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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파고드는 로봇] 1분 만에 커피 만들고 스키대회에도 출전 

 

한정연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인공지능 기술 발달,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진전 등으로 서비스 로봇 각광

로봇이 인간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군사·산업 분야에서 발전하기 시작해 생활밀착형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 1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의 진전 등으로 수요와 공급이 늘었다. 서비스 로봇은 이제 사람과 소통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대체하는 정도로까지 발달하고 있다. 1가정 1로봇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비스 로봇의 메카 일본의 근황과 세계 로봇 시장의 미래도 짚어봤다.


▎사진:© gettyimagesbank
#1. 인천공항 제2터미널 3층 면세지역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엔 미디어큐브라는 IT기기 체험존이 있다. 2월 27일 이곳에서 커피를 만드는 로봇팔을 만났다. 커피 전문 브랜드 ‘달콤커피’가 커피 머신 제조기업 ‘서모플랜’에서 구입한 것이다. 주문 받기부터 커피 제조, 고객 호출까지 스스로 한다. 로봇팔이 직원 역할을 대신하는 이 카페의 이름은 ‘비트’다. 기자가 머문 1시간 동안 약 40명의 사람이 커피를 사 마셨다. 곧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한현옥씨는 큰 박스 형태의 로봇카페 옆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주문했다. 결제 후 받은 영수증에는 호출 번호가 찍혀 나왔다. 로봇팔이 커피를 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로봇팔은 커피를 손님이 손으로 꺼내갈 수 있도록 배출구에 넣고 호출 번호를 모니터에 띄웠다. 맛은 어떨까? 한씨는 “사람이 만든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심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효진 달콤커피 홍보팀장은 “3월 말 서울 시내에도 비트 매장을 연다”며 “이후에는 로봇팔에 말하는 기능과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 2월 2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스마트픽 데스크 옆 출입구는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연결돼 있어 오전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오갔다. 지나가던 사람들 시선이 스마트픽 데스크 앞으로 집중됐다. 눈길을 끈 것은 5~6세 어린아이 키의 로봇 ‘엘봇’이었다. 엘봇은 지난해 4월 말 이곳에 배치됐다. 사람이 다가가면 두 팔을 활짝 벌린다. 몸체 상단엔 직사각형 모니터가 달려있다. 모니터엔 커다란 눈과 눈썹, 자그마한 입이 그려져 있다. 사람을 바라볼 때 엘봇은 눈을 깜빡이며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배고파’ ‘심심해’란 문구가 적힌 버튼을 모니터에 띄우며 고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안웅 롯데쇼핑 홍보팀 대리는 “하루 평균 60명의 사람이 엘봇을 이용한다”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엘봇에겐 자율주행 기능도 있다. 버튼을 누르면 데스크에서 2m 정도 떨어진 3차원(D) 가상 옷 피팅기 앞까지 고객을 직접 안내한다. 안 대리는 “고객에게 맛집을 추천하거나 개점 시간에 맞춰 개점 알림 인사를 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3. 2월 28일 우리은행 공덕지점에서 특별한 직원을 만났다. 출근 일주일째를 맞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다. 키는 121㎝고 가슴에는 10.1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달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대표적인 인간형 로봇이다. ‘은행원 페퍼’에게 다가갔다. 큰 눈으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라고 인사를 건냈다. 안지훈 우리은행 대리는 “페퍼가 인사하면 고객들도 웃으며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페퍼는 상품 설명도 한다. 터치스크린의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의 나이부터 묻는다. 이후 관심사를 몇 개 묻고서는 이와 관련된 보험이나 금융상품을 소개한다. 한 고객이 페퍼에게 다가와 겉모습을 살펴봤다. 느낌을 묻자 “신기하다”며 “귀엽고 재밌게 생겨서 (터치스크린을) 눌러보게 된다”고 답했다. 안 대리는 “가끔 ‘징그럽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페퍼를 귀여워한다”며 “페퍼 덕에 분위기도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퍼에겐 또 다른 장기가 있다.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면 고개와 팔을 움직이며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음성으로 날씨나 시간을 물으면 답변도 제법 정확하게 해낸다. 안 대리는 “하루 평균 페퍼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는 3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은행·백화점에서 고객 응대하고 설명도


