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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정치외교학] 개헌은 정치이자 권력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선거와 맞물린 개헌은 애초 불가능…현실적인 출발점에서 타협과 협상 필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이뤄질 수도 있었던 헌법개정(개헌) 국민투표는 물 건너 갔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지만 예상대로 여야 협상은 대치국면 끝에 불발로 끝났다. 애초 6월 개헌 국민투표는 불가능했다. 왜 그럴까?

첫째, 개헌은 정치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구별이다. 정치의 출발은 적과 아군을 나눈다. 우리 편이냐 상대편이냐다. 정치의 핵심은 내 편을 늘리는 거다. 키신저가 “외교를 국제적 힘의 구도와 상황을 국익에 부합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 이유다. 내편이 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상대편으로 가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건 내게 유리하냐 불리하냐와 같은 말이다. 내 편이 많으면 내가 유리하고 네 편이 많은면 내가 불리하다.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불가능한 건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함께 하느냐가 선거의 유불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둘이 함께 하면 유리한 쪽이 있고 둘이 함께 하면 불리한 쪽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 변경 논의가 지지부진한 게 개헌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다. 선거제도 논의가 개헌 성공의 입구라 불렸던 이유다. 선거제도를 바꾸면 지금의 정치적 세력관계와 이해관계는 변할 수 있다. 제도에 따라 의석 수가 지금보다 더 늘 수도 있고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

내 편 네 편 가르기가 낮은 수준의 정치라면 공공성과 공익, 그리고 통합의 정치는 차원 높은 정치다. 정치는 공공의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애기다. 개인과 정파적 이해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게 공공성이다. 그래서 그들이 공인이라 불린다. 정치는 타협이다. 정파적 이해와 공익의 조화와 타협이 정치의 요체다. 정파 간 이해관계의 타협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손해와 이익의 중간이 타협은 아니다. 원칙이 있는 타협이어야 한다. 공공성과 공익 그리고 통합의 원칙적 방향을 전제한 다음 어디까지 갈거냐를 놓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다.

선거제도를 보면 대표성 제고가 원칙이다. 득표만큼 의석을 얻는 게 대표성이다. 득표와 의석 둘의 간격이 가능한 적어야 한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유리하다. 군소 정당은 웬만큼 득표를 해도 의석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대표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정치체제의 정당성은 약화된다. 지금보다 대표성 높은 선거제도는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문제는 대표성의 정도다. 한 번에 끝까지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그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다. 오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정파적 이해와 공익이 충돌하는 곳이다.

개헌이 어려웠던 두 번째 이유는 개헌은 권력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독점을 지향하는 속성을 갖는다. 정보도 자원도 권력은 독차지 하길 원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권력 획득과 유지의 가능성이 크다면 권력 독점의 유혹은 더 강력하다. 반대로 당분간 권력 획득이 어려워 보인다면 최선은 권력 참여의 기회를 넓히는 게 된다. 한 쪽은 현 집권세력이고 다른 한쪽은 야권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8년 연장안 vs 변형된 의원내각제’라는 비판이 교차하는 이유다.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국회 기능과 권환의 확대에 양측이 공감하면서도 대안이 다른 이유다. ‘총리의 국회동의 대통령 임명 vs 총리의 국회선출’로 나눠지는 이유다.

권력은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강화된다. 천하를 천하에 숨겨두면 훔칠 수 없는 거와 같다. 국민 삶의 문제 해결이라는 권력의 업적도 권력을 나눌 때 가능해진다. 분권, 견제와 균형은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국회의 총리 복수추천과 대통령 임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출발점이다.

※ 박명호 교수는…한국민주시민교육학회 회장이자 중앙선관위 자문위원이다. 한국정당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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