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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진 기자의 ‘대한민국 다음 밥상’(2) 트렉스타 핸즈프리] “스마트공장으로 신발산업 ‘제2 르네상스’ 열 것”-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 

 

부산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중국 공장 중단하고 22년 만에 부산행 … 혁신적인 기술 잇따라 선보이며 40여 개국에 수출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우리는 오로지 기술로 승부를 걸어온 회사”라고 강조했다. 예쁜 디자인보다는 편의성을 높이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발 개발에 집중한다. / 사진 : 송봉근 기자
네스핏, 보아 다이얼, 아이스그립, 트렉스파이크…. 신발업계에서 손꼽는 트렉스타의 신기술들이다. 2012년 개발한 ‘네스핏’은 신발을 발 모양 그대로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2만 명의 발 모양 데이터를 토대로 발가락, 발바닥 모양을 적용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밑창 IST’, 이중 특수구조 미드솔(중창)로 중심력을 강화한 신기술 ‘하이퍼 폼’도 해외에서 각광받았다. 지난해엔 손을 쓸 필요 없이 신고 벗을 수 있는 신발인 ‘핸즈프리’가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지난 5월 말 부산 녹산산업단지 내 트렉스타 본사에서 만난 권동칠(62) 대표는 “트렉스타가 세계 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앞선 기술력 덕분”이라며 “이 세상에 없는 신발을 만들자는 목표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렉스타는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해외 바이어들과 직접 계약을 진행해 기술로 검증된 제품만이 판매가 가능한 차별화된 글로벌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시아 아웃도어 브랜드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재 40여 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손 댈 필요 없는 ‘핸즈프리’ 신발 개발


부산의 한 신발업체에서 일하던 권 대표는 1988년 동호실업을 설립하면서 신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해외 업체들에 등산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했다. 1990년대 초반 글로벌 브랜드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동남아 등지로 옮기면서 국내 신발산업의 위험신호가 감지되자 그는 1994년 자체 브랜드 ‘트렉스타’를 출시했다. ‘편안한 신발’이라는 평가 속에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국이 크게 늘어났다.

트렉스타는 국내 아웃도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수출형’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꾸준히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인기가 높다. 유럽 아웃도어 미디어그룹인 EDM이 발간하는 아웃도어 전문지 ‘콤파스(Compass)’는 지난해 말 세계 1000여 개 아웃도어 신발브랜드 중 트렉스타가 아시아 신발브랜드 1위, 세계 12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트렉스타의 등산화 기술은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소비자 2만여 명의 발 모양을 연구해 한국인 발에 최적화한 모양을 적용한 네스핏(nestFIT)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수출이 급증했다. 권 대표는 “글로벌 시장은 ‘기능’에 대한 경험과 확신만 있으면 상품과 브랜드를 모두 빠르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손을 쓸 필요 없이 신고 벗을 수 있는 신발인 ‘핸즈프리’를 내놓았다. 밑창 뒷부분에 있는 바퀴를 지면에 굴리면 앞에 연결된 끈이 자동으로 묶인다. 신발을 벗을 때에는 뒤꿈치에 돌출돼 있는 버튼을 발로 누르면 조였던 끈이 느슨해져 손쉽게 벗을 수 있다. 이 제품으로 지난해 2월 세계 최대 스포츠 아웃도어 전시회인 국제스포츠아웃도어용품박람회(ISPO)에서 황금상 및 아시아제품상을 수상했다.

권 대표는 “모든 아이디어는 사람의 편의성을 고민하다가 나온다”며 “핸즈프리 제품도 신발 끈을 묶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아내, 열손가락 절단이라는 장애를 딛고 히말라야 8000m급 10좌를 연달아 정복하고 있는 산악인 김홍빈씨를 보고 떠올렸다”고 말했다. 핸즈프리 역시 4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덴마크에서 인기다. 판매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한번 구입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2016년에 출시한 초경량 트레일 워킹화 ‘메가웨이브’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트렉스파이크’도 같은 맥락이다. 메가웨이브엔네스핏, IST 등 트렉스타의 자체 기술과 함께 신기술인 ‘하이퍼 폼’을 적용했다. 낮은 밀도와 높은 밀도, 이중특수구조 중창으로 제작했으며 아치형 깔창과 중창으로 신발의 중심력을 향상시켰다. 웹스파이크는 신발 뒤축에 달린 작은 다이얼을 돌려 쉽게 중창과 겉창에 위치한 스파이크를 빼고 넣을 수 있게 설계되어 빙판길부터 일상생활까지 폭넓게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경쟁력 강화


▎트렉스타 ‘핸즈프리 103 GTX’ 모델. 밑창 뒷부분에 있는 바퀴를 지면에 굴리면 앞에 연결된 끈이 자동으로 조여지고, 뒤꿈치에 돌출돼 있는 버튼을 발로 누르면 끈이 느슨해져 손쉽게 벗을 수 있다.
최근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세가 한풀 꺾인 후 회복이 더디다. 권 대표는 이를 두고 “비정상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웃도어 시장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과열양상이었다”며 “차분해진 시장에선 결국 편의성, 건강성을 강조한 제품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트렉스타는 ‘안전화의 캐주얼화’를 모토로 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안전화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군화시장 석권에 이어 인도, 러시아, 스웨덴 등에 군화 수출길을 열었다.

권 대표는 지난해 말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22년 만에 부산으로 생산시설을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부산의 녹산국가 산업단지에 스마트 자동화 공장을 짓고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연말 5~6대의 신발생산 로봇을 설치해 자동화 시험가동을 시작한다. 권 대표는 “새로 짓는 스마트공장은 자사 유통망과 연계되고 고객이 원하는 신발 제작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바로 생산할 수 있는 구조”라며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면 40% 가량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있어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과의 인건비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권 대표는 산업부와 부산시에 자동화 표준공장을 만들자고 건의했다. 현재 컨소시엄이 만들어져 70억원의 자본금으로 자동화 공장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화 공장은 신발에 들어가는 갑피 등 수십 개에 달하는 부분을 고객이 원하는 형태에 따라 조립한다. 신발 업계의 화두인 맞춤형 신발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다. 권 대표는 “공장 자동화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원가를 40% 절감하고 품질이 좋아지면 주문량이 늘고 이것이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공장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신발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줄인 곳은 하나도없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중국, 베트남 공장은 대부분 대만 자본이 투자한 곳으로, 이들에게 몰린 글로벌 브랜드의 주문 물량을 되찾아 오는 것이 목표”라며 “대만 기업들보다 먼저 자동화가 정착되면 한국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신발 브랜드들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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