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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아들 결혼식 갈등 극복] 조촐하고 조용한 결혼식 제안하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체면 때문에 무리하지 말아야 ... 거품 빼고 형식적 의식 자제해야

▎사진:ⓒgetty images bank
그는 지난달 30년 재직한 회사를 그만뒀다.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몇 달 후에 있을 아들 결혼 때문이다. 그는 3년 후 받게 될 퇴직금과 그 때까지의 월급, 지금 받을 수 있는 좀 더 많은 명예퇴직금을 두고 많은 시간 고민했다.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아들과 예비 며느리는 화려한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둘은 모두 유명 대학을 나와 외국계 금융회사에 취업한 재원이다. 억대 연봉의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화려한 결혼식을 하다 보니 아들·며느리도 영향을 받은 듯하다. 게다가 며느리는 중소기업 사장 외동딸이다. 사돈은 딱 한 번 치르는 결혼식에 회사 직원 모두를 초청하는 등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심산이다. 사돈댁은 결혼식 장소로 특급 호텔을 거론한다. 하객 규모도 제한하지 말자고 한다. 그는 이제부터 가랑이가 찢어지게 생겼다. 우선 결혼식 비용만으로도 퇴직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다. 또한 살 집 마련에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돈도 돈이지만, 하객 모으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회사 다닐 때야 모르겠지만 퇴직한 이후 몇 사람이나 와 줄까.

딱 한 번 치르는 결혼식이라지만…

어려서부터 공부 잘하고 부모 말을 어겨본 적 없는, 착하고 잘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퇴직금은 앞으로 살아가야할 30~40년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 아닌가. 그에게는 예쁜 딸도 있다. 딸도 조만간 결혼하게 될 텐데, 그 비용은 또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들 결혼이라는 큰 경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자신이 너무 싫다.

요즘 결혼식은 다양하다. 예식장에서 올리는 일반 결혼식, 교회·성당에서 진행되는 경건한 결혼식, 호텔에서 올리는 호화 결혼식, 가족·지인과 함께 하는 작은 결혼식이 있다. 선택이 많으면 고민이 많아지고, 선택권이 많으면 판단이 흐려진다. 선택의 역설이 있다. 선택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포기하는 현상이다. 왜 많을수록 더 부족할까? 선택한 것에 불만이 생기고, 선택 못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결혼식이 자본에 조종당한다. 최근 자료에 딸면 평균 결혼비용은 남자 1억원, 여자 5000만원에 가깝다. 평균 예식 비용은 2000만원이 넘고, 호텔을 빌리면 5000만원을 웃돈다. 예단·예물·신혼여행까지 합하면 1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청년 10명 중 4명이 돈 없어서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한다. 자녀들은 결혼하기 위해 돈 벌고, 부모들은 집 마련하느라 벅차다. 비싼 혼수·예물은 집안 간 갈등으로 번지고, 파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호화 결혼식은 허례허식의 결과이고, 과소비 풍조에서 온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작은 결혼식이 대세다. 미혼 남녀의 70% 이상이 작은 결혼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집·공원·공공장소를 선택하고, 하객은 100명 미만이고, 자유로운 예식을 진행한다. 진짜 친한 가족·친구의 축복 가운데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한다. 그런데 부모 세대의 70% 이상이 작은 결혼식에 당황한다. 부모의 역할이 없어지고, 초대 못 한 친척·지인의 눈총을 사고, 그동안 냈던 부조금은 어떻게 회수하나. 오히려 작은 결혼식을 특급호텔에서 초호화판으로 치르기도 한다. 작은 결혼식은 아직 한국 정서에 안 맞고,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

호화 결혼식을 왜 거행하는가? 체면을 살리려 하기 때문이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짚불은 안 쬔다.” 체면은 예의를 차리고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다. 동양인의 의식에 자리 잡은 유교적 관습이다. 체면을 무시하면 안하무인이 되지만, 체면이 지나치면 위선자가 된다. 작은 결혼식을 왜 마다하는가? 시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시선은 권력이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엔 권력구조가 생긴다. 약자는 늘 강자의 눈치를 본다. 한국인은 눈치 보기에 익숙하다.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팔러 시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참 어리석군! 당나귀를 타고 가면 좋을 텐데.” 아버지는 당나귀를 타고 아들이 고삐를 잡았다. 사람들이 말했다. “참 나쁜 아버지군! 아들을 걷게 하다니.” 아들이 당나귀를 타고 아버지가 고삐를 잡았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후레자식이군! 아버지를 걷게 하다니.” 부자는 함께 당나귀를 타고 갔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참 불쌍한 당나귀 보게!” 부자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당나귀를 큰 막대에 묶어 어깨에 지고 갔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반성해서 옳으면 천하가 나를 대적할지라도 나는 두려움이 없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소박한 결혼식을 제안하자. 아들이 반대할 수 있다. 자식이 아무리 귀해도 다 해 줄 수는 없다. 체면을 버려야 한다. 뱁새가 황새 쫓아 가면 가랑이 찢어진다. 무시 안 당하려고 무리하면 안 된다. 형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실속 있는 결혼식을 기획하자.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생에 한 번이라고 돈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는 없다. 거품을 빼야 한다.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지 않고, 축제와 즐거움을 주는 의식이 되도록 하자.

모두 만족할 최대공약수 찾아야

둘째, 조촐한 결혼식을 제안하자. 사돈이 반대할 수 있다. 사돈 체면 때문에 피해볼 수는 없다. 용기를 내야 한다. 부자가 기침하면 서민은 몸살 난다. 과시와 허세 앞에 주눅 들면 안 된다. 양가 참석 인원을 맞춰야 한다. 만족스런 결혼식을 기획하자.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한가? 부모·자녀·양가 모두 만족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보자. 결혼식은 생애 최고의 날이다. 당사자는 힘들고, 하객은 귀찮아하는 형식적인 의식을 자제하자. 사진에 남기기 위한 날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여 기뻐하는 날이 되도록 하자.

셋째, 조용한 결혼식을 제안하자. 며느리가 반대할 수 있다. 따가운 시선에 굴해서는 안 된다. 소신을 지켜야 한다. 여기저기 안 알리고, 꼭 알릴 사람에게만 알리자. 진짜 축하할 하객만을 초대해야 한다. 다른 이에겐 나중에 조용히 치렀다고 하면 된다. 감동 있는 결혼식을 기획하자. 포기해선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예절도 텅 비고 의식도 텅 빈 자리가 안 되게 하자. 나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잘 자라준 자녀에게 고마워하는 의식이 되도록 하자.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삶을 보전하려면 욕심을 줄이고, 몸을 보전하려면 이름을 피해라. 욕심을 안 내는 것은 쉬워도, 이름 안 내는 것은 어렵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402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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