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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장도 고화질·대화면 전쟁] 지상파 UHD 송출로 UHD 프리미엄 TV 원년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풀HD의 4배 수준 해상도로 삼성·LG,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투트랙’ 라인업 확대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올 여름 전자제품 시장에서 수퍼 패블릿 대전을 앞두고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 5월 31일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수도권 송출을 시작하면서다. 이에 따라 해당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UHD TV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졌다. UHD TV는 기존의 풀HD TV보다 네 배의 화소(3840x2160 픽셀)를 지녀 ‘4K TV’로도 불린다. 세계 TV 시장에서 올해 UHD TV는 풀HD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UHD TV 출하량은 지난해 24.9%에서 올해 34.3%로 늘 전망이다. 반면 풀HD TV는 지난해 41.5%에서 올해 33.3%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TV 시장 규모는 2억6700만대로 지난해(2억6500만대)보다 조금 늘 전망이다. 그런데 올해 세계서 팔리는 TV 다섯 대 중 한 대 이상은 55인치가 넘는 UHD TV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30평대 아파트에는 39인치나 42인치가 적당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55인치를 넘어 65인치 제품이 주력군으로 바뀌고 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UHD TV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7월 19일 후보자로 나선 인사청문회에서 “UHD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 연말까지 광역시와 평창 올림픽 개최지를 위시한 강원권에도 전파를 쏠 예정이다. 2021년까지 UHD 송출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2014년 케이블 방송에 UHD 전용 채널이 문을 열고, 지상파에서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시험 방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업계에선 올해를 UHD 방송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수년 간 치열한 논쟁 끝에 지난해에 결국 UHD 방송 표준 규격으로 유럽식(DVB-T2) 대신 미국식(ATSC 3.0)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TSC 3.0을 수신할 수 있는 전용 UHD TV와 셋톱박스·실내안테나는 올 4월부터 시장에 나왔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되지 않아 하드웨어 교체가 필요하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가 만든 UHD TV의 경우 유럽식 표준이라 별도의 컨버터가 필요하다.

미국식 UHD 표준 셋톱박스 최근 출시


2015년 말 표준화가 이뤄진 미국식 ATSC 3.0은 유럽식과 달리 인터넷프로토콜(IP)을 지원하기 때문에 개인화와 양방향 서비스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식보다 전송용량이 5% 정도 향상됐다. ATSC는 다국적 기구이지만 본부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식 방식으로 통상 불린다. 표준 결정에 국내 업체와 기관이 참여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럽식은 2009년 표준화가 이뤄져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방송·통신 융합 등 미래 방송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ATSC 방식에 따른 IP 기반의 양방향 서비스는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시청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VOD)서비스와 함께 TV와 스마트폰 화면을 연결해서 시청할 수도 있게 된다.

UHD 표준이 미국식으로 정해진 가운데 UHD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기반이냐 액정표시장치(LCD)냐는 논쟁은 올 들어 옛 이야기가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동시에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처음으로 차세대 프리미엄 대형 TV를 선보였다. 이전에 차세대 TV를 공개한 적은 있지만 55인치가 넘는 대형 TV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후 화질 경쟁을 시작했는데 LG는 올레드(OLED) TV를 앞세웠고, 삼성은 퀀텀닷(양자점) TV를 내세웠다.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없이 픽셀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자연색에 가까운 화질을 낼 수 있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색이 왜곡되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보는 데 적합하다. 가볍고 얇아 여러 디자인이 가능한데 접거나(Bendable) 말수 있는(Rollable) 패널도 만들 수 있다. 퀀텀닷은 기본적으로 LCD 기반이지만 색재현율이 100%로 OLED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지난해까진 ‘올레드 대 퀀텀닷’ 구도


▎LG전자는 올 1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소리나는 OLED 패널이 장착된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선보였다. / 사진:LG전자
프리미엄 시장에서 ‘올레드 대 퀀텀닷’이라는 경쟁 구도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독일 가전전시회 ‘IFA 2016’에서 LG전자를 비롯해 유럽 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와 독일의 그룬디히 등이 OLED TV를 앞세웠다. 업체 대부분은 LG디스플레이가 만든 패널을 이용해 올레드 TV를 만들었다. 삼성이 주도하는 퀀텀닷 분야에서는 기술 진보가 두드러졌다. 중국 TCL은 15.4㎜ 두께에 65인치 커브드 HDR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TV로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삼성·LG에 이어 세계 3위 TV 제조사로 떠오른 중국의 하이센스도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ULED’로 소개했다.

