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바뀌는 색온도 따라 모노톤·파스텔톤 등 색감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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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회화는 채색방법에 따라 수묵화·수묵담채화·수묵채색화로 나뉩니다. 수묵화는 붓으로 간결하게 선을 그리고 먹의 농담으로 면을 구성합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같은 그림입니다. 수묵화는 선의 강약과 여백의 미가 특징입니다. 수묵담채화는 먹으로 선을 그리고 물감을 얇게 칠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색보다는 먹이 중심이 됩니다. 은은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문인화에는 수묵화와 수묵담채화가 많습니다. ‘글씨와 그림은 하나’라는 서화동체(書畵同體)의 전통이 있어 그림의 사실성 보다 그림에 서린 기운을 중시합니다. 추사 김정희는 그림에는 선비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사기(士氣) 또는 문자향(文字香)이라고 합니다. 색은 세속적이라 해서 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 흡수하는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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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수묵채색화는 색이 중심이 됩니다. 먹으로 윤곽을 그리고 물감을 여러 번 겹쳐 칠하거나 두껍게 칠합니다. 주로 화원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이 여기에 속합니다. 화조화나 인물화를 보면 윤곽이 뚜렷하고 매우 사실적입니다.동양화는 추상적인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글씨를 쓰는 끝이 뾰족한 붓을 사용합니다. 윤곽만 간략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림에 담긴 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실성은 그리 문제 삼지 않습니다. 색도 마찬가지입니다.그럼에도 풍경사진을 찍다 보면 우리의 전통그림, 특히 수묵화나 수묵담채화는 매우 사실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수묵담채의 형식이 탄생한 것은 기후와 지리적인 특성도 관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교차가 큰 봄이나 가을에는 이른 아침에 안개가 많이 낍니다. 안개는 색을 흡수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날 사진을 찍으면 마치 수묵화나 수묵담채화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멀리 있는 풍경을 찍어도 그렇습니다.[사진1]은 남한강의 겨울 풍경입니다. 하늘도, 산도, 물도 안개에 가려 제 색을 잃었습니다. 엷게 드리워진 푸른 빛과 산과 새의 윤곽이 수묵담채화 같습니다. 거짓말 같은 모노톤 풍경을 연출합니다. 흐리거나 안개 낀 날 사진을 찍으면 푸른빛이 돕니다. 이는 색온도 차이 때문입니다. 태양광을 비롯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은 고유의 색이 있습니다. 그 빛의 색을 과학적으로 수치화 한 것이 색온도 입니다. 자연의 색은 빛에 따라 달라집니다. 맑은 날 낮 12시는 무색 투명한 빛의 색온도는 약 5000~5400도입니다. 해 뜨고 해질 때의 색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아서 붉은 빛을 띠게 됩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지고 난 뒤에는 푸른 빛이 돕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수묵담채화 분위기의 모노톤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 색감·톤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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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은 오묘합니다. 해가 뜨거나 질 때는 색온도가 시시각각 바뀌며 극적인 상황을 연출합니다. 가장 화려한 자연의 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이 시간대를 ‘매직아워(magic hour)’라고 부릅니다. 노을색은 해에 가까울수록 짙고 강해집니다. 그러나 해에서 멀어질수록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감이 됩니다. 특히 습도가 높거나 운해, 안개가 드리워 질 경우 빛은 오묘한 살구빛을 내기도 합니다.[사진2]는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경안천의 아침 풍경입니다. 노을빛이 안개와 만나 주변을 살구빛으로 물들입니다. 수묵담채로 비쳐지는 시골풍경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합니다.어둠도 색을 앗아갑니다. 밤이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사진을 찍으면 파란색의 모노톤 사진이 됩니다. [사진3]은 이른 새벽 함백산에서 본 만항재 일대의 풍경입니다. 산 꼭대기 정자에 점처럼 불이 켜져 있습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눈으로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풍경입니다. 셔터를 오랜 시간 동안 열어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명이 밝아옵니다. 그러나 산은 아직 ‘푸른’ 밤에 빠져 있습니다.시각예술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색입니다. 색에 대한 느낌은 개인차가 크고 감정과 관계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사진을 시작할 때는 선명하고 풍부한 색이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운 색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색을 넣는 것보다 빼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색의 유혹이 강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사진에서 색은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닙니다. 화려하고 짙은 색감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드럽고 연한 색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흑백이나 모노톤을 고집하는 사진가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감과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