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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사랑하는 힘(1)]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위대한 사랑 연습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셰릴 샌드버그의 삶의 회복탄력성...역경과 고통을 극복하는 내면의 근력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차세대 미국 대선 후보로도 꼽히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인생이란 길을 걷다 보면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너무 바빠 자신이란 존재에 대해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면 그건 슬픈 이야기가 아닐까? 통상 우리는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스스로에 대한 원망을 하거나 자책을 하기 쉽다. 나는 왜 이래,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었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혹시 벌어지지도 않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 아니면 지나치게 스스로가 완벽주의자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나는 어떤 존재였나?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연속선상에 있다. 늘 크고 작은 실패를 맛보며 자랐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갖고 싶은 것을 못 가져봤고, 시험을 망쳐봤으며,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가고 싶은 직장에 입사하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다. 세상에 다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다면 그게 일반적인 인생일까? 실패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공자님 말씀이라고 치부하기 쉽다. 내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눈물이 나는 게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도 외롭고 훗날 삶을 돌아 볼 때 많은 회한에 잠기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 모든 걸 잃어버린 심정은 오죽하겠나. 밥도 넘어가지 않아 야윈 얼굴로 혼자 집에 틀어 박혀 나가기 싫은 경험은 흔한 것이다. 지갑이 얇은데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며 위로를 해보지만 그래도 기운이 잘 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반복된 시련과 실패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뜨겁게 사랑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거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른 채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를 사랑하는 법부터 익혀야

자, 이제 스스로를 원망하는 것을 멈추어 보자. 누구에게나 좋은 기질이 있다. 자신의 장점 리스트를 만들어 곰곰이 그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매일 자기에게 긍정의 최면을 걸고 그걸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가 진정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상대방도 자신 있는 나의 모습을 더 좋아할 것이다. 물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는 방법을 익히며 익숙해진 후에 사랑의 대상을 자신으로 치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때 매일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다. 기분도 좋아지고 일의 능률도 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나를 사랑할 때 가장 먼저 다가오는 변화는 무엇일까? 부정적인 생각이 물러나고 긍정의 심리가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삶을 찾아가는 출발점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일도 그러할 것이고 아마 어떤 변명거리를 찾는다면 내일도 그러하리라.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없이 삶을 살아왔고 죽을 때까지 그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구실을 찾기 바쁠지도 모르겠다. 오늘 당장 아무런 기대도 갖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스스로에 분노하고 증오하고 슬퍼하듯 반대로 스스로를 사랑할 충분한 자격도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힐링으로 이어지듯이 우리가 가진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감사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지 않을까.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 선택은 특별한 연습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시간이란 선물을 제공해보자. 이게 자기애의 발로이며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자기를 자책하게 만든 기제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알고 원인을 규명하고 때로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짬을 내어 어디론가 멀리 가보자. 그게 어렵다면 명상과 휴식으로 스스로의 시간을 가져 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상황이나 원인을 알아보면 어떨까?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들을 멀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려 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리라. 좋아하는 취미에 몰두하는 것 역시 무력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는 길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불완전한 게 인간의 모습이라면 이를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다. 나를 잊은 채 살아가는 텅 빈 거리에서 어느 옷가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데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나. 그런 그대에게 오늘 아주 특별한 손님을 제대로 초대해 본다.

스타벅스와 월트디즈니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2008년부터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는 한 여성이 있다. 그의 이름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차세대 미국 대선 후보로도 손꼽힌다. 그는 한 대학의 졸업식에 연사로 의뢰를 받는다. 버지니아 텍 대학교. 미국 대학의 슬픈 역사이자 한국인에게는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곳에서 조승희라는 학생이 죄 없는 학생들을 총으로 쏘아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자신은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셰릴 샌드버그는 집단적 상실의 아픔을 위로하려고 했던 것일까? 졸업식 연설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

상실의 아픔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자기애


▎미국 IT기업 CEO들은 2017년 1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트럼프,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애플 CEO 팀 쿡.
“지난 2년 간 회복탄력성을 공부하면서 보냈어요. 이전보다 그게 내 인생에서 정말 필요했습니다. 내게 실제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었어요. 어느 날 깨어 있으면서 어디서부터인지 몰라도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답니다. 그 날은 비가 왔는데 슬픔에도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삶이란 게 그렇게 갑자기 방향을 틀 수 있어요. ‘함께’가 중요하더군요. 함께 와서, 함께 노력하고, 함께 슬퍼하고…. 음, 더 중요한 게 있어요. 함께 극복하는 것이지요. 그전에 나는 공허함에 빠졌어요. 거대한 공허가 가슴과 폐에 가득 차 생각할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어요.”

