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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식어가는 오피스텔 시장] 수도권 인기 지역도 ‘마이너스’ 매물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전매제한·대출 규제에 울상…신규 공급 많아 임대수익률 갈수록 하락

▎2월 수도권의 한 공공택지에서 나온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방문객으로 분비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입지가 좋은 지역에만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급매물 싸게 팝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1000만원.’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서 최근 입주를 시작한 A오피스텔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이런 매물이 적잖이 쌓여 있다. 분양가보다 1000만원 싸게 판다는 얘기다. 1000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양가보다 600만원, 500만원 저렴한 매물이 수두룩하다. 입주 직후 형성된 임대료가 기대에 못 미치자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2015년 분양 때는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 시세는 월 40만 원도 안 된다”며 “세금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수익이 마이너스여서 처분하려는 투자자가 적잖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 오피스텔이 너무 많은 게 탈”이라며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오피스텔만 해도 많은데 또 신규 분양 물량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 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개업소마다 분양가보다 200만~700만원 싼 매물이 쌓여 있다. 대출을 끼고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자 손해를 보더라도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한 오피스텔은 청약 접수만 9만건이 넘었다. 청약 때 내야 하는 청약금만 92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주택시장을 옥죄자 시중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인 오피스텔로 쏠렸다. 오피스텔이 주택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입지 여건이 좋거나 주변에 대학·기업 등 충분한 배후 수요를 갖추지 못한 곳에서는 매매가격이 내리고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주택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1년도 안 돼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데다 대출 금리마저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1년도 안 돼 사라진 규제 풍선효과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는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눈에 띄게 빠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방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올 들어 2월까지 0.23% 하락했다. 1·2월 모두 각각 0.1% 넘게 내렸다. 이 기간 서울·수도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그래도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은 개발 호재 등으로 국지적 상승세를 보이며 소폭 상승했지만 지방은 기존 오피스텔 노후화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시장에서는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630실 모집에 청약자 한 명도 없는 ‘청약 제로’ 오피스텔도 나온다. 2월 춘천시에서 분양된 한 오피스텔은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2월과 3월 각각 파주시와 수원시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3곳도 청약 제로 단지라는 오명을 썼다. 분양마케팅회사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지역별 부동산 경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 같다”며 “입주 물량이 크게 늘면서 개별 호재 등 특별한 이슈가 없는 단지는 분양에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건 무엇보다 공급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에만 전국에서 7만6000실이 신규 입주한다. 2013년 3만5000실 이후 매년 4만실 정도가 신규 입주했는데 올해는 그 두 배에 이르는 오피스텔이 입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도 신규 입주 물량은 7만4000실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 2015년부터 오피스텔 신규 분양이 급증한 것이 ‘입주 폭탄’이라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2013~2014년 평균 4만5000실씩 분양되던 오피스텔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2015~2016년에 연평균 7만6000여 실이 공급됐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8만실 넘게 분양됐다. 한 부동산개발회사 관계자는 “주요 지역에선 오피스텔에 ‘오’자만 붙어도 불티 나게 팔리니 너도 나도 오피스텔을 지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피스텔과 임대수요가 겹치는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계속 늘어났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분양된 아파트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 전체 분양물량(32만5590가구)의 91.8%였다.

결국 입주 폭탄이 터지면서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오피스텔이 늘자 ‘공실률 증가→임대수익률 악화→매매가격 약세’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도심 오피스텔 공실률은 12.8%로 지난해 1분기 11.8%보다 상승했다. 서울 강남의 공실률은 같은 기간 6.3%에서 8.9%로 높아졌다. 해당 지역에 오피스텔이 몰려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공실률 상승이 임대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2월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 4.85%로 지난해 동기(연 5.11%) 대비 0.28%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7월 임대수익률이 연 4%대로 주저앉은 이후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탄2신도시 등 공공택지가 집중돼 있는 경기도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의 하락세가 뚜렷한 편이다. 경기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지난해 1월 연 5.55%를 기록한 이래 올 2월 5.31%로 떨어졌다. 여전히 금리가 낮은 편이어서 연 5%대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각종 세금과 준조세·중개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고려한 실질 임대수익률은 연 2~3%대로 확 떨어진다.

‘청약 제로’ 오피스텔도 줄 이어

먹구름은 쉬이 물러갈 것 같지 않다. 내년에도 7만실 넘게 입주하는 데 올해 신규 분양 물량도 적지 않다. 이미 3월에만 6000여실이 분양됐다. 특히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3600여실이 경기도에서 나왔다. 1월부터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은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어 이전보다 분양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공급량이 줄지 않은 것이다. 부동산개발회사들이 투자자를 잡기 위해 전매제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을 공급한 때문이다. 실제로 3월 분양 물량의 86%인 5145실이 청약조정대상지역 외 지역에서 나왔다.

공급 물량은 줄지 않고 있지만 투자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3월 26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시행돼 오피스텔 임대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DSR은 대출 때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대출 원리금을 따져 한도를 정하므로 대출 한도가 종전보다 줄어든다.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오피스텔은 RTI가 1.5배 이상이어야 임대업 대출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오피스텔은 대출을 지렛대 삼는 레버리지 투자가 많았는데 대출 규제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투자 때는 배후수요나 주변 공급 물량, 교통 여건 등을 꼼꼼히 따져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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