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3가지 시나리오로 본 美·中 무역전쟁] 전면전 위협하다 타협 모색할 듯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최악의 대충돌 가능성은 작아…어떤 결과든 한국 경제에는 유리하지 않아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겨우 회복기에 접어든 세계 경제는 두 나라의 대충돌이 매머드급 악재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서로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물밑 대화도 오가는 모습이다. 서로 최악의 충돌보다는 적당히 체면을 차리는 수준에서 갈등을 봉합하는 게 낫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협상의 달인 트럼프와 막강한 권력을 쥔 시진핑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어떤 카드로 서로를 위협하고 달랠까. 두 나라의 대치가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美·中의 무역전쟁 ‘작전계획’을 분석했다. 아울러 세계 무역전쟁의 역사도 살펴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22일(이하 현지시각) 최대 6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는 “매우 악랄한 선례”라고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은 절대로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떠한 도전에도 대응할 자신이 있다”며 응전에 나섰다. 총 10억 달러에 달하는 120개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총 20억 달러에 이르는 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 선공에 시진핑 반격


미국이 대(對)중국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표면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7년 기준 3752억 달러로 미국 전체 무역적자(5660억 달러)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1월 360억 달러로, 2015년 9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 들어서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이나 강제 기술이전 탓에 해마다 50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으면서 대미 무역으로 혜택만 챙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불공정한 무역 탓에 미국이 손해를 보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무역 상대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시사해왔다. 대상을 콕 집어 말하지 않더라도, 주요 타깃은 언제나 중국이었다.

그간 쌓인 불만에 더해 신성장 산업의 주도권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도 무역전쟁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 제조업 2025’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기반을 흔들면서 성장한 중국이 이제 고도화된 첨단 제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의 첨단기술 보유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 또는 합작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휘둘리다 보면 지금까지의 우위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미국에 팽배하다.

미국 내 정치적 입지도 계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려는 시도라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 자체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노동자 표를 얻는 데 중요한 카드로 쓰였다는 것이다. ‘공약을 지키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쌓을 수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취임 100일 구상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및 미·중 무역관계를 점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제 외교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관’이 달라졌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관세 폭탄을 터뜨린 것은 북한 문제를 놓고 더는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중국의 뜨뜻미지근한 태도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러다 최근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계기로 북한 이슈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놓고 트럼프 정부에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미국 CNN은 지적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단 중국을 전장으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앞으로 두 나라의 계산에 따라 서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도 또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전선을 넓힐 수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하는 ‘공정한 수준’이 어디쯤인지다. 또 중국이 이를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일 것인가도 세계 무역의 ‘전쟁과 평화’를 좌우할 요소다. 두 나라가 진짜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타협을 하더라도 두 나라의 ‘진의’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론적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강경책과 온건책을 쓰는 경우의 수다. 두 나라가 모두 강경책을 쓰면 무역전쟁은 전면전에 돌입한다. 두 나라 중 한 쪽이 한발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미국이 강경책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물러서거나, 미국은 온건책으로 돌아서는 데도 중국이 강경 일변도로 나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두 나락 모두 대화 분위기로 돌아서 타협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시나리오① 눈치전 후 타협: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다. 두 나라가 결국 타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양측 모두 잃을 게 많아서다. 또 오가는 험악한 외교적 수사와 달리 서로가 진짜 전쟁이 아니라 협상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이 내놓은 500억~600억 달러 관세도 세율을 적용하면 125억~150억 달러 규모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의 5~6%에 불과한 ‘30억 달러 제품에 보복 관세’를 들고 나왔다. 애초에 전쟁보다 대화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얘기다. 자국 여론이나 협상력을 고려해 겉으로는 물러나지 않으면서 실무 라인의 타협을 통해 무역분쟁을 마무리 지을 가능이 있다. 실제 양국 실무진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각각 양국의 언론을 통해 관세 조치 이후에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물밑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월 28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에 대해) 60일 간의 기간을 두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관세 부과의 장단점을 제시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한 쪽(중국)은 국가 자본주의의 체제이고 한 쪽(미국)은 시장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일정한 긴장이 있을 수 있지만(협상을 통한 해결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조금 더 실리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했을 때 미국의 속내는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반도체 업체의 중국 진출 확대다. 주요 요구사항으로 언급되는 합작 요건 완화를 통한 중국 시장의 개방이나 지적재산권 보호조치 강화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열쇠다. 현재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면 중국 법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도 50%로 제한돼 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업체가 중국 시장의 진입장벽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 규정을 개선하게 되면 중국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도 막을 수 있다.

