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방혁신센터로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정부 조직법이 개편되면 미래창조과학부가 관할하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된다고 한다. 그러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정권과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국가 자원이 투입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잘 활용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요긴한 고리가 될 수 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각각 시장과 혁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둘 사이를 개방·혁신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강력한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동시에 공존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러한 독특한 역량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연결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더 이상 대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만으로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혁신이 대기업의 시장과 만났을 때 일자리가 늘어날 확률이 높다. 스타트업(startup)이 스케일업(scaleup) 될 때 국부가 증대되고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으로 상생 발전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방혁신센터로 성격과 명칭을 바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개방·혁신의 장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은 어떨까.

우선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을 재점검해 보자. 대기업 주도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역할은 이미 벤처 생태계에 자리잡고 있는 액셀러레이터와 창업보육센터, 테크노파크 등으로 역할을 이전하자. 그러면 기존의 많은 갈등이 해소될 것이다. 스타트업 육성은 결코 대기업이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자 한다. 액셀러레이터 등의 벤처 창업 생태계에서 형성된 스타트업을 글로벌 시장에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자체 노력으로 글로벌화 하거나 대기업과 협력으로 글로벌화 하는 방안이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나, 자원 대비 효율이 높은 대안이 대기업과의 협력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탓에 이런 협력이 일방적 수탈로 변모된 점을 우선 바로잡아야 한다. 공정거래가 확립된다는 전제 아래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은 상호이익이 된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물론 대기업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확보한 히든 챔피언인 중견 벤처기업도 협력의 대상이 된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은 마케팅 협력, 공동기술 개발, 지분 투자와 M&A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 여하튼 혁신은 작은 벤처기업이 담당하고 시장 효율은 거대한 대기업이 담당해 각각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선진 산업 방식이다. 그리고 둘을 잇는 연결 역할을 개방혁신센터가 담당하자는 것이다.

개방혁신센터가 다양한 종류의 개방·혁신을 위해서 시장을 만들어 탐색 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여주고, 사후관리·평판 관리 등을 담당하게 하자. 대한민국의 구슬을 꿰어 보자는 것이다. 이런 개방·혁신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던 스타트업 육성에 비해서 투입 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업효과는 훨씬 높다.

이제 온·오프라인에서 대기업·중견기업과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연결하는 개방혁신센터로 재탄생하는 구체적 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현재 18개 지역 혁신센터들을 지역별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연결망으로 만들어 보자. 지역별로 대기업들의 미래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 숱한 스타트업이 참여할 것이다. 현지 지자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적극 공개하면 숱한 매쉬업 스타트업이 창업할 것이다. 물론 이들 스타트업들은 혁신센터 외부의 액셀러레이터와 보육센터에 자리하면 된다. 대기업은 혁신을 얻고 스타트업은 시장을 얻고 투자가는 투자와 회수 기회를 얻고 지자체는 산업을 얻는다.

그리고 개방·혁신의 자원을 전국의 혁신센터를 연결하는 온라인의 혁신 허브에서 공유하도록 하자. 이를 통해서 탐색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기술과 시장의 연결이 촉진되면서 혁신이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장과 혁신 양면 시장의 플랫폼이 형성되면 M&A와 지분 투자, 라이센싱, 공동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각 개방혁신센터가 담당 대기업만이 아니라 전국 다른 센터의 대기업·중견기업의 로드맵을 상설 전시하면 스타트업이 꾸준준 방문해 센터의 활성화가 촉진될 것이다. 물론 지자체의 로드맵도 포함돼야 한다.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된 플랫폼의 혁신센터들은 다른 지역의 벤처기업과 원격상담을 할 수 있는 가벼운 온라인 상담 도구인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같은 서비스를 활용하자. 온·오프라인 상의 만남의 장은 지역별로 이뤄지던 각종 투자 설명회와 로드맵 설명회 등의 오프라인의 미팅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런 자료가 누적되면 인공지능을 매개로 글로벌 무대에서 협력 상대방을 구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협력이 가능해 진다.

개방·혁신의 시대다. 어느 기업도 혼자서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개방·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방혁신센터의 다음 단계로 대학과 연구소를 연결하자. 창업 선도 대학도 연결하자. 대학 실험실 정보를 개방·공유하자. 여기서 투자활동과 라이센싱, 마케팅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려면 대기업의 담당 임원이 최고의사결정자와 직접 통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들도 스스로의 혁신을 위한 미래의 먹거리를 혁신센터에서 구할 수 있어야 미래가 보인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한국 경제의 빠진 연결고리는 M&A다. 미국에서는 투자 회수가 대부분 M&A로 이뤄진다. 한국은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M&A 부재가 대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창업을 위축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M&A만 추진하면 정서상 개방혁신센터를 기피할 우려가 있다. 투자와 라이선싱과 M&A와 마케팅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총합적인 개방혁신센터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대기업에서 분사(스핀아웃)하는 기업들이 개방혁신 센터를 뒷받침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분사하거나 인수합병하기도 한다. 이런 순환 사이클이 실리콘밸리의 저력이다. 대기업의 사내 벤처 육성도 개방혁신센터가 관여할 수 있다. 필립스의 단독 연구소였던 아인트호벤 연구소에서는 84개국의 1만 명의 연구원이 개방적으로 모여 연구하고 있다.

조직 문제도 살펴보자 우선 현재의 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육성은 그 지역의 액셀러레이터로 이관시키자. 이어서 대기업의 혁신을 연결할 임원을 선임하고 전국을 연결하는 협의체를 벤처기업협회에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들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자. 여기에 M&A를 뒷받침 할 거래소·기술보증기금 등 기존 거래 중개기관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자.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방혁신센터로의 전환으로 한국 산업에서 빠진 연결고리를 메워보자.

1393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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