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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교육학] 하나의 의식·가치관·태도 함양부터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남북한 분단 65년 사이 이질화 심화 원인이자 극복 열쇠는 교육

▎김이경 교수는...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이자 교육정치학회 부회장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여러 국제 스포츠 이벤트로 남한과 북한이 한민족이고 동족이라는 점을 확인할 때마다 새삼 놀라곤 했다. 남북 공동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할 때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눈물을 글썽이며 환호했을 것이다.

스포츠만큼 그 순간 대중을 열광시키고 뭉치게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또 있을까? 그러나 경기장과 선수들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면 달아오른 열기는 그만큼 무섭게 빨리 식게 마련이다. 아무리 잘 연출된 스포츠 행사라도 남과 북의 이질성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남북한이 진정 하나가 되려면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남북한의 이질성이 심화된 원인도 교육에 있지 않은가. 한반도 분단 후 65년 동안 남북한은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추구해왔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이질감이 증폭됐다. 제도적 이질감은 남북한 국민의 가치관·사고방식·생활습관·문화양식 등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다름 아닌 교육의 역할 때문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학식과 인격을 도야하는 기능을 넘어서 특정 사회 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수단적 기능도 수행한다. 어떤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규범을 잘 짜인 교육 과정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전수시키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남북이 서로 다른 정치·사회 체제를 지향하면서 교육의 이질화도 심화됐다. 그 결과 남북한의 교육은 목적의 차이로부터 교육 과정, 교육 내용, 교과서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이질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남한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키우는 교육을 지향한다. 사회주의와 주체사상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북한은 교육에서도 체제 유지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

심지어 남북한이 동일할 것이라고 여기는 언어도 어휘나 용어, 언어 문화 등에서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다. 스포츠 역시 북한 체육활동의 목적이 집단주의 정신과 혁명적 동지애를 키우고 이를 통해 사회주의 건설에 이바지하는 사람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남한과의 인식 격차가 크다. 이런 이질성에 더해 그동안 남북한 교육이 지향해온 방향은 민족정신마저 황페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하나의 민족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데 필요한 의식보다는 경계심과 적대감을 심어왔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이질성을 강화시킨 주범 중 하나가 교육이라면, 장기적으로 동질성 회복을 위한 열쇠도 결국 교육이 쥐고 있다. 분단 이후 훼손된 민족정신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분야에서 형성된 상호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관념을 타파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려면 교육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단일 민족, 단일 국가로서 한반도가 진정한 하나가 되려면 지난 65년 간 이질화된 문화·제도를 교육을 통해 동질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교류와 협력이 민족적 동질성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남북한 국민 모두의 깊은 의식 속에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남북대결과 적대감·갈등을 부추기는 교육이 아니라 이질화된 요소를 동질화의 길로 안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이미 상당 부분 이질화된 남북한이 교육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면서 장차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의식·가치관·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우리의 미래 세대를 준비시켜야 한다. 아울러 통일 한반도 시대를 내다보며 통일 이후의 교육 방안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때 교육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1426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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