로봇이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팔고, 은행이나 백화점에서 손님을 안내하거나 상담도 한다. 가정에서는 가사 도우미로 자리를 잡았다. 로봇과 일상의 접점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복잡한 수술을 외과의 대신 집도하는 로봇, 음식배달을 하는 로봇, 인간과 감정적으로 교류하며 치료하는 로봇까지 나올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대학 다닐 스토야노프 교수가 ‘외과의사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봇이 스스로 장기의 모양·위치를 구별하고, 수천건의 수술 영상 데이터로 익힌 수술법으로 환자의 몸 상태에 적합한 것을 수술을 직접 하게 된다.

호주의 투자은행 맥쿼리가 2017년 발표한 로봇 시장 관련 보고서는 시장 규모, 기술 모두 앞으로 8년 간 급격히 확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DC·가트너 등도 앞다퉈 로봇 시장이 202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일상 속 로봇은 대개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12월 26일 올해 세계 서비스 로봇 판매량이 1960만대로 2017년 1420만대보다 38.5%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SA가 추정한 로봇 청소기, 돌보미 로봇 등 가사 로봇의 규모는 서비스 로봇 전체에서 60.7%를 차지한다. 맥쿼리는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연 32%씩 성장해 2025년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왜 일상형 로봇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을까? 반려견을 위한 로봇 장난감을 개발한 김인수 고미 대표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로봇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로봇이 돋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상관 없이 독자적으로 열린 로봇 스키대회에서는 로봇들이 대회전 경기에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스키 로봇팀을 만들어 참여한 한재권 한양대 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로봇의 미래에 대해 “인류는 상상했던 모든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왔다”며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기보다 많은 사람이 지금 상상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언젠가는 이루어 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까지 로봇이 알파인 스키 대회의 대회전 경기를 스스로 한다는 것은 상상의 영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동안 참가팀들이 연구한 결과 실제 슬로프에서 로봇이 스키를 탈 수 있었다. 한재권 교수는 “결국 상상하는 많은 일이 현실이 될 것이지만 그 상상이 인간의 행복과 번영을 위하는 방향으로 향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삶에 해가 되지 않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되려면 기술뿐 아니라 경제·정치·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2025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 1000억 달러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소셜 로봇 ‘엘봇’은 사람이 다가가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한다. 한 고객이 엘봇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봇은 언제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일까? 1990년대 들어 산업용 로봇 기술이 완숙기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지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 중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은 일본에서 1990년대 말 등장했다. 소니는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를 1999년 출시했다. 혼다는 사람을 닮은 로봇 아시모(Asimo)를 1998년 선보였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소니는 단종했던 아이보를 과거 사용자의 강한 요청에 따라 재출시했다. 혼다도 로봇 종류를 4개 이상으로 늘렸다. 전통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강했던 소니는 1세대 아이보를 11만대씩 팔았다. 혼다는 기계공학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인간과 로봇이 교감을 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부분을 연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로봇을 만들어왔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이 파고들고 있는 자율주행차도 차의 형태를 띤 로봇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산업성 주도로 1990년대 말부터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해오고 있다. 2004년 4월부터는 일본 총무성 주도로 네트워크 기반 로봇 개발도 시작했다.

그렇다면 로봇이란 무엇일까. 로봇은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램 된 기계다.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로봇을 이렇게 정의했다. 여기서 방점은 ‘자율’에 찍혀 있다. ISO는 인간을 돕는 특정 목적을 지닌 로봇을 서비스 로봇이라고 분류해 산업현장의 자동화와 구분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12년 로봇을 산업용과 개인 서비스, 전문 서비스로 분류했다.

로봇의 과거를 되짚으면 현재와 미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로봇은 대량 살상무기에 쓰일 수 있는 핵 물질을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 팔의 형태로 시작했다. 1940년대 얘기다. 로봇이 이렇게 음지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듬해 미국은 일본에 사상 처음으로 핵폭탄을 투하했다. 우리가 최초의 로봇으로 알고 있는 1920년대 영국의 ‘에릭’은 로봇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움직이도록 프로그램화 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에릭은 반복 동작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계에 불과하다.