이러한 ‘올레드 대 퀀텀닷’ 구도는 올 초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LG전자는 ‘나노셀 TV’를 각각 공개하면서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기존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대신 차세대 QLED를 썼다”며 “퀀텀닷 양자점에 덧붙인 금속 소재가 빛을 더 정밀하게 반사해 미세한 색 차이를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 소재가 사실상 자체발광소재(LED)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다만 “자체발광 소재를 쓴 것이 아닌데 QLED라고 부를 수 있냐”는 지적이 학계와 시장에서 나오고, 시장조사업체 IHS까지 “진정한 의미의 QLED 디스플레이는 2020년 이후에나 생산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부담이었다.

반면 LG전자는 OLED TV 신제품뿐만 아니라 LCD 기반의 ‘나노셀 TV’를 공개했다. LCD 패널 앞에 지름이 1나노미터인 미세 입자를 흩뿌린 필름을 붙인 방식이다.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은 “극미세 분자가 색의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해 많은 색을 한층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며 “측면 60도 각도에서도 화질의 손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O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LG전자가 ‘나노셀’이란 이름의 LCD TV를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을 깐 것이다. 동시에 할리우드 영화 기술을 더한 ‘LG 시그니처 OLED TV W’도 동시에 선보이며 OLED 라인업을 강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소리나는 OLED 패널을 공개하며 LG전자를 지원했다. ‘크리스탈 사운드 올레드’로 이름붙은 이 패널은 OLED가 휘고 접을 수 있다는 디자인적 장점을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단 걸 강조했다. 일반 TV는 뒷면에 빛을 쏘는 백라이트 기판이 있기 때문에 사운드 시스템을 옆이나 아래에 붙인다. 그러나 입자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패널은 뒷면에 스피커 단자를 붙일 수 있다. 이 패널은 LG전자가 이날 선보인 ‘LG시그니처 올레드TV W’에 들어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화면 속 등장인물의 입에서 소리가 나오는 듯한 몰입감을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산과 경쟁 위해 실속형 프리미엄 TV 출시

양사의 ‘투트랙’ 전략은 UHD 방송 시대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풀HD의 4배 수준으로 해상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됐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는 화질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육안으로 화질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CES 이후 3월에 열린 ‘삼성 QLED TV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TV 화질 경쟁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QLED TV를 공개하면서 화질보다는‘사용자 맞춤형 스마트 기능’이나 ‘설치 범위의 확장’ 같은 사용성을 부각했다. 특히 최장 15m까지 연장되는 새로운 형태의 광케이블을 선보였다. TV를 셋톱박스나 주변 기기에 연결하던 복잡한 전선을 투명 광케이블 하나로 통합했다. 셋톱박스와 사운드바·게임기 등 주변 기기를 광케이블로 잇기만 하면 컴퓨터가 USB를 인식하듯 자동으로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속형 프리미엄 TV인 뮤(MU) 시리즈 3개종(MU9500·MU8500·MU8000)도 함께 소개하며 LG전자가 내놓은 나노셀 TV의 대항마로 내세웠다. 기존 LCD TV보다는 고급형이지만, QLED TV보다는 한 단계 낮은 라인을 새로 만든 것이다. 촛불 1000개의 밝기까지 표현할 수 있고 눈부심 방지 패널로 밝은 조명 아래에서도 빛이 반사되지 않고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QLED TV 가격대가 부담스러우면서도 화질은 차별화된 LCD TV를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준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UHD 방송 시대의 개막과 함께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OLED TV와 QLED TV으로 확장할 수 없는 고객층을 실속형 프리미엄 TV를 통해 시장으로 끌어들여야만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의 나노셀 TV와 삼성의 뮤 시리즈 TV는 LCD 패널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지만 패널 또는 광원에 극미세 분자를 입히는 기술력으로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화질이 장점으로 꼽힌다.

1399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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