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장중호의 직장인 밥값론(1) 당신의 밥값은 정당합니까?] 경영자와 직원의 끊임없는 동상이몽 

 

장중호 경영컨설턴트
월급보다 적은 일 vs 2~3배 나은 대우 평행선...성실하게 월급값하고 정당한 보상해야

나는 결코 인사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공부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직장인으로서 정말 부끄럽지 않은 밥값을 하고 싶고, 또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내 직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주고 싶다.


▎사진:ⓒgetty images bank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단체가 있고, 그 안에서 수많은 직장인이 하루하루 분투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활동인구는 약 2500만 명. 이들 가운데 25% 정도가 자영업자이니 나머지 75%가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이다. 1900만 명의 샐러리맨이 주어진 일에 매달려 있다. 이들 덕에 기업이 돌아가 이윤을 내며 나라 경제도 돌아간다.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도 날마다 샐러리맨 못지 않게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상위 10% 정도는 ‘사장님’ 소리 들으며 여유 있게 살겠지만 대다수는 고만고만한 업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벤처기업이나 자영업에서는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한솥밥을 먹으며 고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기업이나 사업 규모에 관계 없이 사장 입장은 샐러리맨과 딴판이다. 어려운 상황에도 월급을 줘야 하는 사장 입장에서는 직원 모두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솔선수범해서 해주기를 원한다. 안타깝게도 상당수 직원은 전혀 딴 마음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언제든 사표를 던지는 상상을 한다. 수많은 직장인이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며 더 좋은 자리가 없는지 기웃거리고 있다.

솔선수범 기대 vs 언제든 사표

현재 직장에서 계속 일하려는 직원들도 섭섭함을 느낄 때가 많다. 사장이나 상사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성과도 제대로 나눠주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매일 반복되는 의미 없는 업무와 잔소리, 질책에 갈수록 지쳐간다. 열정을 다해 성과를 내도 상사들이 가로채고, 도대체 사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것 같다. 이어지는 야근과 주말 근무도 왜 하는지 불만일 때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직장에 불만만 쌓이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다음 계획이 마땅찮아 그저 주저앉아 있을 뿐이다.

10명의 팀원과 팀장이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자. 팀장은 잔뜩 열을 내며 당장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를 설명한다. 다음 주까지 임원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짜내라고 닦달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팀장 눈을 마주치는 사람은 기껏해야 한두 명. 나머지는 그저 지겨운 회의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팀장도 으레 그러려니 한다. 화를 내봐야 직원들은 입을 더 닫을 것이고, 그렇게 한다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팀장 10명이 모인 임원 주관 회의에서도 역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10명의 임원이 모인 사장 주관 회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대기업의 임원회의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회사 대표 주재로 20여 명의 임원이 함께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대표는 열을 내며 이야기하는데 임원 가운데 누구도 눈을 마주치며 경청하거나 반응을 보이는 이가 없다. 다들 수첩에 뭔가 적지는 하는데 도대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상사 이야기를 별로 듣고 싶지 않을 때 그저 눈을 내리깔고 수첩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적는다. 이렇게 하면 상사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상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모습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물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후 수첩에 받아 적은 내용을 얼마나 검토하고, 업무에 반영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그 대표는 임원들이 과연 수첩에 뭘 적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의를 마치자마자 임원들에게 수첩을 놓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당시 그야말로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습적으로 감행해 독일군의 허를 찌른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임원들의 수첩 속 내용은 정말 가관이었다고 한다. 대표 이야기를 주섬주섬 적은 임원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표 말과는 상관없는 낙서와 푸념을 끄적거려 놓았다. 대표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임원도 있었고, 대표에 대한 욕설을 적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직장인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다. 사장이나 상사의 불만도 그에 못지않다. 대부분의 상사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주인의 식아 없고 제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월급만 축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장이 직원에게 던지는 욕설 중 가장 심한 것이 ‘이런 밥값도 못하는 놈, 네가 먹는 밥이 아깝다’라는 식이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들어봤을 듯한 치욕적인 말이다. ‘하루 세끼 먹는 밥도 아까울 정도’라는 말은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고용계약서에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회사에 입사해 월급을 받으면 자신의 월급 값, 즉 밥값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자 의무다. 그러나 사장이나 상사가 생각하는 밥값과 직원들이 생각하는 밥값의 차이가 크다 보니 수많은 불행의 스토리가 쓰여진다.

대부분의 직원은 사장과 회사에서 월급보다 몇 배나 많은 일을 하며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2~3배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고 그만큼 인정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달리 사장들은 많은 직원이 밥값도 못하며, 현재 월급의 반만 줘도 할 말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출근해서 시간만 때우느라 기업의 생산성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사장의 방향과 기업의 비전에 공감은커녕 뒷다리만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조직관리나 성과관리 체계가 잡혀있는 대기업보다 몇몇 인재의 역할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며 모든 직원이 한 가족처럼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심하다.

똑 같은 밥값 놓고 반목한다면…

똑같은 밥값을 놓고 사장과 직원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반목한다면, 그 기업이나 조직은 결코 번성하기 어렵다. 필자는 ‘밥값’이라는 다소 거칠고 노골적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기업에서 사장이나 상사 그리고 직원이 밥값이라는 단어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명제를 놓고 기업의 성장과 개개인의 발전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여년의 직장생활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분에 넘칠 만큼 인정과 대우를 받았는가 하면, 견딜 수 없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되기도 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눈물의 사직서를 낸 적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을 실감한 직장생활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기업 성장의 진정한 비밀은 뛰어난 전략도, 엄청난 기술과 자본도 아닌 하루하루 제대로 밥값을 하는 직원의 힘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CEO가 대단한 미래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함께하는 직원이 다른 생각을 하고 밥값을 못한다면, 혹은 자신들이 정당한 노력만큼의 밥값을 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다른 곳을 기웃거린다면 거창한 전략과 비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성장이 멈춘 지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각자의 위치와 자리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밥값을 하는 것이다.

※ 장중호 - 인공지능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경영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어 많은 기업의 사업전략 및 마케팅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후 이마트와 GS홈쇼핑의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통 업계의 마케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터가 알아야할 21가지 이야기]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가 있다.

1416호 (2018.01.08)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