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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제도] 기관·외국인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해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올 들어 공매도 거래 급증...국민청원에도 금융당국 “공매도 폐지 어려워”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 거래는 공매도가 아닌 일반적인 주식 매도였지만 ‘사실상 공매도와 같았다’고 사건 전말을 설명하려던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물론 기관·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물량도 있었다). 그러나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아니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공매도는 주식 종류와 수량, 수수료 측면에서 기관·외국인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한 구조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개인투자자의 원성이 받아들여질까. 해외에서는 시장 효율성 증진 차원에서 국내에서는 도입하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까지 허용하고 있어 당국이 개인투자자의 바람대로 움직이진 않을 듯하다.


지난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삼성증권 공매도 수량은 129만1370주에 달한다. 공매도가 이어지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같은 기간 동안 10.9% 하락했다. 4월 11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증권 주가는 3만5450원이다. 공매도가 이처럼 쏟아져 나온 이유는 지난 4월 6일 112조원대의 배당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약 2000명의 직원에게 나가야 할 28억원의 현금 배당이 28억 주(株) 바뀌어 입금됐다. 잘못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 가운데 16명이 501만3000주를 곧바로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 이후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올 들어 삼성증권의 공매도 수량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만4000여주에 불과했다.

공매도(空賣渡)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다음에 일정 기간이 지나고 같은 주식을 되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10만원에 거래되는 주식이 있다고 치자. A 투자자는 이 기업의 주식을 값싼 이자를 주고 증권사로부터 빌려서 매도한다. 며칠 후 이 기업의 주가가 8만원으로 떨어졌으면 이 투자자는 8만원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된다. A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진 만큼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이런 구조 탓에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들은 주머니까지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달리 공매도가 주가의 거품을 빼고 하락장에서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악재성 정보를 주가에 신속히 반영할 뿐만 아니라 시장 유동성 공급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매도에 제약이 있으면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계속 올라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반론도 편다.

공매도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가운데 공매도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으로 코스피시장 공매도 잔액은 12조53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액도 10% 늘었다. 공매도 잠재 수요를 가늠하게 하는 대차거래 잔액 역시 4월 11일 78조2225억원으로 올 들어 18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지며 공매도 세력이 증가한 것이다.

개인투자자에게 불공평한 게임 룰


국내에 공매도가 처음 허용된 것은 1969년 신용융자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공매도가 활기가 띠기 시작한 건 1996년 9월 기관투자가에게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보통 1년 이내에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허용해 주면서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자 그해 10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도 매도의 일종이어서 공매도가 많아지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듬에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서 6월 금융주를 제외하고 공매도를 다시 허용했다. 2011년에는 금융주 공매도 규제도 풀었다. 이후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이 늘어나면서 물량과 잔액이 꾸준히 증가했다.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일부터 올해 4월 10일까지 약 1년 간 코스피 시장의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74%에 달한다. 기관투자자는 25%다.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33%에 불과하다. 비중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히 불공평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는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 제 3자에게서 낮은 수수료로 주식을 빌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를 통해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는 할 수 있지만 장외에서 별도 계약으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할 수 없다. 대주거래도 종목과 물량이 한정돼 있다. 막상 하려고 해도 매우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게 계좌를 만들어 공매도를 해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말 확실한 악재가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실상 공매도의 주체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다.

실제로도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와 관계가 깊다. 올해 공매도 거래금액이 많은 종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높거나, 기관의 매수가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가 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공매도 탓에 고전하고 있는 종목이다. 올 1월부터 3월 7일까지 거래량 기준 누적 공매도 비중이 20.39%였다. 지난 2월 9일 코스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한 셀트리온도 공매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올 들어 3월까지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5조9277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이 13.12%였다. 셀트리온의 거래량 기준 공매도 비중은 2015년 4.34%, 2016년 6.61%, 지난해 8.26%였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올해 오히려 비중이 더 커진 셈이다. 2월에만 공매도 비중이 18.07%에 달했다. 이 회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22%다. 올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비중이 늘어난 LG이노텍의 경우 2월부터 4월 12일까지 공매도 평균 비중이 13.1%에 이르렀다.

사모펀드 시장 커지면서 공매도 물량 늘어


공매도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배경엔 투자형 사모펀드도 한몫한다. 신영자산운영 대표는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고, 떨어질 가능성이 큰 종목은 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을 활용한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커질수록 공매도 물량이 많아지는 구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이 많은 종목이 타킷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실적 개선 기대감과 성장성이 높은 전기·전자(IT)와 제약·바이오주의 공매도가 많았다. 실제로 코스피시장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50개 종목을 살펴보면 전기·전자(IT)·소프트웨어 기업이 12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자동차·조선·항공(11곳), 제약·바이오(9곳) 순으로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전기·전자(IT)·소프트웨어 업종이 23곳, 바이오·제약·의료 업종이 16곳이었다. 한국거래소 통계를 보면 제약·바이오 업종 변동성이 컸던 지난 3월 30~4월 12일 사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9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6개사가 바이오·제약회사였다.

공매도는 양날의 검이다. 주가에 거품이 과하게 끼는 걸 막아주고 시장가치를 제때 반영하게 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형 악재로 특정 종목이나 전체 주가지수가 급하게 추락할 때 공매도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주가 하락 속도를 과도하게 높이고 증시 불안을 키운다. 때로른 작전세력이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매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2016년 한미약품 사태처럼 내부 정보를 먼저 입수한 기관투자가들이 공매도로 주식을 팔아치운 사례도 있다.

때문에 공매도를 둘러싼 여론은 좋지 않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지난 4월 6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더욱 늘었다. 청원은 4월 12일 현재 21만 건을 돌파했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한 달 안에 20만건이 넘으면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이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매도 폐지론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공매도의 부작용도 있지만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고, 거래량을 늘려 시장의 유동성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공매도 금지 청원 21만 건 넘어서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만약 공매도가 폐지되면 외국인 투자가 위축돼 증시 전체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공매도는 주가 급락에 대비한 헷지(위험 회피·분산) 수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가 시장 참여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증권시장 개방의 필수 조건으로 간주된다. 증시 규제가 강한 중국은 물론 대부분 선진·신흥국에서도 각종 부작용과 논란에도 공매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제도가 효용성과 유용성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폐지하자는 주장은 꼭 옳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세계 주요 증시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거래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39.4%,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42.4%에 달한다. 한국 코스피(6.4%)와 코스닥(1.7%)과 격차가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매도 규제를 운영 중이고 공매도 거래비중도 해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불신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신용을 믿고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거센 것은 외국인과 기관은 자유롭게 하는 데 개인은 사실상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불신 때문”이라며 “일본과 같이 개인투자자도 더 자유롭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8~10%가량이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시장 활성화 필요

공매도 공시제도의 손질도 필요하다. 정부는 2016년 6월 30일부터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경우엔 해당 투자자는 성명과 주소, 국적 등 인적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일별 잔고 비율이 0.5%를 넘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매일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같은 공시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종목의 공매도 잔고 금액과 수량은 공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통 헤지펀드는 증권사를 내세워 공매도 거래를 한다. 그런데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헤지펀드가 아닌 증권사다. 또 외국계 투자자가 얼마나 어떻게 공매도를 하는지는 공시제 시행 이후에도 알기 어렵다. 최종적으로 누 가 돈을 버는지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 무차입 공매도
: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인 차입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결제불이행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됐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성도ENG 주식을 유통물량(28만6000주)보다 많은 34만주를 공매도했으나 결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미결제가 나면서 개인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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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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