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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경제학] 헌법도 자유경제체제 지향해야 

 

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기본권·재산권의 과도한 제한 우려…경제조항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약해질 수도

원래는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자며 시작된 개헌 논의가 경제 분야까지 번졌다. 노동권의 강화, 경제민주화, 토지공개념 등을 헌법에 못 박자는 내용이다. 정치 권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사실 이런 내용들의 단초는 이미 헌법에 담겨 있다. 개헌안은 이들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개헌안이 통과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헌법도 민간의 경제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간섭을 인정해왔다. 하지만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기면 위헌이 된다. 공익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최소 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개헌이 되면 문제의 경제조항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은 힘이 약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공개념이라는 이름으로 입법됐던 택지소유상한제나 토지초과이득세는 부당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불합치 또는 위헌판결을 받았다. 만약 새 토지공개념 조항 하에서는 과거의 위헌법률이 합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기본권·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경제 규제의 일반적 원칙을 벗어나 과도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으로 정치에서의 반응이다. 사실 경제 관련 개헌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가진 자들을 혼내주는 어떤 장치’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헌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정부가 그 기대를 채워주기를 바랄 것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혁명적 조치, 예를 들면 부분적 부동산 국유화 같은 조치도 고조된 국민적 기대 속에서 정당화될지 모른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떨까. 경제조항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개 저개발국이다. 토지를 예로 들어보자. 192개국의 헌법을 조사해본 결과 토지의 소유 제한, 분배 등에 대한 헌법조항을 가진 나라는 22개국뿐이었다. 북한·중국·쿠바·에티오피아·케냐·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 또는 저개발국이 15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멕시코·터키·대한민국의 7개국이다. 대한민국은 농지소유 제한에 대한 규정을 헌법에 두고 있다.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저개발국가 중 상당수가 헌법에 토지소유 제한 말고도 세세한 경제조항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영국·캐나다·독일·네덜란드·스웨덴·덴마크 등은 세세한 정부 개입 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차이는 국민의 가치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프스테드지수(www.hofstede-insights.com)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 등 경제조항을 가지지 않은 나라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포르투갈·베네수엘라 등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이 지수를 근거로 조금 거칠게 해석해 보면 이렇다. 영미권과 북유럽의 국민들은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세계관, 즉 개인주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헌법은 개인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개입을 견제하는 장치다. 이와 달리 남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사람들은 집단적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헌법은 국민의 경제생활에 대해 많은 조항을 두게 됐다. 그 결과 국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고, 국민은 무책임해졌다. 이 나라들의 경제는 상시적인 위기 상태에 놓이게 됐다. 대한민국은 어떤 체제를 지향할 것인가. 미국·영국·독일 같은 자유경제 체제인가. 아니면 포르투갈·베네수엘라 같은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체제인가. 개헌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을 국민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 김정호 전 교수는…자유기업원 원장과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포퓰리즘입법감시단 공동대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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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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