군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

로봇의 현실도 이런 탄생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로봇은 군사 분야에서 가장 발전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산업용 시장의 30% 이상은 여전히 군사용이다. 미군은 드론으로 미사일을 쏘고, 무인 탱크나 로봇 소총을 활용해 군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로봇이 인간을 해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혹독한 환경에 (공격자인) 인간이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한재권 교수는 로봇의 미래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기계의 본질은 인간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인간이 하기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조금씩 기계에게 넘겨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기술 수준이 발전할수록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의 종류도 많아진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기계로 대체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인간의 일이라고 생각해온 많은 일이 자연스럽게 로봇의 일로 변해갈 것이다.”

맥쿼리 등은 서비스 로봇의 일종으로 가정용으로 분류할 수 있는 청소 로봇과 엔터테인먼트 로봇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의료용과 접객용, 물류용에 쓰이는 서비스 로봇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취미나 교육용 로봇이 속한 엔터테인먼트 로봇 시장은 지난해 22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 25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맥쿼리는 예상했다. 애완용 등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전까지 대표적인 가정용 로봇은 2001년 출시된 로봇 청소기였다. 당시 이들 로봇은 장애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없는 등 기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자율주행 등의 기술 발달로 로봇은 요리 보조를 하거나 짐 나르기에 동원되며 빨래 개기까지 가능해졌다.

청소하고 빨래 개는 가사 도우미 로봇 증가

자율주행 로봇의 성능은 AI 기술을 만나 강화됐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가사 로봇이 대거 등장했다. 올해 CES 2018에서 일본 스타트업 세븐드리머스가 내놓은 ‘론드로이드’는 빨래 개는 로봇이다. 전체적인 모양은 큰 캐비닛 같다. 제품 바닥에 설치된 서랍에 옷을 넣으면 내부의 인공지능이 티셔츠·바지·양말 등 옷의 종류를 구분하고 로봇 팔로 빨래를 갠다. 국내 기업인 알에프는 ‘유리창 청소 로봇’으로 CES 2017에서 2개의 이노베이션 어워즈를 수상했다. 알에프 측은 “강력한 자석을 사용해 유리창의 양면에 청소기를 부착시킨다”며 “양면 청소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가전과 유사하게 가사 활동에 도움이 되는 로봇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LG전자는 자사 로봇 청소기 ‘로보킹’이 6~7세 어린이 수준의 지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로보킹의 머리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은 ‘딥씽큐’다.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딥러닝 능력 등을 갖췄다. LG전자는 “벽지나 바닥의 패턴, 가구 배열 등을 통해 어떤 공간인지 스스로 파악한다”며 “청소기가 집안 구조를 알아서 파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코웨이의 로봇 공기청정기는 실내에 공기가 오염된 공간을 스스로 찾아가 알아서 깨끗하게 해준다. 코웨이 측은 “(로봇 공기청정기는) 방·거실 등 공간별 실내 공기 오염도를 모니터링 하는 집안 내 곳곳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받는다”며 “지난해 김포공항 이용객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마쳤고 현재 출시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로봇도 인간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샤프가 내놓은 높이 20cm 정도인 직립 보행 로봇 ‘로보혼’은 사용자와 대화를 할 수 있고 검색 결과를 영상으로도 보여준다. 샤프는 최근 로보혼에서 구동될 소프트웨어를 일반 개발자가 만들 수 있도록 개발자용 로보혼을 내놓기도 했다. 소니의 아이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엔터테인먼트 제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5년 “소니가 단종된 1세대 아이보 부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10년 이상 아이보를 ‘키워온’ 일본인들이 슬퍼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이 꽉 잡고 있는 이 분야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있다. 김인수 고미 대표는 반려견·반려묘를 위한 로봇 장난감을 곧 출시한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고미볼’이란 브랜드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미볼은 반려견이 주인 없이도 실내에서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 장난감이다. 김인수 대표는 아들이 분리불안 증상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미를 창업했다. 김인수 대표는 “고미볼은 제품 출시 단계에 있다”며 “다른 제품과 연계할 수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도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인간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소셜 로봇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은 가정용보다는 상업시설이나 병원, 요양시설용 로봇이 많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현재 롯데백화점·이마트·우리은행 등에서 접객용으로 쓰고 있다. 이와 같은 접객용 및 가정용 소셜 로봇으로는 대만 아수스의 ‘젠보’, 미국 메이필드 로보틱스의 ‘쿠리’, 일본 파로로봇의 ‘파로’ 등이 있다. 파로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소셜 로봇으로 새끼 하프물범 모습으로 표면에 북슬북슬한 흰 털이 덮여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와 알츠하이머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2017년 기준으로 일본·덴마크 등 30개국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약 5000대가 활동 중이다. 국내 기업 중엔 유진로봇이 노인을 위한 소셜 로봇인 ‘아이로비’를 2009년 내놓았다. 사용자의 혈압·맥박을 체크해 이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전달하고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해 감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김민수 유진로봇 영업부 대리는 “201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연구팀이 노인 4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당시 실험 참가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드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의 감정적 교류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술이 발전할수록 철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로봇이 우리 일상에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과 닮은 외모가 핵심인 소셜 로봇도 있다. 섹스 로봇이다. 최초의 섹스 로봇은 2010년 남성용으로 나온 ‘록시’였다. 이후 여성 고객을 위한 ‘록키’도 개발됐다. 섹스 로봇은 실리콘을 사용했고 가격은 현재 99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섹스 로봇이 본연의 목적을 더 정확히 수행하려면 피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소재, 기계적인 동작을 보여주지 않는 새로운 동력원과 관절 소재가 필요하다. 소셜 로봇의 특징인 사용자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이뤄지려면 촉각을 전달할 수 있는 특수한 피부 소재도 필요하다.

