때문에 다룬 적이 없는 주제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취임 후 반부패를 강조하면서 강력한 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핵심 관료층인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29명이 부패행위로 인해 낙마했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8000만 공산당원 중에서 선발된 최고 엘리트 200여 명으로 구성된다. 중국 고위관료 중 약 15%가 사정정책으로 인해 퇴출된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 선전부가 엄격한 언론검열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디어 형태에 따라 비대칭적인 검열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문·방송 등 주요 언론은 모두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열 수준이 상당히 높지만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의 검열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중국 인터넷에서는 지식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를 간혹 볼 수 있다. 하지만 신문·TV에서는 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관례를 ‘인민의 이름으로’가 처음으로 깨뜨렸다. 드라마에는 명대사가 넘친다. 반부패국 처장으로 출연하는 루이커의 대사를 보자. “빈부격차 확대로 인한 박탈감, 권력이 감독을 받지 않는 데서 오는 불공정, 사회보장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 이러니 인민이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퇴직한 고위 검찰관료 역할로 출연한 배우의 대사는 더 직설적이다. “관료들이 인민을 위해서 봉사하지 않고 모두 인민폐(위안화)를 위해서 봉사한다”고 중국 공무원들을 싸잡아 비판한다. 게다가 “이전에는 인민이 정부가 나쁜 일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좋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국민의 무력함을 위로하는 명대사들이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중국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드라마다. 중국의 지방 고위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서 국내총생산(GDP)에 목매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은 승진 평가 기준이 다소 바뀌었지만, 그동안 중국 고위공무원들의 평가기준은 GDP 수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관료와 기업인들이 이익공동체를 구축하고 서로 결탁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했다.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한 민영기업가가 8000만 위안의 고리대금을 빌려 탄광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리고 그 도시의 부시장과 결탁해 회사 지분을 담보로 6000만 위안의 브릿지론을 빌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은행이 자금을 회수해서 회사는 결국 부도나고 지분 40%을 보유하고 있던 직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한다. 이런 와중에 부패 사실이 알려진 부시장은 미국으로 도피하고 공장을 점거중인 직원들과 공권력이 충돌해서 부상자가 발생한다. 이후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반부패국이 부패 공무원과 기업인을 조사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다.

중국에선 흔치 않은 소재

반부패는 중국인 모두의 이익에 연관되는 문제다 보니,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도 드라마에 흠뻑 빠졌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요쿠에 따르면, ‘인민의 이름으로’를 보는 네티즌 중 18~24세가 33%, 25~29세가 37%를 차지하는 등 젊은 세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 드라마는 사극 아니면 시공간을 초월한 로맨스, 고부관계 등을 다룬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중국 정부의 언론검열, 제작자의 자기검열이라는 이중검열로 인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는 모두 피해갔다. 중국 드라마는 사전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 후 광선총국으로부터 방영 허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인민의 이름으로’는 명대사가 넘쳐나지만, 현실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모략과 배신을 담은 영화 ‘내부자들’이 크게 흥행했다. 하지만 연말에 벌어진 최순실 스캔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는 부패는 드라마를 무색하게 한다. 얼마 전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샹쥔보 주석이 부패문제로 낙마했다. 오는 9월에 개최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에서 진행될 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중국에서는 온갖 루머와 억측이 나돌고 있다. 해외로 도피한 중국 재벌은 중국 사정 책임자인 왕치산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비리연루설을 주장하고 있다.

‘인민의 이름으로’가 중국인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지만, 한계 역시 명확하다. 이 드라마는 중국 정부의 반부패 사정정책을 적극 옹호하기 위한 수준에 그쳤다. 관료의 부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즉 비대한 정부 권력과 이에 대한 감시와 견제 부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 내용을 담았으면 아마 방영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중국의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중국의 뜨거운 감자다. 부정부패 척결에 꼭 필요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는 공직자 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죄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고 한다면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중국의 현 상황이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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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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