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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 당국,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연내 제재” 가능성 ... 국내 가상화폐 거래 제동 걸리나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CFTC, 가상화폐 파생상품 국내 관할권 주장할듯 … 뉴욕주 연방법원 판례 등 근거

미국 정부가 연내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중 일부를 직접 제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국내 기업을 제재한 전례가 없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취재원들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가상화폐의 파생상품을 취급 중이거나 취급했었던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를 미국 시장에 영향을 끼치려 한 이유로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출처로 미 CFTC의 한 전직 직원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몇 달 안에 한국 대상의 CFTC발 제재 활동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대한 제재가 임박했느냐는 질문에 미 CFTC 시장감시부(Division of Market Oversight) 가상화폐 담당관은 “규제(regulate)가 미치지 않은 곳을 찾고 있다(looking at spaces)”면서도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FTC는 지난 8월 자신들이 지정한 거래소(현재 뉴욕 LedgerX 한 곳)에서만 옵션과 같은 가상화폐 파생상품을 거래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CFTC “규제 지역 확대 사실이나 특정 국가 언급 안 한다”


국내 일부 거래소는 가상화폐 파생상품으로 간주되는 마진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마진거래는 증거금의 몇 배 이상으로 가상화폐를 매수할 수 있는 일종의 신용거래를 말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관계자는 “마진거래를 허용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정부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거래소인 빗썸의 관계자는 “마진거래를 허용해 오다가 올 초 중지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금감원)도 최근 관계 부처 및 가상화폐 거래소 등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가상화폐 파생상품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마진거래의 경우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에서 열거하고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고, 그 외의 경우에는 일종의 도박으로 보고 있으므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마진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금지사항”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미국 금융당국이 한국 법무부를 통하지 않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에 관해 규제 관할권을 주장하는 게 가능할까.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임원은 “현실적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제재에 대비해 미국인들이 거래를 못 하도록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법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으로 미국법은 미국 영토 외에선 적용되지 않지만 미 법원이 판결을 통해 해외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자국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면 ‘예외적’으로 미국법을 적용해온 게 사실이다. 김앤장의 윤병철 변호사는 “미국이 공정거래법 등에서는 역외 적용을 한다”며 “이를 막으려면 원칙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행정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 E C)나 CFTC 등을 상대로 규제 관련 소송 경험이 있는 로펌인 코브레&김(Kobre & Kim)의 박상윤 변호사는 “미 법무부는 미국인 투자자에게 사기를 자행하거나 미 세법, 돈세탁금지법(anti-money laundering laws)을 위반했을 경우 외국인 일지라도 망설이지 않고 기소해왔다”고 강조했다.

2008년 뉴욕 연방 지방법원의 판례(CFTC v. Amaranth Advisors, 554 F.Supp.2d 523 (S.D.N.Y. 2008)를 살펴보자. CFTC는 2008년 캐나다의 한 천연가스 트레이더가 자국에서 천연가스 선물에 공매도를 과도하게 걸어 현물 가격을 하락시키는 방법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걸었다. 뉴욕주 법원은 뉴욕주 바깥에 소재한 피고인이 뉴욕 외에서 한 행동이라도 뉴욕 상업거래소의 선물 거래 시장을 조작하려는 의도로 취한 행동일 경우 CFTC가 뉴욕 법원을 통해 제재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 정부, 이더리움 등 가격조작 조사 나설 수도


▎사진: ⓒgetty images bank
지난 6월 22일 한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던 이더리움 가격이 300달러대(약 33만원)에서 약 2초간 10센트(약 110원)로 급락한 적이 있다. 이는 시세 조정을 목적으로 대량의 허위 주문을 걸고 막판에 취소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CFTC든 SEC든 미국 금융 규제 기관들이 이를 조사해 부당이익에 벌금을 매길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가 있다면 이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도 뒤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세조종 세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박상윤 변호사는 “(CFTC가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의 떠오르는 강자이기 때문이다. 코인 마켓 캡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는 9월 13일 하루 동안 4억3000만 달러어치 가상화폐가 거래돼 세계 거래소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날 코인 원은 거래대금 기준 세계 8위, 코빗은 15위를 기록했다. 세계 비트코인의 5% 가까이가 한국에서 거래되고 있고, 일부 신규 코인의 경우 3분의 2 이상이 한국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미국의 금융 규제기관 사이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가상화폐에 관련된 규제는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미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국세청(IRS) 등이 자신의 관할권을 정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관계 기관들이 미국 투자자나 미국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근거로 해외 기업을 겨냥해 자신들의 관할권 범위를 시험해보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상화폐에 대해 중국·일본 등이 적극 나서게 된 시점도 SEC와 CFTC가 제재 관할을 주장하며 가이드라인을 잇따라 낸 이후다. 중국 인민은행은 9월 4일 홈페이지에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 기업이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가 중국의 경제 및 금융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이를 전면 중단한다”고 게시했다. 미국 SEC가 ICO를 미국 증권법의 규제 대상이라고 선언하며 보고한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후 두 달, CFTC가 파생상품 거래에 관한 지침을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도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과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임시로 중단시킬 것이라는 얘기는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소송 후 즉시 합의나 벌금 납부 등 바람직

CFTC가 가상화폐 파생상품을 다뤘거나 다루고 있는 우리 기업을 제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해당 기업에 대해 미국 법원에 문서제출명령(Subpoena)을 청구할 수 있다. 자신들이 허가 및 승인을 받으려는 의도다. CFTC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해 제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CFTC가 보고와 승인을 요구하는 단순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당이익에 대한 벌금을 매기려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과거 CFTC의 미국 외 지역에 대한 제재 과정을 보면 월권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CFTC 준거법은 현물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이다. 일부 예외적으로 미국 법원의 판례가 해외 관할권 및 제재 권한을 인정했다고 해도 과연 이 판례 자체가 준거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유가증권의 경우 과거 호주의 투자자들이 호주에서 거래된 주식에 대해 미국의 증권거래법(Securities andExchange Act)에 의거해 소송을 했다가 연방 대법원에서 역외적용은 준거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일이 있다.

다만, 미국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적인 걸림돌을 무시할 수는 없다. CFTC가 2008년 캐나다 천연가스 현물가격 조작 사건에 관한 문서제출명령을 미 법원에 직접 청구한 것처럼 한국 법무부를 통하지 않을 경우 한국 법 체계를 무시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해외 규제기관이 한국에 정보를 요청할 경우 MLAT(Mutual Legal Assistance Treaty) 조약에 따라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해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채널을 건너뛰는 일은 자주 발생한다.

CFTC의 제재가 현실화 됐을 때 가상화폐 거래소 등 파생 상품을 거래한 기업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원칙적으로는 미국 내 행정소송을 내거나, CFT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관할권 주장이라는 약한 제재의 경우라도 이를 받아들이면 거래시 CFTC에 보고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국내 법률을 어겨야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한 그룹의 국제분쟁 담당 사내 변호사는 “관할권을 주장한다면 국제 규격에 준하게 취급해 한국과 미국 양국의 규제를 지키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 거래의 규칙인 고객에 관한 정보 보유, 자금세탁방지 등을 국제 수준에 맞게 제도화 하는 것도 선제적 방어책이 될 수 있다. 박상윤 변호사는 “소송이 임박했다면 CFTC와 ‘소송 후 즉시 합의(소송과 동시에 합의를 보는 것)’를 하거나 벌금 등으로 협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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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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