여행을 떠난 곳에서 갑자기 사랑하는 남편이 죽었다고 하자. 이유야 어찌되었든 남아있는 자식을 보면서 50을 바라보는 한 미망인이 느끼는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자고 하니 이기심을 말하는 것과 혼돈할 수 있겠다. 사실 전혀 다른 이야기다. 유치한 자기중심적 생각만으로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기 자신도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성숙한 자기애를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자기애는 세상을 유연하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런 자기애를 가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자기조절능력, 객관성, 목표 지향성이다. 자기애가 자기존중감이라면 그게 강하면 자책하지 않는 자기관용성이 생기게 되고 타인과의 협력 관계가 지속되기 쉽다. 그 결과 역경에 부딪혔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도 강해진다. 셰릴 샌드버그는 사회에 뛰어드는 학생들에게 그런 삶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다. 그는 와튼스쿨 심리학교수이자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의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옵션 B]라는 책을 발간했다.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그는 인간관계·직장생활·사생활 등에서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어린 아이들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까 극도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의 담대한 이야기가 핵심을 찌른다.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 우리가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지 않거나 하는 게 아니란 점입니다. 회복탄력성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는 근력입니다.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열린 자기애에 기반한 건실한 공동체 건설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비영리기구인 ‘린인(LeanIn.Org)’을 세운 셰릴 샌드버그는 같은 이름의 책 [린인]도 펴냈다.
친구 애덤 그랜트는 셰릴 샌드버그와 그의 아이들이 고통을 줄이고 역경을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으로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기본적인 마음자세를 비롯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그랜트의 조언을 바탕으로 셰릴과 아이들은 점차 상실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다. 책에서 셰릴은 자신이 내면을 치유하며 외상 후 성장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는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가 헬스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현장을 목격한 후 오장육부가 뒤틀리도록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후 자신이 느낀 격렬한 슬픔과 고립감을 털어놓는 동시에 자신의 심정을 쏟아 낸 일기를 공개한다.

우리는 가정이 무너지고 우정에 금이 가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튼튼한 공동체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남편을 잃은 그의 개인적인 상실의 아픔과 32명의 생명을 잃은 버지니아 총기 사건의 상실의 슬픔이 오버랩 된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나름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도전이 세찬 비바람처럼 우리를 갈기갈기 찢는다. 그건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매우 보편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회복탄력성을 만들어줄 수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회복탄력성을 만들 수 있어요. 우리는 공통체로서도 함께 그렇게 할 수 있지요. 그걸 집단적 회복탄력성이라 부르지요. 그게 정말 믿기 어려운 힘을 발휘합니다.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런 관계에서 삶의 의지, 사랑할 수 있는 포용력, 이 세상에 변화를 초래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분열의 시대에서 집단의 회복력을 키우는 작업에 힘써야 합니다. 그건 여러분이 알든 모르든 특별한 방식으로 형성되고 강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여러분은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공동체를 이끌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에 나가 여러분의 공동체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힘을 믿으세요. 여러분 주변 사람의 힘을 믿으세요.”

그는 집단 회복탄력성의 출발점으로 서로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랑하게 되는 법을 이야기한다. 집단 회복탄력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랑과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을 끊임없이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종국적으로 온 세상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 유대는 연결을 넘어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무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믿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혼자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자신만의 번민의 세계에 갇힌 것으로 생을 소비하지 않았다. 자신이 침묵 밖으로 나오도록 울타리가 되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그런 유대와 지지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한다.

“여러분들이 어떤 그룹에 속한다면 너무 정형화된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냐고 누군가에게 정중히 말한다면 때로는 그게 짐이 될 수도 있어요. 내 친구가 아플 때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요. ‘네가 내려오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어. 그냥 너를 포옹 한 번 하기 위해 병원에 온 거야.’ 뭐 그런 거예요. 정말 큰 것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먼저 다가가세요. 햄버거 빵에 잘못된 뭘 얹었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어요. 기쁠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울어 주세요. 그게 진정으로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삶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그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 외에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집단적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를 설명하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기대를 정하는 것이기에 중요하다. 그리고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통된 이해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하긴 각 대학에 유서 있는 스포츠 시합은 서로의 단합을 유도한다.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맞서 사회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메시지가 교정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온다. 그는 이미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비영리기구인 ‘린인(LeanIn.Org)’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린인에는 소규모 그룹이 여럿 존재하여 서로가 열망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는 남편이 죽을 때까지 왜 그런 작은 그룹이 번성하는지를 몰랐다면서 그 이유를 집단적 회복탄력성의 힘으로 돌린다.

