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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 세계적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美 UCLA 교수] 인공지능의 부상은 인간의 새로운 기회 

 

이필재
로봇은 유용한 도구적 존재…로봇 연구하려면 수학·과학 꾸준히 공부해야

▎사진:박종근 기자
“사람들이 인공지능(AI)이 초래할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는데,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훨씬 빨리 달리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자동차보다 못하다고 인간에 대해 실망하거나 자동차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죠. AI의 부상도 인류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美 UCLA 기계공학과 교수는 “AI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겠지만 로봇 덕에 앞으로 생겨날 직업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이 투입되면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자동화가 이뤄져 일자리가 줄어듭니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발명된 이래 인류가 지속적으로 겪어온 문제죠. 그러나 자동차가 발명돼 자동차 딜러, 주유소, 정비소 같은 직업이 생겨났듯이 로봇이 발달하면 새 직업이 생겨날 거예요. 그게 어떤 일자리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저는 그런 믿음이 있습니다.”

로봇 발달로 새 직업 생길 것

홍 교수는 UCLA ‘로멜라(RoMeLa)’ 연구소장으로 자율 시스템, 인간형 로봇, 로봇기계공학 디자인, 로봇 운동 기계학 등에 대해 연구한다. 2007년 자율주행차대회인 다르파 어반 챌린지(DARPA Urban Challenge)에서 3위에 입상했다. 그가 만든 시각장애인용 자율주행 자동차 ‘브라이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극찬했다. 글로벌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뽑혔다.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앞지르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로봇이 AI와 결합해 사람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보나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일부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봅니까?

“최근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하는 얘기죠. AI 개발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좋지만 과장돼 있다고 봅니다. 이들이 AI 전문가도 아니고요. 전문가 중엔 특이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든 신기술엔 선용 가능성과 더불어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양면성이 있죠. 저는 로봇에 의한 지배보다 현실적으로 불완전한 로봇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로봇이 걸어가다 넘어져 사람이 다칠 수도 있거든요.”

그는 AI가 잘하는 건 계산과 임의의(random) 데이터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상적 사고, 창의적 발상, 임기응변 등은 잘 못하거나 아예 못한다. “AI가 마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표현하는 로봇을 만들 순 있지만 로봇이 감정 자체를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용·의료용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반드시 사람의 모습을 한 것도 아니고요. 로봇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나요?

“로봇은 감지하고(sense), 판단하고(plan), 행동(act)을 합니다. 저는 로봇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또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지능적 기계로 봅니다. 그런 만큼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더라도 사람의 친구라기보다는 유용한 도구죠. 저에게 로봇은 드라이버나 자동차 같은 것이고, 사람과 대등해질 수 없는 도구적 존재입니다.”

사람이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되는 전형적인 일로 뭡 꼽나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재난 현장에서 벌어지는 구조 작업, 화재 진압 등에 투입되는 로봇이죠. 2050년이면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할지 몰라요. ‘2018년에 살던 사람은 청소, 신문 배달 같은 비인간적인 3D 일을 직접 했대.’”

그는 3D에 힘든(difficult) 일 대신 따분한(dull) 일을 포함했다.

로봇의 가능성, 나아가 로봇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요?

“공부하고 연구할수록 어려움을 느낍니다. 로봇이 하는 일 중 주로 행동의 영역을 연구하는데 그 전 단계인 감지·판단 쪽은 잘 몰라요. 일례로 10년 간 연구해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이런 로봇은 느리고 넘어질 위험이 있을뿐더러 너무 복잡하고 값도 비쌉니다. 로보캅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 인간과 로봇 간의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죠. 나중에 손주와 3차원 홀로그램 TV를 보다가 로봇이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에서 ‘저 로봇이 할아버지가 개발한 거란다’라고 이야기할 날을 고대하지만 저의 생애에 과연 가능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로봇 개발은 AI 등 다른 여러 분야와 함께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의 로봇’이 아니라 늘 우리 팀이 개발한 ‘우리 로봇’이라고 부른다고 귀띔했다.

장차 만들어 보고 싶은 로봇은 어떤 건가요?

