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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4) 베스핀글로벌] 클라우드 운용부터 관리까지 원스톱 

 

최영진 기자
틈새시장 추진력 있게 파고들어…올해 매출 1000억원 목표

▎지난 4월 5일 서울 삼성동의 베스핀글로벌 사무실에서 만난 이한주 대표가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원동현 객원기자
틈새시장을 보는 눈, 낙관적인 생각, 그리고 추진력….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 대표(45)의 성공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베스핀글로벌은 라이징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2015년 12월에 창업했으니 이제 3년 차가 된 스타트업이다. 그렇지만 성장세가 무척 가파르다. 3~5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은 흔히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겪으면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마련이다. 베스핀글로벌은 이미 죽음의 계곡을 건넜다. 창업 1년 만에 베스핀차이나라는 해외 지사도 설립했다. 창업 이후 47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금 유치에도 성공했다. 중국의 레전드캐피탈과 싱가포르의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테마섹홀딩스의 자회사 STT텔레미디어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베스핀글로벌의 임직원은 4월 현재 400여 명, 올해 말에는 700여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3년 차 스타트업이 거둔 성적 치고는 화려하다. 짧은 시간에 이 대표가 자리를 잡은 것은 앞에서 설명한 3가지 키워드 덕분이다. 이 대표의 성공 노하우는 후배 창업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여 기업이 베스핀글로벌 서비스 이용

흔히 클라우드 시대라고 한다. 아마존의 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등이 대표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다. 과거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대표됐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클라우드 조직 중심으로 기업을 재편할 정도다. 그만큼 클라우드 시장은 글로벌 IT 기업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서버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보관하고 업무를 처리했지만, 점차 클라우드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고 있다. 이한주 대표는 이런 변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클라우드가 대세라면 클라우드를 대신 운용해주는 서비스도 필요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기업이 클라우드만 사용한다고 혁신을 하는 게 아니다”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운용하는 방법 등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기업이 직접 나서서 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흔히 말하는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다. “기업은 이제 클라우드를 이용해 빠른 혁신을 하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대신 쉽게 변하지 않는 기업을 대신해 클라우드 시대에 대비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말대로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필요한 전략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운영 서비스,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할 때 한 눈에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BSP(Bespin Service Platform)’이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 관리, 클라우드 모니터링, 문제점 파악 등을 이 툴을 이용하면 모두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의 특성 때문에 임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성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창업 3년 만에 삼성전자·LG전자·SK·아모레퍼시픽 등의 대기업과 스타트업까지 200여 개 국내외 기업이 베스핀글로벌의 고객이 됐다. 비즈니스 모델은 서비스 제공과 솔루션 판매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매출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올해 매출은 100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나만 잘한다고 다 잘 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1998년 미국에서 인터넷 호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트웨이를 시작으로, 2006년 인도에서 어피니티 미디어, 2012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 등을 창업했다. 2013년에는 미국 호스트웨이를 3억5000만 달러(약 3735억원)에 매각하는 성공을 거뒀다. 인도에서 창업한 어피니티는 온라인 광고 플랫폼 서비스다. 이 대표는 “이 분야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2006년 호스트웨이 사업부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어피니티 미디어에는 약 200여 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스파크랩은 한국에 액셀러레이터 개념이 드물었을 때 창업했다. 수익보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 설립했다. 스파크랩에서 여는 데모데이에는 10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유명한 행사가 됐다. 이 대표는 “스파크랩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고,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그는 “호스트웨이를 예로 들면 당시 인터넷이 상용화되는 것을 보고 인터넷 호스트 사업의 미래를 봤다”면서 “어피니티 미디어나 베스핀글로벌도 틈새시장을 찾았던 것이고, 바로 도전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장점은 낙관적인 생각과 추진력이다. 그는 가능성이 보인다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 추진한다. 베스핀글로벌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 서비스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베스핀글로벌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 벤처캐피털은 우리 서비스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한다”면서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우리 서비스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고 있고,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인도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대표는 “가능성이 보이면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리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내 장점”이라며 웃었다. 국내에서 창업한 후 6개월 만에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던 것도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1998년 첫 창업을 하면서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 운영과 창업가의 자세 등을 배웠다. 지금이야 함께 일하는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웃고 이야기하는 대표다. 과거에는 정반대였다. 이 대표는 “호스트웨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동료와의 대화나 실행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면서 “나만 잘하면 다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궤도에 올리려면 낙천적인 성격과 매일 인내하고 참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호스트웨이부터 베스핀글로벌에 이르기까지 성공의 길을 꾸준하게 걷는 이유다. 베스핀글로벌의 ‘베스핀’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행성 이름이다. 이 행성에 있는 도시 중의 하나가 ‘클라우드 시티’다.

1431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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