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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불발에 그친 6월 개헌 그 후 - 행정학] 정치·사회 발전시킬 통찰 담아야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부패 예방, 분권, 4년 중임 등 무책임한 결과 초래할 사안 많아

불발로 그치긴 했지만 1987년 개헌 이후 민주적인 논의로 개헌을 추진한 것은 감회가 새롭다. 다만 ‘이제 31년이나 되었으니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역사의 단절이 개헌에도 표출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사회 진화의 상태를 일반판례에 표출된 대로 불문 헌법으로 인정하는 곳이니 개헌을 따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미국은 1787년 헌법을 제정한 이래 27번의 보충(Amendments)만 해왔을 뿐이다. 우리와 같은 전면적 개헌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행정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눈에 이번에 나온 개헌 논의는 세 가지 점에서 특징 및 유의점을 보인다. 첫째, 이번 개헌은 ‘분권화’라고 이름 지워진 권력구조의 개편이 가장 큰 시대적 과제인 듯했다. 여기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측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자원과 권력을 이양하는 분권에 관심을 보였고, 야당은 대통령 권력의 분산에 초점을 맞췄다. 전자는 쉽사리 합의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후자는 합의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지방으로의 분권화가 개헌에서 쉬운 이유는 지방 분권화를 상징적 규정만으로 헌법에 담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갈등과 어려움은 지방자치법·지방재정법 같은 개별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기존에 8대2로 되어 있는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를 6대4의 비율로 바꾸거나, 지방정부의 조직법 등을 개정할 때 관료의 방만과 책임성 문제 등에 주민들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정권이 독점하는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논의는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방안 등으로 여야가 부딪혔다. 그러나 기능적 측면에서 살펴 보면 논란의 핵심은 권력기관장을 대통령이 자기 사람으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검찰총장·경찰청장·감사원장·국세청장 등에 대해 청문회만 열어서는 될 일이 아니고, 대통령이 자기 사람을 일방적으로 심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부패를 예방하고 깨끗한 나라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셋째, 절대다수의 개헌론자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모두 합의하는 듯 보이는 사항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으로 바꾸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가 보기에 매우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사안이었다. 정권 초기 현상과 정권 말기 현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한국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는 정당에 표를 주지 않고 막연히 잘해 줄 것을 기대하며 지도자에게 큰 권력을 위임하는 유교식 민주주의 행태를 보이게 마련이다. 이는 권력자가 청렴하면 의사결정의 비용을 줄여 사회 발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대통령 스스로 부패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정권 초반의 ‘막연한 기대’는 정권 말기에 ‘구체적인 절망’으로 나타나며, 그 절망은 분노로 폭발해왔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참혹했다. 김영삼 6%, 김대중 24%, 노무현 12%, 이명박 21%, 박근혜 4%였다. 이 가파른 추락의 곡선을 거슬러 올라 재선에 성공할 대통령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 대통령 임기만 1년 단축하고 레임덕의 사이클을 단축하며 정치 비용만 늘이는 건 아닐까? 8년의 집권 기간을 우리의 유권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는 등 기본권을 강화하는 등 선언적이고 상징적 개헌은 쉬운 일이다. 문제는 우리의 정치와 사회를 발전시킬 메커니즘을 통찰하고 설계해 헌법으로 유도하느냐가 중요하다. 비밀스런 학술 연구하듯 일부 전문가들이 연구를 거듭해서 공개하는 내용에 박수를 칠 만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 이종수 교수는…헌법재판소 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이다.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단장,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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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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