“중국 베이징에서 린인에 속한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7살의 중국 여성이 결혼하지 않았다고 무시받아서야 되겠습니까? 36살 경제학과 여교수가 너무 교육을 많이 받았다고 15명의 남자에게 거절을 당해서야 되겠습니까? 그 이후에 그의 아버지는 그의 여동생이 대학원에 가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우리는 린인에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외톨이가 아닙니다. 우리는 강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써 나갈 것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산 세계 여성들이 공통의 이해를 갖고 이야기의 힘을 믿고 집단적 회복탄력성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경험과 이야기 공유로 집단적 회복탄력성 키워

그녀는 마지막으로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두려움과 싸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희망이라는 작은 단어에는 큰 사유의 힘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라는 게 달라요. 소풍날이 되면 비가 오지 말기를 바라죠. 내 희망은 좀 근원적인 것입니다.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여러분들이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해라고 할까요. 희망이라 하면 개인적인 걸 주로 생각하죠. 하지만 바라는 것을 함께 할 때 그게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교회에서 총기 사건이 있었죠. 목사님과 예배를 보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는 그곳을 방문하고 놀라운 것을 발견했죠. 생각과 달리 공동체가 증오심으로 소비되고 있지 않았어요. 공동체는 인종차별주의와 폭력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목사님의 글귀를 생각해 보셨나요. ‘증오에 대해 안 돼, 오늘은 아니야. 분열에 대해 안 돼, 오늘은 아니야, 희망의 상실에 대해 안 돼, 오늘은 아니야.’ 그렇게 매일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015년 파리 테러에서 한 여성이 죽었다. 셰릴은 감동적인 페이스북 포스팅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다. 모두가 눈물을 글썽인다.

“사건이 일어난 이틀 후 나는 킬러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금요일 밤 당신들은 정말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사랑하는 아내, 어머니, 아이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게 증오심을 유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의 17달 된 아이가 매일 그러하듯이 평화롭게 놀고 있습니다. 이 어린 아이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으로 당신들을 무시할 것입니다. 당신들은 남은 내 아이에게도 증오심을 가지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희망을 저버린 상태에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자기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세상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면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힘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희망은 그것을 기대하는 우리를 더 희망적으로 만듭니다. 그게 집단적 회복탄력성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힘과 희망이 되어 서로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공유하고 희망을 공유할 때 여러분의 대학 구석구석이 빛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용기, 신뢰, 사랑의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이 대학은 미국과 세계에 큰 의미를 지닙니다. 많은 사람이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더 강해지고 용감하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는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서 회복력이 강한 조직을 만들어 보세요. 가서 정의롭지 못하다면 큰 소리로 외치세요. 가서 여러분의 시간과 열정을 의미 있는 대의를 위해 할애하세요. 세상에 고장 난 게 있다면 가서 고치세요. 그게 여러분이 해야 할 일입니다. 가서 회복력이 강한 공동체를 건설하세요. 가서 여러분의 친구와 가족, 이웃을 위해 계속 분투하세요. 그게 서로를 치유하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즐거운 순간마다 서로를 축하해주세요.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는 게 회복력을 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명심하세요.”

희망을 저버린 상태에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나?


▎셰릴 샌드버그는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옵션 B]를 펴냈다.
우리 앞에 있는 미지의 길에는 좋은 날도 힘든 날도 있다. 그 모든 날을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의 메시지가 조용히 교정에 있는 나뭇가지를 흔든다. 그는 개인적 아픔을 승화시켜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넘어 집단의 회복탄력성을 말하고 있었다. 그게 그녀가 살아가는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리라.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세요. 여러분이 살고 싶은 그런 세상을 창조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그려 보세요. 여러분이 참여하고 만드는 공동체에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보세요. 무엇보다도 즐거움과 사랑 그리고 의미를 위해 삶이란 선물 자체와 기회에 감사하세요. 오늘 밤 나는 ‘세 가지 즐거운 순간’이란 것을 적으면서 공동체의 희망과 놀라운 회복탄력성에 대해 글을 써 내려갈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럴지 모르겠네요. 여러분 앞에 펼쳐진 세상에서 여러분이 무엇을 하며 보낼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의 일을 생각하며 3가지 즐거움을 상기한다. 상실의 아픔을 겪고 그는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고 평범한 일상과 사람들에 대해서도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의 일련의 노력은 감사하고 반성하며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많을수록 행복과 즐거움은 커진다. 우리는 살아가며 우리가 만든 선택대로 살아갈 수만은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옵션 B가 필요하다. 남편을 잃고 2주가 지났을 때 셰릴은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학교활동을 준비해야 했다. 그는 말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내 남편 데이브에요.” 셰릴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그의 친구는 말한다. “셰릴, 옵션 A가 더 이상 없으니 옵션 B의 삶을 최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게.”

남편이 죽었을 때 그는 모든 사람이 귀찮았다. 자신의 엄마까지도 성가신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사람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됐다. 삶은 누구에게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 누구라도 살면서 옵션 B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옵션 B의 삶을 최대한 풍성하게 누리도록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스스로를 알고 조절하고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법을 키워야 한다. 그게 나와 우리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이다. 셰릴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인생 이야기다. 누군가 슬퍼할 때 어깨를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슬플 때 기댈 누군가의 어깨도 필요하다. 그게 나를 사랑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기본 정신이고 삶의 과정이다.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등이 있다.

1416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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