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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미래, 미래의 로봇] 일론 머스크도 경악한 ‘백플립(고난도 체조 동작)’ 로봇도 등장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인공지능 추론 능력도 비약적 향상 …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 등장 머지않아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는 최신 버전이 지난해 11월 고난도 체조 동작인 ‘백플립(backflip)’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을 만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졌다. /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평범한 가정집에 들어간 가사도우미 로봇 ‘NDR-114’는 앤드류라는 사람 이름을 얻어 부지런히 일한다. 인간 수준의 지능과 호기심을 가진 앤드류는 나무 조각상을 만들거나, 로봇답지 않은 이상한 질문을 던져 가족들을 놀라게 한다. 시간이 흘러 집안의 손녀를 사랑하게 된 앤드류는 결국 자신도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는데….’

러시아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76년 발표한 과학소설 [바이센테니얼맨(Bicentennial Man)]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 줄거리다. 단순히 인간과의 대화가 가능한 수준을 뛰어넘어 인간을 동경하는 감정을 가질 만큼 지능화한 로봇. 이런 영화 속 지능형 로봇을 인류가 언젠가는 실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소설이 나온 1970년대나 영화가 나온 1999년만 해도 바이센테니얼맨의 현실화 가능성을 진지하게 예측하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2018년에 이른 오늘날엔 오히려 ‘진화한 로봇이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인류 생존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가득해졌을 정도다.

“2040~50년대에 특이점 올 것”

일부 미래학자들은 되레 로봇의 인공지능(AI)이 결국 인간 지능의 총합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하드웨어인 로봇을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인간으로 치면 뇌에 해당하는 AI의 발전 속도가 그만큼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서 [특이점이 온다]로 유명해진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구체적으로 2045년쯤 특이점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기자와 만난 인공 신경망 연구의 대가인 크리스토프 폰 데어 말스버그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등연구소(FIAS) 교수도 “기술적 장벽을 뚫는 데 5년, 나머지 문제 해결에 30년, 총 35년 후면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질 것”이라며 2050년대 초반 특이점이 온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이같이 진단하는 근거는 AI의 비(非)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 역량이 최근 일취월장한 데 있다. 과거 AI는 인간으로부터 데이터(=인간의 지식)를 받아 주입식으로 각 데이터의 의미를 달달 외운 후 새로 입력된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는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과정만 거쳤다. 이 때문에 데이터가 없는, 즉 인간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AI 역시 알아내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와 달리 비지도학습에선 인간이 데이터를 주되, 아무런 의미를 알려주지 않아 AI 스스로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추론해서 알아낸다. 이렇게 학습하는 과정에서 추론하는 능력이 향상되면 종국엔 데이터가 없는, 즉 인간이 알지 못해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던 분야에서도 AI가 의미를 파악해 문제 해결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 AI의 비지도학습을 연구하는 임재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인간은 활발한 상호작용과 관찰·질문을 통해 평생에 걸쳐 직접 진리를 탐구해가면서 진화했다”며 “AI도 인간처럼 학습해야 지적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인간처럼 학습 중인 AI가 그 결과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존재로 발돋움할 확률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관건은 이처럼 진일보한 AI가 판단해 지시한 내용을 자유자재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큼 로봇 하드웨어가 진화할 수 있느냐다. 인류 역사를 뒤흔든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뇌도 다른 인체 장기의 활동 정지(=죽음) 앞에선 무기력했듯,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하드웨어의 도움 없이는 인간에게 일일이 의존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가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뒀던 장면을 떠올리면 쉽다. 이에 대해 로봇 연구의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제대로 된 AI가 구현되려면 지각과 행동이 필요한데 아직까진 많이 결여된 상태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AI도 외부 환경을 제어하고 조작할 수 있는 ‘몸’이 존재할 때 비로소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로봇 제조 기술 강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장 교수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선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가 새롭게 나타나기도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인간형 이족보행(두 발로 걷는) 로봇 ‘아틀라스(Atlas)’ 최신 버전이 그것이다. 이 로봇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올라 허리 높이의 탁자 위로 올라섰고, 뛰어오른 공중에서 허리를 뒤로 젖혀 한 바퀴 돌아 착지하는 ‘백플립(backflip, 체조 동작의 하나)’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웬만한 사람도 흉내 내기 힘든 고난도 동작을 구현해내면서 인간의 운동능력을 능가하는 로봇의 등장이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로봇 특유의 어색함이 없어진 대신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유연성과 민첩성이 보였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평소 “안전한 AI를 만들 확률은 5~10%뿐”이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던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 깜짝 놀랐다. 아틀라스의 영상을 본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아틀라스는 향후 몇 년 안에 스트로보라이트(사진 촬영에서 광량(光量)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섬광 광원)가 필요할 만큼 재빠르게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육안으로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한 수준까지 진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의 위험엔 공공의 감시가 필요하다. 약품이나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AI를 규제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면서 개코원숭이처럼 벽을 타고 높이 뛸 수 있는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가 인간처럼 학습하고 있듯 이 회사의 로봇들도 인간의 동작을 체득하는 데 전념 중이다. 이런 인간형 로봇이 미래 로봇의 핵심 유형이 될 전망이다. 기존 ‘아시모(Asimo, 일본 혼다가 개발)’ 같은 인간형 로봇은 두 발로 걷거나 달리는 선에 그쳤다. 아틀라스 최신 버전처럼 체조 동작까지 흉내 내는 경우는 없었다.

유압식 구동장치로 운동능력 개선

전문가들은 인간형 로봇의 구동장치가 기존 전기모터에서 유압식 장치로 바뀌고 있는 데 주목한다. 유압식 구동장치는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전기모터보다 상대적으로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소형화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굴착기 같은 건설 장비를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하지만 각종 부품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소형화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로봇에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아틀라스도 유압식 로봇이다. 로봇 관절 주위의 피스톤에 밀어 넣은 기름의 압력이 팔과 다리 등 로봇의 각 운동 부위에 전달되면서 힘을 실어주는 원리다. 이에 따라 로봇의 운동능력이 비지도학습을 등에 업은 AI처럼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기서도 선결 과제는 있다. 유압식 로봇은 전기모터를 단 로봇보다 제어가 까다로워 최적화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 외에 사회·제도적인 문제 해결도 슬슬 염두에 둘 때다. 인간만큼, 혹은 인간 이상으로 진보한 로봇과 인간이 미래 사회에 무탈하게 공존하기 위해선 제도 정비가 사전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말스버그 교수는 “로봇이 인간처럼 스스로의 의지도 갖게 될 텐데, 인간의 사악한 면모를 닮지 못하도록 가르치려는 국제적 합의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424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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