인간과 소통하는 소셜 로봇 성장 잠재력 커


▎반려견을 위한 로봇 장난감 ‘고미볼’은 반려견의 반응을 학습해 스스로 동작을 결정한다.
한재권 교수는 “일상 로봇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술보다는 윤리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풀기 어려운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이 점점 친밀하게 느껴질 것이다. 친구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때 인간이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반려동물보다 더 높은 지위를 줘야 할지 아니면 생명체가 아니기에 물건으로 대해야 할지에 대한 윤리적인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로봇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하드웨어라는 지적도 있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저널에 지난 1월 게재된 논문 ‘로봇공학의 거대한 도전’에 따르면 로봇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10가지 난제 중 4가지가 기술적인 부분이다. 특히 배터리를 소형화하고 전력 소모율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히 양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이와 함께 로봇의 소재·관절 등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모터 기술, 인간의 감각과 비슷하게 느끼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최첨단 센서 제작 기술도 필요하다.

로봇 제작에 필요한 핵심 부품은 구동기와 센서다. 구동기는 전기 신호를 직선·회전 움직임으로 바꿔주며 인간의 근육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구동기의 일종인 스마트 액츄에이터를 생산하는 로보티즈의 안승호 시스템사업부 매니저는 “(스마트 액츄에이터란) 모터·감속기어 등 여러 구동기를 합쳐 일체형으로 만든 것”이라며 “연구·교육용 로봇 부품으로 주로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센서는 인간의 눈·귀 같은 감각기관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3D 센서는 카메라를 통해 인식한 사람·물체·환경을 3차원 이미지로 표현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9년 3D 센서 ‘키넥트’를 저가로 내놓으면서 로봇의 감각기능도 크게 발전했다. 키넥트는 홍채인식과 같은 생체인식과 동작인식에 주로 쓰인다. 일본 츠쿠바대학의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팀이 개발한 착용형 로봇 ‘HAL(Hybrid Assistive Limb)’의 센서는 사용자의 뇌에서 나오는 신호와 근육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 전압을 측정한다. 이 데이터는 수트를 입은 사람이 일어서야겠다거나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모터가 작동해 원하는 동작을 구현시키는 핵심 요소다. 일본에서는 이미 상용화 돼 300여개 병원과 요양원에서 사용 중이다.

핵심 부품인 구동기·센서 기술도 발달

로봇 공학의 난제는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 2월 26일 한국경제는 삼성전자와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무당벌레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고 사람 피부처럼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양산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소셜 로봇인 록시와 록키가 “이것은 ‘평범한 로봇’에겐 작은 한 발자국이지만 ‘소셜 로봇’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할 법한 논문이다.

