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Focus

[말 많고 탈 많은 온라인 ‘프리롤 광고’] 억지로 광고 보고 데이터는 ‘줄줄’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온라인 동영상 광고 시장 급팽창... 시민단체 “광고 관련 데이터 비용 보전해줘야” 주장

▎사진·전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 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6월 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번 주말(6월 11일)까지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한 이행방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국정기획위는 전날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며 업무보고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동통신사·소비자단체 등 통신요금 관련 이해당사자를 직접 만나면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늘 용두사미에 그쳤던 ‘가계 통신비 인하’ 문제를 놓고 새 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압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통신비 원가 공개’라는 이동통신사의 아킬레스건까지 건드릴 심산이다. 공공시설에서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와이파이 확충 방안도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간접적으로 덜 수 있는 조치다.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면 가입자의 통신비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데이터 사용량은 28만7162TB(테라바이트, 1TB는 1000기가바이트)로 2년 전인 2015년 3월(13만 8121TB)의 곱절 이상으로 늘었다.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월별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3월 기준 6.083GB(기가바이트)로 집계 이래 처음 6GB를 넘어섰다.

새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일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곳’이 하나 있다. 스마트폰·IPTV 등에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동영상을 보기 전에 5~15초 동안 강제로 시청해야 하는 ‘프리롤(Pre-roll) 광고’다. 대개 유튜브·네이버·카카오 등이 이용자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동영상 앞에 붙여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데이터가 소모되는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다.

인터넷 광고 규제하는 법·제도 없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6일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이 소극적이라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가 10일 업무보고를 받았다.
프리롤 광고 시장의 몸집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 OTT)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지난해 OTT 시장 매출 규모를 4884억원으로 추산했다. 2015년의 3178억원보다 53.7% 늘었다. 이 중 광고 매출은 2657억원으로 전체의 54.4%를 차지했다. 월정액 매출은 776억원으로 15.9%, 주문형비디오(VOD) 등 유료 콘텐트 구매 매출은 499억원으로 10.2% 순이었다. 보고서를 만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곽동균 박사는 “OTT 시장의 광고 매출 중 대부분은 프리롤 광고로 올린 것으로 본다”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어 프리롤 광고 매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프리롤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동영상·주문형비디오(VOD·다시보기) 광고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포털이나 IPTV의 동영상에 붙는 광고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는 따로 없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으로 어떤 사업자가 동영상 콘텐트 재생 전에 1분짜리 광고를 10개 붙여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방송 광고는 총량 규제가 있지만 인터넷 광고는 그렇지 않다.

물론 현실에서는 대개 5~15초짜리 광고 1개가 암묵적인 한계다. 월정액 가입자에게는 광고를 붙이지 않는 사업자도 있다. KT의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비디오 포털’, ‘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과 달리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에서는 월정액 가입자도 프리롤 광고를 봐야 한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통신망 관리와 투자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다만 월정액 가입자가 VOD에 따로 비용을 지불한 경우에는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반발을 감안해 과도하게 광고를 붙이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남는다. 프리롤 광고가 동영상 콘텐트를 공짜로 즐기는 대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데이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5~15초가 지나면 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스킵(skip) 버튼’이 나오지만 이것을 제때 누르지 않으면 더 오래 광고를 봐야 한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 때문에 드는 1인당 데이터 비용이 연간 16만1002원이라고 주장했다. DMC미디어의 ‘2016 인터넷 동영상 시청행태 분석’ 내용을 기반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누리꾼은 하루에 15초 고화질 광고(7.3MB) 4편을 시청했다. 여기에 5만원대 데이터 요금 기준 1MB당 비용 6.25원을 곱해 연간 데이터 비용(6만 6613원)을 산출했다. 이 금액에 광고 시청에 따른 기회비용 9만4389원을 더했다. 광고 시청에 따른 기회비용은 2015년 근로자 평균 임금(1초당 4.31원)에 연간 모바일 광고 시청 시간(15초x4편x365일)을 곱해서 계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정보통신기술(ICT)소비자정책연구원 이혜리 부장은 “사업자들은 프리롤 광고로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에 무임승차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며 “광고를 볼 때 데이터가 얼마나 들고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고를 보는 소비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자들은 누가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를 두고 동상이몽이다. 이동통신 사업자, 콘텐트를 포털에 제공하는 스마트미디어렙, 네이버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스마트미디어렙은 포털에 10%의 광고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동통신사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트 사업자가 책임질 문제라고 주장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트 사업자와 이동통신사도 함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고는 끊김 없는데 동영상은 먹통일 때도

프리롤 광고와 관련 이용자가 더욱 억울할 때도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프리롤 광고를 봤는데 정작 원하는 동영상은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팬인 직장인 A씨는 퇴근길에 휴대전화로 경기 생중계를 자주 본다. 그는 경기 동영상뿐만 아니라 관련 기록과 응원 댓글 등도 검색할 수 있는 네이버로 대부분의 경기를 본다. 경기 동영상을 보려고 적어도 5초 동안 광고를 봐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한다. 그나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어 광고 동영상을 볼 때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그의 불만은 따로 있다. 광고는 끊기지 않고 잘 나오지만 막상 경기 동영상은 자주 끊기거나 먹통일 때가 잦아서다. 심지어 서너 번 시도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돼 짜증 섞인 퇴근길이 되기 일쑤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 만들어진 광고와 달리 야구 중계 등은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이어서 (동영상 재생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강의 다리처럼 주변이 트인 곳에서는 수많은 기지국·중계기의 영향을 한꺼번에 받기 때문에 간섭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지하철 객실이나 야구장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트래픽 과부하가 일어난다. 다만 그럴 경우에도 프리롤 광고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트를 어떤 채널로 내보내느냐에 따라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돈을 받는 프리롤 광고를 좀 더 안정적인 채널로 내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프리롤 광고와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프리롤 광고에 대한 지적이 나왔지만 후속 조치가 없어 논의가 흐지부지 됐었다.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 의원들에게 적극 타진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이용자 보호에 필수적 사안이 무엇인지 협의할 계획이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다.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트를 제공한다. ‘Top’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의 유무를 떠나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images/sph164x220.jpg
1388호 (2017.06.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