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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콘텐트산업 판도 바꿀까] 저작권 관리엔 도움, 경제적 성공엔 물음표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블록체인으로 창작자와 소비자 직거래 가능 … 스팀잇·뮤지코인 인기에도 중개자 역할 중요

▎올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블록체인 기반의 음원 청취 사이트 뮤지코너미 메인화면.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실제로 쓰이지도 않는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정확히 말하면 ‘블록체인상의 암호화폐’ 숫자는 1400가지가 넘은 지 오래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결제와 송금을 목표로 하고,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 기능을 추가하고, 리플은 송금 등 은행 간 거래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이런 기능을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예컨대 지금처럼 암호화폐의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다면 리플을 은행 간 거래에서 쓰기 어렵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블록체인 기술이 다른 수단보다 편리하지도 않다.

이와 달리 우리는 음악·책·뉴스와 같은 콘텐트를 일상적으로 소비한다. 콘텐트 업계에서 암호화폐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사례다. 블록체인 기술을 간략히 요약하면 과거의 거래 기록과 같은 정보를 모두 블록에 기재해 여럿이 분산해 보관하는 것이다. 이전 블록의 내용을 다음 블록에 암호화해 새겨넣는 개념이다. 정보를 수정하거나 특정한 계약 내용을 실현하려면 블록이 체인처럼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앙 서버에서 이런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블록을 많은 사람이 생산(채굴)할 수 있으려면 보상을 해야 한다. 이때 주어지는 보상이 바로 암호화폐이며, 이런 시스템을 공개형(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SK텔레콤 “새로운 음원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SK텔레콤은 1월 31일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새로운 음악 플랫폼 사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아이리버가 기획사 3곳의 음원을 유통하는 계약도 했다. 이에 따라 엑소·트와이스·방탄소년단 등의 음원을 아이리버가 공급하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로운 음악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음원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음악·출판·미디어 등 콘텐트 업계는 왜 블록체인을 도입하려고 할까?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모든 걸 통제하는 게 아니라 거래장부든 정보든 이를 분산해서 개인들이 모두 나눠 보관하고 기록하는 개인 대 개인의 거래다. 창작자가 직접 소비자와 콘텐트 거래를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중개자는 원칙적으로 필요치 않다. 예를 들어 음악산업에서 가수가 노래를 만들었다면 기존에는 기획사·유통사·플랫폼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블록체인상에 음원을 올리면 소비자가 창작자로부터 직접 음원을 구입할 수 있다. 음원 거래를 기록하고, 스마트 계약 기능으로 저작권을 지닌 이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블록체인 콘텐트 서비스는 ‘스팀잇’이다. 스팀잇에 글을 써서 포스팅하고,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며,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같은 기능인 ‘보팅’에 참여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사용자들이 보팅과 댓글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미디어라고도 한다. 글을 올려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스팀잇 블록체인 상의 암호화폐 ‘스팀’을 얻을 수 있다. 정확히는 스팀으로 교환 가능한 ‘스팀파워’를 받는다. 스팀을 직접 받는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돌아갈 수 있게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채굴자들(이곳에선 증인이라고 부르며 신청자 중 소수를 선정)이다. 스팀잇은 비트코인과 같은 1세대 암호화폐의 취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보상 체계가 다소 복잡하다. 스팀이 채굴되면 비트코인처럼 이를 전부 채굴자들에게 주지 않고, 상당 부분을 스팀파워와 스팀달러라는 형태로 저작권자들, 보팅에 참여한 이들에게 준다. 스팀파워에는 이자가 지급되고, 1달러와 교환이 가능한 스팀달러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스팀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창작자가 스팀파워를 스팀으로 바꿀 때까지 3개월이 걸린다. 새로운 글이 계속 올라오도록 하는 장치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스팀이 계속 거래되는 한 스팀잇은 미디어가 될 수도 있고, 출판사가 될 수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스팀잇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은 개인이 발행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며 “개인 발행인은 20여년 전 블로거, 최근의 유튜버처럼 스스로 편집권을 행사하고 사업을 한다. 과거와 달리 블록체인상의 코인이라는 보상기재가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 출판사 원앤원콘텐츠그룹의 정영훈 이사는 “출판업은 일종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른 부가가치도 생산하는 곳”이라며 “콘텐트의 유통라인 없이 (저자와 독자가) 직거래를 한다는 것에 출판 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가 마케팅에 나서고 투자 리스크도 진다?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 블로깅 서비스 스팀잇 홈페이지.
음악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산업은 저작권이 출판이나 미디어에 비해 복잡한 편이다. 저작권이 가수에게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싱어송라이터라고 해도 여러 사람에게 나눠져 있거나 음반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악과 관련된 블록체인상의 암호화폐는 많은 경우 백서만 있고 실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 블록체인 기반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뮤지코인이 실제 운영중이다. 뮤지션이 직접 독점적으로 음원을 배포하고, 암호화폐인 뮤지코인의 채굴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채굴자가 갖게 된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이 수익은 저작권자·가수·연주자 등에게 일정 비율로 돌아가게 된다. 이더리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뮤지션이 직접 토큰을 발행하기도 한다. 유명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뮤지션인 디제이 그래매틱은 자신을 암호화폐화 했다. 그는 메이저 음반회사와의 마찰 때문에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려고도 했지만 블록체인을 통해서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저작권자는 많지 않다. 그만한 인지도를 갖춘 뮤지션은 드물다. 때문에 음악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주로 공정한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록 안에 저작권을 표기해 쉽게 관리하고, 이를 통해 투명하게 수익을 배분하거나, 블록 내 정보를 변조할 수 없는 특징을 활용해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데 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콘텐트산업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 시스템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이제 음악·출판·미디어 업계에서 중개자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잘 알려진 뮤지션이라면 블록체인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뮤지션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고 프로모션을 해서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게 음악산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사는 뮤지션을 기획하고 프로모션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새로 낸 음반이 잘 안될 수 있는데 이런 리스크를 안고 투자에 나서는 역할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개자가 없어도 되는 블록체인이 콘텐트의 질에 꼭 좋은 영향만 끼치진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영훈 이사는 “덜 가공되고 덜 세련되고 덜 대중화된 콘텐트 탓에 독자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작가가 마케팅과 부수적인 업무까지 하면 본연의 창작 업무에 집중하지 못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디어 업계에 블록체인 방식이 도입된다면 자본의 압력에 굴하거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인이 이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준웅 교수는 “개인 발행인이 스폰서와 같은 작전세력에 휘말릴 수 있는데, 대중을 지속적으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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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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