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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못 말리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 

 

김재현 칼럼니스트
가상화폐거래소 폐쇄하자 위챗 채팅방, 해외 장외거래소에서 거래

▎사진:ⓒgetty images bank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1일 64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중순의 저점 대비 80% 이상, 연초 가격 대비 5배 넘게 오른 가격이다. 비트코인 급등이 계속되는 동안, 비트코인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가상화폐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가 모두 중지됐다.

10월 30일 BTC차이나가 비트코인의 위안화 인출을 중단했다. 곧이어 훠비왕과 OKcoin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거래소들은 중국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한 달 동안 비트코인 거래를 중단한 후 2단계로 위안화 인출까지 완전 중단했다. 앞으로 중국 가상화폐거래소를 통해서는 비트코인을 살 수 없다.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 행진


2011년 6월 설립된 BTC차이나는 중국 최초의 가상화폐거래소다. 당시 비트코인이 1~5달러선에 머물러 있을 때부터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을 지속하면서 BTC차이나는 중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로 성장했다. 순탄했던 성장에 이상징후가 생기기 시작한 건 비트코인을 이용한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가 급증하면서부터다. 2017년 이전 5건에 불과하던 ICO 건수는 올 들어 7월까지 60건으로 늘었다. ICO를 둘러싼 투기열기가 대중에게 급속히 확산되면서 중국 금융당국은 ICO를 전면 금지하는 극약처방을 했다.

지난 9월 4일 중국인민은행 등 7개 부서가 연합으로 ICO를 금지했을 때만 해도 ICO 금지가 비트코인에까지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9월 8일 중국 언론은 중국 금융당국이 중국 내의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유인즉슨, 비트코인 거래가 돈세탁과 큰 손들의 시세조종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ICO가 불법자금 모집의 온상이 되면서 비트코인에 불똥이 튄 것이다. 보도 당일 중국의 비트코인 가격은 10% 넘게 하락했다. 해외 비트코인 가격도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급락했다. 하지만 9월 말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더니 11월 1일에는 6400달러를 넘나들었다.

중국 금융당국이 9월 가상화폐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한 후 중국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거래를 그만뒀을까? 아니다. 이들은 장외 가상화폐거래소로 몰렸다. 특히 해외 업체의 가상화폐거래소를 많이 이용했다. 10월 후반기 2주 동안 로컬비트코인즈(Local Bitcoins)·팩스풀(Paxful)·코인콜라(Coincola) 등 해외 업체의 장외거래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거래금액은 약 6억8000만 위안에 달한다.

중국 국가인터넷금융 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가 발표한 ‘비트코인 장외거래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자. 비트코인 장외거래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온라인 P2P 거래, 온라인 B2C 거래와 오프라인 대면 거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P2P 거래는 비트코인 구매자가 로컬비트코인즈나 코인콜라 등 장외거래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판매자와 1대1 거래를 하는 것이다. 결제수단은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제3자 결제서 비스를 사용한다. 2012년 설립된 로컬비트코인즈는 248개 국가의 1만5000여개 도시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홍콩 사이트인 코인콜라는 오픈마켓처럼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서비스도 제공한다. 거래의 안정성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결제는 주로 알리페이를 이용해서 이루어졌다. 올해 팩스풀에서 위안화로 거래된 비트코인 거래 중 96.3%가 알리페이로 진행됐다. 재밌는 것은 중국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장외거래소의 거래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로컬비트코인즈와 팩스풀의 거래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위안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서 20% 이상으로 급증했다. 중국의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이후 중국인들의 해외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났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3대 장외 가상화폐거래소 중에서는 홍콩 업체인 코인콜라의 비중이 70%로 가장 컸다. 중국어라는 언어적 편의성과 에스크로 서비스가 큰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강력 규제에 풍선효과

이뿐 아니다.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의 단체 채팅방을 이용한 가상화폐 거래도 급증했다. 비트코인 거래를 위한 채팅방을 운영하는 류웨이(가명)를 보자. 류웨이는 얼핏 보면 별 볼 것 없는 20대 청년이다. 마른 데다가 볼 품 없는 재킷을 걸치고 다니며 가끔씩 선글래스를 끼고 찍은 셀카를 위챗에 올린다. 하지만, 류웨이 계좌에는 거액이 들락날락한다. 류웨이가 운영 중인 채팅방에는 300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으며, 하루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30만 위안(약 5000만원)에 달한다. 류웨이는 거래마다 0.5~1%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는데, 운영 중인 채팅방도 하나 둘이 아니다. 대략 날마다 3000위안을 버니까 한 달 수입이 9만 위안에 달한다.

이게 다 9월 중순 중국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명령 이후 벌어진 일이다. 채팅방에서는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을 포함한 알트코인도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38800위안에 비트코인 하나 삽니다” “(한 개당) 2000위안에 이더리움 10개 삽니다, 계좌이체”…. 이런 대화가 끊임없이 오간다. 물론 사기꾼도 있다. 비트코인만 받고 잠수하는 수법이다. 류웨이는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거래마다 전용 채팅방을 개설하고 직접 보증을 서는 방법으로 보증료까지 벌고 있다. 안면이 있는 비트코인 채굴공장의 거래도 중개하고 있다. 위챗을 통해서 사설 거래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 이후 중국 가상화폐거래소들도 출구를 찾고 있다. 해외 진출과 블록체인 상용화 연구가 주된 선택이다. 중국 3대 가상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훠비왕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거래소 개설을 준비 중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진출해서 원화로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한 ‘훠비한국’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중국 가상화폐거래소는 해외로 진출하고 중국 투자자들은 해외 장외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위챗을 이용한 사설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막을 수는 있지만, 중국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은 ICO를 전면 금지하면서 비트코인 거래도 막았고 얼마 전 우리 금융당국도 ICO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가상화폐 거래를 막을래야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ICO 역시 막을 수 없는 추세다. 블록체인 상용화 등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ICO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금지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의 ‘규제혁신’이 절실하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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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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