반도체도 합작 기준과 기술이전이 이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과 대만 제조사의 수입 물량을 줄이는 대신 미국산 반도체를 더 사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은 미국산 반도체 수입 물량보다는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국영은행을 통해 신규 공장 건설 등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보조해주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다고 봤다. 신규 공장은 해외 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는데, 해외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기술을 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합의에 이르게 될 것”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
중국은 자국 제도 개선보다는 물량으로 막으려는 눈치다. 자국 산업에 가는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반도체 관련 제안 역시 들이는 돈은 줄이면서 미국에 생색을 낼 수 있는 방식이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는 결과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며 “아시아 물량을 미국 제품으로 단순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상 결과는 두고 봐야 하지만 중국의 가장 큰 이해가 걸린 분야에서는 숨통을 터주되 지적재산권 분야처럼 명백한 분야를 부각시키면 중국도 일정 수준 내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UBS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헤펠은 대만 중앙통신에 “중국은 이미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양보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결국에는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나리오② 국지전 후 퇴각: 중국의 강경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미국이 온건 정책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도 있다. 초기에 미국이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공세를 펼친 후 조금씩 물러서는 태도로 전환하지만, 중국은 강공을 이어가는 경우다. 상대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후 타협을 끌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중국이 역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이 공세를 늦출 확률은 있지만 중국이 공세적 태도를 이어갈 이유가 적어서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대외 개방 확대와 대외 통상 네트워크 강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핵심 국가이익이 저촉되지 않는 이상 포용적 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시 주석으로서도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직후라 대외 정책에서 미국과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것보다는 대승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 외교적 능력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층 내부에 ‘아직은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기 어렵다’는 공감대도 존재한다. 또 다른 문제와 달리 지적재산권 침해는 중국 입장에서도 변명할 여지가 적다. 이 문제는 신속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EU 등 다른 나라도 미국 주도의 제재에 동참해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극단적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미 국채 매각이나 농산물 수입 금지는 중국 경제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이 미 국채 매각 카드 꺼내기 어려워


중국이 먼저 한 발 물러날 수도 있다. 앞선 이유로 중국이 미국의 환율과 무역구제 조치를 수용하고 불공정행위 수정 및 경제협력 통상협정 등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때다. 그러나 이 역시 이뤄질 확률이 높지 않다. 미국의 대중 강경 기조가 마냥 지속되기는 어렵고, 중국이 먼저 후퇴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할 경우 출혈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부담도 크다. 미국에선 이미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농부들의 표를 죄다 잃는 모험을 감행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이 3월 26~28일 중국을 방문하면서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도 변수가 됐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을 ‘패싱’하면서 통상압박을 할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③ 전면전: 3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확률이 낮지만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건 앞으로 있을 많은 조치의 첫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하는 바, 특히 내부 지지층을 이해시킬 만큼의 무언가를 얻지 못하면 더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엄포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진의 성격도 호전적이다. 백악관 내 ‘자유무역의 보루’로 꼽히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물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보호주의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절대권력 체제를 확립하면서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의 강공에 무른 태도를 보이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국제 컨설팅업체인 APCO 월드와이드의 제임스 맥그레거 중국 지사장은 “시 주석이 종신집권의 길을 연 것은 그가 대외적으로 연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 두 나라는 각자가 쥐고 있는 카드를 하나씩, 또는 한꺼번에 꺼낼 가능성이 있다.

절대권력 확립한 시진핑, 중간선거 승리 노리는 트럼프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옵션으로 추가 관세, 투자 제한, 환율 조작국 지정, 지정학적 외교 압박 등이 언급된다. 지난해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20%의 세금을 물리겠다는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가 불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직접 나서 상호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 나선 바 있다. 같은 제품에 대해 미국산에 대한 관세는 높고 미국이 수입할 때는 관세는 낮아 불공평하다는 논리다. 따라서 호혜세는 일종의 보복관세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산 제품에 중국이 매기는 세금만큼 수입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중국은 현재 ‘환율관찰국’으로 지정돼 있다. 그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미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이 악화되면 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 정부의 개발자금 지원과 공공 입찰에서 배제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시를 받게 된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중국에 대한 제재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유럽연합(EU)이나 한국 등의 동맹국과 연대를 꾀할 수도 있다. 미국은 통상법 301조를 사용할 근거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보고서를 준비했고, 유럽연합(EU)과 일본에도 제재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동안 WTO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중국 지재권 침해 문제를 WTO에 직접 제소한 건 이를 위한 포석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3월 2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행정부는 기술 분야와 다른 중요한 영역에 걸쳐 조만간 중국의 투자 제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IT 기업을 인수하거나 미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으면서 다른 서방국가도 (중국 제재에) 동참하도록 하는 실행조치를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국산 수입 금지 조치와 비슷한 비관세 무역장벽을 쌓을 수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월 26일 미국 내 이동통신사의 중국산 IT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흔들 수도 있다.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대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옵션이다. 이미 트럼프는 당선 직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과의 관계개선 카드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친 전례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서 역대 최대 규모의 티베트 지원 예산안이 통과됐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맞대응 전략은 농수산물 관세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다. 중국의 첫 보복관세 리스트에는 미국산 돼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업주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미국산 대두에 대해서도 수입을 제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생산한 대두의 3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수출액은 146억 달러에 달한다.