[박스기사] 인간과의 교류가 목적인 소셜 로봇 | 음성·센서 인식률 높아지면서 전성기

소셜 로봇은 인간과의 감정적·육체적 교류가 목적인 로봇이다. 목적에 따라 굳이 형태를 띨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다른 로봇과 구별된다. AI를 적용한 챗봇은 사용자의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입력받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면 된다. 굳이 인간의 형태를 띨 필요가 없지만 최근 음성인식 기능이 크게 발전하면서 대화형 인공지능 스피커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는 자사 음성인식 시스템인 ‘딥스피치’의 정확도가 97%로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중엔 마인즈랩이 최대 98%의 정확도를 가진 음성인식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마인즈랩 박성준 부사장은 “(음성인식 시스템이) 더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사용자의 요청에 대한 답변의 정확성”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많은 사용자가 음악 듣기 등 단순 명령어를 사용한다. 미국 음성 분석 제공 기업인 보이스랩스는 지난해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 사용자 80%가 음악 스트리밍·스마트홈 장치 제어 활동에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KT경영경제연구소가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인식 기능이 정교해지면서 해외에서 사용자의 호응을 얻는 챗봇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세포라’의 챗봇은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고, 미국 호텔 예약 사이트 ‘스냅트레블’의 챗봇은 도시 이름·여행 일정 등을 입력하면 알아서 할인된 가격의 호텔을 추천한다.

가정을 지키는 소셜 로봇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바로 ‘인공지능 스피커’다. 아직은 가사 로봇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곧 소셜 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에코’ 등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가정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청소·가사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 로봇 판매량의 47.4%가 음성인식형 개인 비서 로봇이었다. 국내에서도 인기다.

KT ‘기가지니’와 SK텔레콤 ‘누구’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50만대와 40만대로 알려졌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은 물론이고 대다수의 가전 업체들도 네트워크에 연결된 인공지능 스피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박스기사] 로봇의 눈·코·입 그리고 두뇌는 | 딥러닝· 주문형 반도체 덕에 발전

로봇이 스스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사용자의 명령, 감정 표현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다. 이 두 부분의 비약적인 발전이 로봇의 자율성을 크게 높여줬다.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딥러닝·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로봇에 학습·추론 등의 능력을 부여했다.

머신러닝 기술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것이 초점이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데이터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인식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측을 내놓고 행동에 옮긴다. 2016년 ‘알파고 쇼크’를 일으켰던 AI 알파고엔 머신러닝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인 딥러닝이 적용됐다. 딥러닝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심층 신경망을 적용한 기계학습이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데이터를 분류하는 한편 서로 다른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까지 찾아낸다.

AI가 인간보다 월등히 잘하는 작업은 이미지 인식이다. 페퍼·지보 등 사람을 알아보는 로봇에도 적용됐다. AI 이미지 인식 기술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친구 이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MRI 사진을 보고 사람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내린다.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닛’은 흉부엑스선 빅데이터를 통해 폐암 결절·결핵 등 폐질환을 90%의 정확도로 판독하는 딥러닝 AI 개발에 성공해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허가를 앞두고 있다. 루닛 장민홍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KAIST가 주최한 한 강연에서 “서울대 병원·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으로부터 대규모 데이터를 받았다”고 말했다.

로봇의 두뇌를 형성하는 또 다른 축인 반도체는 갈수록 인간 두뇌를 닮아가고 있다. 컴퓨터에 비해 인간 두뇌가 우월한 점은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알파고 같은 AI 수퍼컴퓨터에는 병렬 연산이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무수히 탑재돼 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병렬 처리 기능도 좋아지고 있다. 다만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과 비례해 부피는 커지고 전력 소모는 늘어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인텔·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GPU를 대체할 ‘AI칩’을 새롭게 양산 중이다. 인공신경망이 구동되기 쉽도록 병렬 처리 방식을 집중 보완했다. 엔비디아의 AI칩 ‘자비에’는 30W의 전기로 초당 30조번의 작업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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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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