“늘 그때 개발 중인 로봇입니다. 항상 새로운 목표가 생겨 계속 바뀌어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땐 재난 구조 로봇이었고 시각장애인 자율주행차를 만들 땐 로봇 기술을 적용한 차였죠. 지금은 UCLA 의대와 협업을 진행 중인 인공 심장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나의 대표작은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는 작가를 연상시켰다. 그가 5년 전 버지니아 공대에서 UCLA로 옮긴 것도 이 대학 의대와 손잡고 의료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 의사들은 로봇 공학자를 자기들을 위해 일하는 기술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수백 명이 참여하는 피지컬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할리우드와도 협업 중이다. 골방 오타쿠용이 아니라 운동도 되는 게임이다. 그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율주행 자동차 ‘브라이언’은 그의 실수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자율주행차대회에서 3위를 한 후 그는 시각장애인협회가 공모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을 동승시키는 게 아니라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만들어야 했다.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이 벌릴 거 같지도 않았다.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성공해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고 싶었다. 시각장애인협회 본부를 찾아가 2박3일 간 이들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지냈다. 이들을 관찰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친구가 됐다. 앞을 보지 못할 뿐 이들도 행복을 추구하고 꿈을 꾸는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결국 인터페이스의 문제였고 이렇게 접근해 문제를 해결했다. 브라이언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상품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기술은 자동차 외 다른 분야에 응용됐다. 장애인 복지를 증진하는 고도의 다양한 파생 기술을 낳은 것이다. 재난 구조 로봇을 개발할 땐 위험을 무릅쓰고 후쿠시마를 찾았다. “시각장애인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운전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고 싶었죠. 로봇에 관한 것이든 아니든 모든 기술은 사람을 위한 도구입니다.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공학자들이 기여해야 하는 까닭이죠. 의수·의족, 폭탄 제거 로봇도 마찬가지에요.”

한국 로봇산업 통신 인프라 활용해야


▎사진:박종근 기자
한국의 로봇산업은 가능성이 있습니까?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요?

“인터넷 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이 인프라와 네트워크 기술을 잘 활용해 특화할 수 있습니다. 모든 로봇을 클라우드와 연결해 로봇들이 학습한 것을 즉각적으로 공유하는 클라우드 로보틱스를 예로 들 수 있죠. 사물인터넷(IoT)은 이에 비하면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한국 과학기술계와 과학기술계 풍토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혁신은 절벽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칠 때 나옵니다. 연구자가 떨어지는 게 무서워 아예 절벽에 매달리려고 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실패를 한다는 건 좋은 일은 아니지만 실패가 끝은 아닙니다. 저도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미국은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논문이 많이 나옵니다. 한국은 실패하면 사장됩니다. 그 결과 실패로부터 배울 기회를 잃게 되죠. 실패를 허용해야 합니다. 한국에 다른 나라에서 보지 못한 로봇이 없는 것도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풍토와 무관치 않다고 봐요. 선진 외국에는 없다고 하면 ‘그럼 안 되는 거네. 그거 말고 다른 거 합시다’ 한다는 거죠.”

한국 과학기술계, 실패를 허용해야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실은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잘 모릅니다(웃음). 과거 창조경제 한다고 할 때도 그랬지만 정부의 고위직들이 이들 키워드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합니다. 그런 이해 없이 밀어붙이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로봇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에게 어떤 조언을 주겠습니까?

“몇 년 전 로봇영재라 불리던 카이스트 학생이 학업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이 있습니다. 로봇을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은데 취미를 넘어서 전공을 하려면 열정·호기심·손재주만으로는 안 돼요. 수학과 과학 과목을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저는 일곱 살 때부터 로봇 공학자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수학이 싫었고 지금도 싫어합니다. 그런 저에게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로봇을 연구하려면 과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하고 과학을 하기 위한 도구는 수학이다.’ 그 후 로봇 공학자가 되기 위해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는 요리를 잘하고 즐긴다. 5시 반이면 퇴근해 노천시장에서 싱싱한 야채를 사다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한다. 아일랜드 식탁에 식재료를 펼쳐 놓고 요리 재료와 나름의 요리법을 조합해 즉흥 요리를 만든다. 그러다 보니 부인이 ‘지난 번 요리를 다시 해달라’고 하면 난감하다. 매번 한 번 밖에 먹을 수 없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매일 찾는 노천극장 야채가게 아저씨는 캘리포니아 농부들이 정성껏 재배한 싱싱한 야채를 판다고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야채상들은 대부분 먹고살려고 오늘 나왔다고 말할 거에요. 어떤 직업이든 나름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직업의 목적은 가치를 창출하는 거지 돈을 버는 게 아니에요. 돈보다 그 가치가 중요합니다. 우정·사랑·믿음 같은 것들이죠.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이 사실을 잊으면 일을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목표가 없으면 스트레스도 많게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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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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