비관세 장벽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안전검사나 위생검역을 확대하거나 필요한 문서작업을 지연시키는 방법이다.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금융감독, 품질관리, 개발계획, 반독점, 환경 보호, 소비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동원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에 공장이 있는 애플이나 인텔, 중국 시장 판매 비중이 큰 퀄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같은 반도체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국 소비자의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도 강도 높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이 당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형태다. 정부 차원의 불매 전략도 있다. 3조1000억 위안(약 528조원)에 달하는 중국 조달물자 시장에 미국의 진입을 막는 것이다. 2015년 시 주석이 방미 당시 사기로 약속한 380억 달러어치의 미국 보잉사 항공기를 유럽산 에어버스로 대체할 수도 있다.

중국의 최후 보복 수단은 미국 국채 매각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2000억 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에 나선다면, 미국 국채 가격은 크게 떨어지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급등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시중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을 불러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볼모로 잡았다면 중국에게는 북핵 문제가 있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에게 일종의 보험을 제공해줄 경우 미국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 경제의 셈법은 복잡하다. 두 나라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이 중국 상품의 수입을 줄이면 한국의 주력인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해마다 약 30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크게 달라 반사이익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화 분위기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합의를 통해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산 반도체 수입을 줄일 거란 우려 때문이다. 최근 생산·수출 등 국내 주요 경제지표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는 경제 전반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4%였다. 업체들은 반도체 경기 호황과 미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볼 때 당장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중의 협상 분위기에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첨단 업종에 대한 지적재산권 등의 보호조치가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국내 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스기사] 미국과 중국의 무역 역사는 - 1979년 수교 이후 협력과 견제 반복

미국과 중국은 1972년 ‘상하이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적대관계 개선에 나섰다. 앞서 미국은 1969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이른바 ‘닉슨 독트린’을 발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던 냉전 체제의 청산이 필요하다며 중국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마침 소련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었던 중국은 이에 응했다. 양국은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 먼저 교류를 시작했고, 결국 미국이 경제 파트너로도 대만 대신 중국을 택하면서 1979년 1월 수교했다.

이는 기존 계획경제의 한계에서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이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 미국과의 무역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을 의미했다.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을 만나고 귀국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고양이는 빛깔이 어떻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만 잘살게 한다면 제일”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후 양국은 경제 협력을 계속 강화하다가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다시 관계가 나빠지는 등 부침을 겪었다. 미국 내에서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불거졌다. 1997년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양국은 또 화해하고 건설·전략적 동반관계로의 추진을 합의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14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 초기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로 일부 특혜를 누리게 하는 한편, 향후 경제 성장에 따라 점진적으로 개방을 확대한다는 데 중국 측 동의를 얻어냈다. WTO 가입 후 중국은 매년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나들며 고성장을 지속했다. 2010년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등극,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시대’를 열었다. 미국으로선 G2 시대 중국을 새로운 리더로 인정하고 상호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 한층 중요해졌다. 물론 그 사이에도 양국 간 크고 작은 외교적 마찰과 함께 무역 분쟁이 반복됐다. 2005년 중국이 세계 섬유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던 상황에서 미국이 7가지 중국산 섬유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사례, 2009년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선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에 따르면 양국 간 연간 교역 규모는 2016년 6500억 달러(약 700조원)에 달했다. 휴대전화·컴퓨터·가구·신발 등 미국 수입품의 2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 산업에 필수적인 기계와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창균 기자

/images/sph164x220.jpg
1428호 (2018.04.0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