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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국제정치학] 남북이 하나 되려면 美·中 공감대 필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분단의 시작부터 고착화까지 국제적 차원의 변수 얽히고설켜

▎박인휘 교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이자 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다.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제정치학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북한은 우리와 다른 별개의 국가인가요?” 잠시 머뭇거린 학생들은 대체로 세 가지의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첫째, 학생들은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우리 헌법 3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 전체 영토를 관할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종의 불법 단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둘째, 북한이 하나의 정상 국가라고 대답하는 학생들도 있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결정했을 때, 우리는 평화공존을 전제로 했고, 북한은 현재 각종 국제법과 국제기구에서 정상 회원국가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하나의 국가이기도 하고 동시에 국가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들은 앞선 두 개의 답이 모두 맞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이 세 가지 서로 다른 대답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북한은 피겨, 쇼트트랙, 알파인 스키 등의 종목에서 단일 출전했다.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이자 국제 사회의 독립된 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한편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3명의 북한 출신 선수가 우리 선수들과 한 팀이 되어 경기를 치렀다. 한반도 기를 가슴에 달고 하나의 국가 팀이라는 가정 하에 외국 팀과 싸운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고 ‘단일팀’과 ‘분리팀’의 공존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 국민 일부는 매우 난감해하기도 했다. 엊그제까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우리를 위협하던 북한의 양면성에 화를 냈던 것이다. 북한을 일종의 불법 집단으로 인식하는 입장이 배경에 깔려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차피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불사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을 설득하고 달래서 대화의 테이블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고 운명적 과제이다. 과거의 경우 남북이 서로 으르렁대다가도 일단 협상과 교류 국면에 들어가면 ‘남북은 하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같은 민족적 정서가 짙게 깔리곤 했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북한 선수들의 전격적인 참여와 대규모 공연단·응원단의 남측 방문에도 우리 국민들은 상당 부분 냉정한 분위기를 유지했던 것이다.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북한 측에서 김여정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조금은 차가운 정서와 연관된 측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방문한 김여정 스스로 공개적으로 “갑작스럽게 내려오게 되어서…”라고 말한 점은 이러한 정황을 더욱 수긍케 만드는 부분이 있다.

남북은 하나인가? 이분법적으로 대답하자면 남북은 지금 하나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제기하는 질문은 ‘남북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까?’로 수정돼야 할 것이다. 3대 권력 승계에 성공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일종의 두 개의 코리아 전략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그리고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통일까지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고 험난하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제정치학적으로 보자면 한반도 분단의 시작, 정착, 그리고 고착화 과정에는 국제적 차원의 변수가 너무도 많이 개입돼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공감대 형성이 없이는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이 아주 요원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70년이 넘는 분단 과정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서, 남북한 관계 차원에서, 그리고 외교적 차원에서 깊숙이 뿌리내린 적대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이 됐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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