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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2) 밸런스히어로] 인도 휴대폰 선불제 요금 불편함 해결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잔액 확인, 충전 가능한 앱 ‘트루밸런스’로 5000만 다운로드 ... 인도에서 전자결제사업 라이선스 획득

▎지난 8월 20일 서울 역삼동의 밸런스히어로 본사에서 만난 이철원 대표가 트루밸런스가 인도 시장에서 성공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13억 명 인도인 중 휴대전화 서비스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10억 명이다. 이 중 3억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7억 명이 피처폰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인도 모바일 사용자 95%는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 모바일 사용자는 사용 가능한 잔액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일과다. 잔액을 확인하려면 통신사가 정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문자로 받는다.

이런 불편한 방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잔액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으로 처리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여기에 모바일에서 선불 계정도 구매할 수 있고, 잔액도 바로 충전하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인도 시장을 두드려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한국인 창업가가 있다. 2014년 7월 한국에서 밸런스히어로(BalanceHero)를 창업한 이철원(48) 대표가 2015년 1월 인도에 론칭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트루밸런스’가 주인공이다. 1년 중 6개월 이상을 인도에 머물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대표가 지난 9월 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영어 단어 밸런스는 ‘잔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잔액 시장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회사 이름을 밸런스히어로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루밸런스를 이용하면 ‘띠리리’라는 소리가 나온다”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이 소리를 많이 듣게 되고, 인기를 실감한다”며 웃었다.

인도의 국민 앱으로 불려

트루밸런스는 잔액 안내 텍스트를 인포그래픽으로 전환하는 기술력으로 인도 모바일 사용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9월 현재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인도의 국민 앱’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가 가능한데도 이 정도 기록을 세웠다. 아이폰 앱으로 만들기에는 제약이 많아 내놓지 않았다.

밸런스히어로는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이제 겨우 창업 4년차인데다 인도에서만 활동하는 스타트업이지만 소프트뱅크벤처스·메가인베스트먼트·KDB 산업은행 같은 유명 투자사로부터 1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4명의 창업 멤버로 시작했지만 9월 현재 한국 본사와 인도 지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100여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의 비즈니스 모델은 트루밸런스에 들어가는 광고와 잔액 충전 수수료다. 그는 “올해 매출액은 수십 억원 규모로 그리 크지 않다”면서 “내년에는 100억원 이상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에게 선불 요금제도는 낯설다. 인도가 선불 요금제가 대중화된 것은 사용자의 금융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사용자의 신용도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어서 후불 요금제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런 인도 시장의 특성 때문에 모바일 충전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거대하다. 인도에서 선불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가 9억3000만 명 정도인데, 이들은 1개월에 4~5번 정도 충전하고 있다. 이 대표는 “1개월에 선불 충전이 9억 회가 넘는다”면서 “이런 특성 때문에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3위를 하는 기업이 모두 모바일 충전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피처폰 사용자는 잔액 충전을 할 수 없지 않나”라는 질문에 “바로 그 부분에 트루밸런스의 사업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 피처폰 사용자를 위한 충전 서비스를 전면화하면 10억에 달하는 모든 모바일 사용자를 온라인 충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루밸런스 플랫폼으로 핀테크 시장에 진출

트루밸런스는 현재 모바일 유틸리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트루밸런스를 인도 시장에 출시한 이유도 인도의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 7월 말 한국 기업 최초로 인도 정부로부터 전자결제사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것이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도약할 무기다. 밸런스히어로가 받은 PPI(Prepaid Payment Instrument, 선지급 결제 수단) 라이선스는 인도중앙은행(RBI)이 발급하고 있다. 그는 “인도 정부가 예전에는 PPI를 많이 발급했지만, 지금은 엄격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전자결제 사업 라이선스를 받은 마지막 해외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자랑했다.

인도에서 모바일 결제 사업을 하려면 PPI 라이선스가 필수다. 아마존·왓츠앱 같은 글로벌 기업이 라이선스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인도 시장에서 PPI는 1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인도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트루밸런스 사용자의 데이터는 모바일 결제 및 대출 시장 진출에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는 “인도 사람들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우리는 가능하다”면서 “트루밸런스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면, 사용자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다양한 금융회사가 밸런스히어로를 찾아와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곳에서 찾아오는데, 우선은 모두 거절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량으로 모바일 결제 및 대출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를 졸업한 후 공공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대로 유학을 가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꿈 대신 삼성 iMarket Korea의 전략기획을 거쳐 SK 계열사인 와이더댄 아시아 팀장 등의 경력을 쌓은 후 2006년 엑세스모바일이라는 통신사 대상의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는 “와이더댄에서 일하면서 인도와 동남아 시장을 처음으로 경험했다”면서 “액세스모바일은 컬러링 서비스 같은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어려워졌다”며 웃었다. 엑세스모바일이 흔들리면서 인도시장을 떠올렸고, 2014년 7월 대학교에서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후배 3명을 모아서 밸런스히어로를 창업했다. 그의 목표는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인도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강자가 된 후 동남아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후배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인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1405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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