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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서명수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
휴리스틱스와 ‘건달과 제비’...차트 분석 맹신하다간 투자 실패 가능성 커

기원 전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인간의 심리를 동물의 행동에 투영한 우화집이다. 이솝은 정글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비법을 번득이는 재치로 풀어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솝 우화의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손 안의 한 마리 새가 낫다”를 인용하며 비효율적 숲 이론을 제시했다. 투자자 행동과 관련이 있는 이솝 우화 이야기를 읽으며 성공 투자의 길을 모색해본다.


▎사진:© gettyimagesbank
부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젊은이가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부자가 된 젊은이는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 술과 도박으로 세월을 보냈다. 젊은이는 얼마 있지 않아 자신의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고 말았다. “정말 지난 일이 후회가 되는구나.” 젊은이는 건달이 됐다. 그에게 남은 재산이라고는 외투 한 벌이 전부였다. 먹을 것조차 살 수 없게 된 젊은이는 한 벌 남은 외투라도 팔 수 있게 하루 빨리 봄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제비가 찾아오면 봄이 온다는 말을 들은 건달은 날마다 광장으로 나가서 제비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건달은 제비 한 마리가 광장 분수대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봄을 애타게 기다리던 그는 자신의 전재산인 외투를 당장 팔아치웠다. 하지만 날씨는 조금도 따뜻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추워졌다. 외투를 팔아버린 젊은 건달은 오들오들 떨면서 생활했다. 건달은 외투도 없이 추위를 견디면서 자신의 성급한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었다. 젊은 건달은 덜덜 떨면서 길을 걸어가다가 얼어죽어 있는 제비를 발견했다. 아직 추위도 가시지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날아온 바로 그 제비였다. 건달은 혀를 차면서 한탄했다. “불쌍한 것 너는 우리 둘 다 망하게 만들었구나.”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할 때 그 비슷한 낌새만 나타나도 서둘러 행동에 옮기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엔 시간을 두고 변수를 두루 살펴 신중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니코시마 윤리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행위의 목표는 선인데, 누군가 어쩌다 선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를 선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솝 우화에서 이 말을 인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머릿속에는 제비 하면 봄이란 공식이 박혀 있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빨리 물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섣불리 단정짓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저녁을 집에서 먹을까, 외식을 할까. 외식을 한다면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짬뽕을 먹을 것인가. 약속장소에 지하철을 타고 갈 것인가 또는 버스를 이용해 갈 것인가···. 어떤 경우든 사람의 인지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완벽한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불확실하고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가능한 빨리 풀기 위해 직관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추론 방식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휴리스틱은 그리스 말의 ‘찾아내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인지능력의 한계로 주먹구구식 직관적 판단 내려

휴리스틱스는 좋게 해석하면 ‘어림셈’ 정도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 판단’이다. 인간은 인지와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어 모든 정보를 탐색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위주로 판단한다는 것이 휴리스틱스의 핵심이다. 휴리스틱스는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기 때문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방법은 아니지만 왜곡 등의 부작용도 많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 출신 사람에 대해선 몇 가지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그 지역 출신이고 그의 행동 중 일부가 특정 지역 사람의 고정관념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는 졸지에 전형적인 그 지역사람으로 분류돼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휴리스틱의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홈트레이딩(HTS)를 이용해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투자자 중에도 기술적 분석을 맹신하는 사람이 많다. 기술적 분석이란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위해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적 분석은 대개 과거 자료를 수단으로 정리한 후 이로부터 주가가 움직이는 패턴을 추정한다. 이런 데이터는 대부분 차트로 표현되기 때문에 차트분석이라고도 한다. 차트에 나타난 패턴은 일종의 방향지시등으로 지지선과 저항선 W형, M형, 머리어깨 모형, 삼각형, 사각형 엘리엇 파동 등 여러 형태로 주가 변동의 전환점을 나타낸다.

차트분석가들은 주가가 차트의 규칙을 따른다고 말한다. 추종자들 입장에서도 차트분석은 단순해서 매력적이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강한 투자의 세계를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고 모든 걸 통제한다는 기분에 젖게 한다. 하지만 주가의 패턴을 믿는 순간 우연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비판은 이미 충분히 나왔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책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등 탁월한 수익을 올린 투자자 누구도 기술적 분석을 중시하지 않았다. 버핏은 “차트를 뒤집어놓고 봤을 때 (차트가 바로 놓였을 때와) 다른 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고 (기술적 분석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코스톨라니는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서 “각종 차트 형태에 현혹되는 것은 ‘돈을 죽이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차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룰렛 도박꾼과 다를 바 없는 미치광이”라고 단언했다.

차트가 주가의 과거 움직임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것이 미래의 주가 움직임까지 알려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래의 주식동향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결정됨에도 단순히 차트의 추세선을 보고 미래의 주가동향을 예측하는 것은 전형적인 휴리스틱스의 오류이다. 그래서인지 증권사 고참 직원들 사이의 의견을 들어보면 챠트 위주로 주식 매매를 유도하는 영업직원들이 성과가 제일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객의 수익이나 영업실적이나 다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차트분석,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격

이슈나 업종별로 여러 종목을 하나로 묶는 ‘테마주’라는 것도 휴리스틱스의 산물이다. 테마주는 증시가 활황을 보일 때 기승을 부리는데 종목의 실적이나 사업성에 상관없이 같은 테마로 분류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가가 급등한다. 물론 그중에는 테마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엉뚱한 주식도 많아 피해를 보는 투자자가 생긴다. 지난 2000년대 초 IT버블 때엔 IT회사 주가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나중에 옥석이 가려지면서 등락이 엇갈리긴 했지만 상당수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실 기업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주가변동은 우연한 사건이다. 과거의 흐름이 미래를 좌우하지 않는다. 주가의 변수인 금리·재난·전쟁·선거결과는 현재의 작품이다. 차트분석을 따르는 것은 백미러만 보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적 분석이 맞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주식의 내재가치를 분석해 투자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향후 수익을 전망하는 일도 어려워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짓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1428호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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