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부담에 점진적 통일론 지지층도 줄어 … 세대별 인식 차이 뚜렷
▎박명호 교수는... 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회장이자 중앙선관위 자문위원이다. 한국정당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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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와 한반도기가 평창 올림픽에 등장했다. 하나 된 남북의 모습을 보여준 상징이 구호와 깃발이다. 그렇다면 ‘남북은 하나인가?’ 우리는 평창 올림픽의 구호와 깃발처럼 ‘하나의 남북’으로 생각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시적’으로 그렇다. 근본적으로는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남북 관련 쟁점에서 뚜렷한 세대 차이가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강화되는 양상이다. 앞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남북은 하나’가 ‘일시적’이라고 보는 건 ‘평창특수’ 효과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한 것에 대해 10명 중 7명은 잘된 일로 봤다.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은 24%에 불과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가 남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인식도 넓게 퍼졌다.하지만 이념 성향으로 나누어 보면 진보층이 공동 입장에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보수층은 긍정과 부정이 엇비슷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 조사 대상자의 59%가 반대하는 결과도 있었다. 방향은 같아도 세부 내용에서는 다르다는 말이다.평창 올림픽 후 또는 올림픽 진행 중 이뤄진 조사에서 긍정적 의견이 나왔지 평창 올림픽 전 조사 결과는 이와 다르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때 남북이 공동 입장을 하더라도 남측은 태극기를 들고 북측은 인공기를 들자는 의견이 절반에 가깝거나 절반을 넘긴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중도 보수층과 40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태극기와 인공기 공동 입장을 지지했다.‘하나’의 다른 표현은 남북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말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남북을 단일민족 국가라고 보는 사람은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답한 사람 중 60세 이상이 47%로 가장 많았다.20대의 20%만이 남북을 단일민족 국가로 보고 47%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남북이 단일민족 국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국가’라고 보는 사람이 73%에 이른다는 올 초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같은 맥락에서 통일 필요성에 대한 생각도 세대별로 다르다. 작년에 실시된 조사를 보면 ‘반드시 통일 되어야 한다’는 60대 이상에서 32%로 가장 높고 20대는 17%에 불과했다. 세대별 의견 비율은 문항과 조사 시기 등에 따라 다양하지만 세대차는 분명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통일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비중이 적다.‘통일보다 현재가 낫다’거나 ‘통일 한다면 10년 후쯤 점진적’으로가 압도적이다. 2000년 이후 조사들을 보면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긍정적인 답변은 대부분 20% 언저리였고 15%가 가장 낮았으며 최근으로 올수록 ‘통일보다는 현재가 낫다’와 비슷한 양상이다.대다수 사람들은 ‘통일이 10년 후쯤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진적 통일론에 대한 동의는 70%가 최고였고 최저는 55%, 최근에는 50% 후반 또는 60% 초반이다.‘점진적 통일론’의 근거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다. 가장 큰 부담을 안아야 할지도 모를 2030세대 중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게 좋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 근처다. 당위론과 현실적 능력 사이에서 고민하는 거다. 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진보적이며 세계 34개국 비교 조사에서도 두 번째로 진보적인 우리나라 20대 10명 중 6명 가까이는 ‘개성공단 즉시 재개’에 반대하고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조사도 있다.올 초 한 조사에 따르면 남북 관계 쟁점에 대한 우리 내부의 갈등, 남남갈등이 심하다는 데 70%가 동의했다. ‘구호와 깃발의 상징’으로 ‘남북은 하나’가 될 수 없다.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10명 중 8명이 동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 된 남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