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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기업은 메이커 아이디어 적극 활용메이커페어는 미국의 DIY 잡지인 [메이크]가 2006년 독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행사다. 처음에는 창업을 염두에 둔 참가자들보다는 물로 가는 자동차처럼 기상천외한 자신만의 작품을 가지고 행사장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면서 메이커페어는 한국을 포함해서 세계 40여개 국에서 매년 열리는 인기 행사가 됐다. 메이커페어는 이제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펼치는 장이다. 청소년 교육용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IT 미디어 블로터는 “선전 메이커페어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으로 대변되는 정부 기조와 맞물려 2014년 행사를 기점으로 선전을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중국에서 메이커와 촹커(창업자)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인구 2000만 명인 선전에는 메이커스페이스 등 창업을 지원하는 시설만 500개가 넘는다.메이커가 창업자가 되는 일은 선전에서만 벌어지고 있지 않다.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은 난징에 위치한 메이커스페이스 회원들을 대상으로 몇 년 전 하드웨어 해커톤 경연을 열고 자사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토록 했다. 한 해커톤 참가자는 하이얼의 신형 세탁기 내부와 외부 드럼 사이에 완충볼을 넣어 세탁기를 청소하고 내구성도 높여주는 ‘스마트 볼’이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이얼은 이 아이디어를 실제 자사 제품에 적용했고, 제안자에게도 충분한 대가를 지불했다.중국 폭스콘의 경우는 회사 내부에 자사 직원들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를 설치했다. 폭스콘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제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창조성이 길러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조 대기업들이 메이커페어나 메이커들을 대하는 것은 물론 아직 실험적인 단계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제품 연구개발(R&D)을 여러 혁신 그룹과 함께 진행하려는 시도는 국내에서도 LG전자 등이 하고 있다.올해로 7년째를 맞는 ‘메이커페어 서울’에서는 지난해에도 3D 프린팅, 드론, 로봇, 전기자동차, 가상현실(VR), 로켓, 악기, 스마트 토이, 수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제품이 등장했다. 지난해엔 120팀 400여 명의 메이커가 전시자로 참가했다. 일부 메이커들은 부스에서 직접 제품을 팔기도 했다. 지난해 메이커페어 서울에서 만난 정다운씨는 가천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디어아트 작품을 구상하던 중 메이커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씨는 고양이 모양 LED 기판 브로치인 ‘테크노 냥’을 출품했다. 혁신센터 미래청 2층에 마련된 작은 매대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고양이 모양의 이 브로치엔 센서가 달려있어서 어두워지면 저절로 LED 등이 들어와 반짝거린다. 정씨는 미리 준비한 브로치 45개를 이틀 간 모두 팔아 매출 80만원을 기록했다. 정다운씨는 행사장에서 만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 직원으로부터 사업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정씨는 “하드웨어는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서 쉽게 창업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메이커 문화는 1인 제조 스타트업 탄생의 기반서울 메이커페어는 자동차를 개조하거나 복잡한 설계를 구현한 마니아적인 작품을 주로 내놓는 미국 메이커페어나, 제조 업체와 협업하고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하는 중국 메이커 페어와는 달랐다. 한국에선 교육적인 측면이 강했다. 교사들이 중고등학생 수십 명씩을 데리고 단체 관람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지난 서울 메이커페어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메이커는 로보메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김명국씨였다. 김명국씨는 뇌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뇌파를 이용해 모형 자동차를 움직이는 작품이다. 체험을 해보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김명국씨는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 생각은 없다. 김명국씨는 “뇌파로 가는 자동차는 정말 재미로 만든 거라 양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메이커 문화는 큰 자본이 필요 없는 1인 제조 스타트업이 탄생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자본 위주의 하드웨어 양산을 하기가 쉽지도 않고 자칫 생계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