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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심리학] 탈북민과 남한 주민의 동질감 연구부터 

 

채정민 서울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부교수
심리적 동질감 차원에서 분단과 통일 문제 다룬 연구 부족해

▎채정민 교수는... 서울시 자문위원장이자 대한군상담학회 학회발전위원장이다. 중앙인사위원회와 인사혁신처 시험출제위원을 역임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이를 듣고 어떤 사람은 ‘남북한은 분단돼 있고 전쟁까지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은 ‘남북한은 원래 한민족이고 다른 나라 탓에 강제로 분단됐기 때문에 하나라고 봐도 된다’라고 생각했다.

통일 이전의 독일에서도 동질감 문제가 곧잘 제기됐다. 1969년 신동방정책을 실시해 독일의 사회통합주의와 내독관계를 천명하고, 1970년 동서독 정상회담도 열었다. 그런데도 동독에서는 1971년 동서독 주민 사이에서는 동독과 서독이 다른 민족이라는 ‘2민족론’이 대두됐다. 동서독 분단 후 이질감이 더 강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통일 이후에는 ‘독일은 아직도 통일되지 않았다’ ‘베를린 장벽은 허물어졌지만 동서독인의 마음의 벽은 더욱 단단해져 간다’는 말이 나왔다. 통일된 지 12년이 지나서도 ‘새로운 연방주(옛 동독지역) 출신의 직원은 안 됨’이라는 한 기업의 전화상담 직원 채용 광고가 등장했다. 동서독 주민 간 이질감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광고를 접한 동독 출신자의 자존심은 상처받을 대로 받아서 결국 ‘반발적 정체감’을 갖고 심리적으로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살게 됐다. 이 예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심리학적 관점에서 동질감이란 무엇인가?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측면에서 동질성을 다루지만,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동질성 자체를 다루지 않고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을 다루기 때문에 ‘동질감’으로 개념화한다. 쉽게 말해 ‘정신과 행동 면에서 두 사람 이상이 가진 성질이나 특성이 서로 같다는 느낌’을 동질감으로 정의하고 다룬다. 단, 이 경우라도 두 사람이 꼭 같아야만 동질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이질감을 느껴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일정한 범위에서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을 동질감으로 본다.

이 심리적 동질감은 남북한의 분단 혹은 통일을 거론할 때마다 중요하게 다뤄져왔다. 남북한 통일 방안에서 ‘민족동질성’이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사람 있는 곳에 심리학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보면, 동질감을 포함한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할 법한데, 그동안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를 보면 통일 이전에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단과 통일을 다룬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통일된 예멘이나 베트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독일은 통일 이후 1990년대 초중반에 심리학적 연구가 활발했다. 그런데 통일 이후부터 심리학적 연구를 한 독일에서는 동서독 주민이 동질적이냐 이질적이냐 혹은 동질감을 어느 정도 느끼느냐와 같은 주제로 직접 다루기보다는 ‘통일의 심리적 영향’ ‘통일의 후유증’ ‘통일 후 국가정체감 형성’ ‘통일 후 문화적 다양성 다루기’ ‘동서독 주민의 심리사회적 특징’ ‘유태인 가족과 비 유태인 가족의 적응’ ‘상대적 박탈감’ 등의 주제와 함께 다뤘다. 이렇게 동질감을 간접적으로 다룬 이유로는, 동질감이라는 말이 가진 추상성이 크고 동질감이 높아야만 바람직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남북한 분단과 통일에 대한 심리적 동질감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논문은 지금까지 단 1편에 불과하다. 다른 연구논문에서는 동질감 문제를 남북한 주민의 상호인식, 심리적 거리감, 가치관 유사성(특히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차원에서), 성격 유사성, 국가정체감 등의 주제로 다루었다. 현재 국내에 입국해서 살아가는 북한 이탈 주민과 남한 주민을 대상으로 입체적으로 심리적 동질감을 연구하고,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이탈 주민과 북한 주민을 같은 심리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해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적 동질감을 추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사회학·인류학·교육학·정치학 등 인접 분야의 학자들과 학제적 연구를 통해 분단과 통일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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