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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이솝투자학] 주식투자금은 ‘엎질러진 물’ 본전 잊어라 

 

서명수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
매몰비용과 ‘시골 처녀와 우유통’…보유 주식에 대한 지나친 애착 버려야

기원 전 6세기 그리스의 노예 이솝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솝 우화]는 인간의 심리를 동물의 행동에 투영한 우화집니다. 이솝은 정글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비법을 번득이는 재치로 풀어내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이솝 우화의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손 안의 한 마리 새가 낫다”를 인용하며 비효율적 숲 이론을 제시했다. 투자자 행동과 관련이 있는 이솝 우화 이야기를 읽으며 성공 투자의 길을 모색해본다.


한 시골 처녀가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면서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우유 판 돈으로 계란 300개를 사면, 썩은 것과 족제비가 물어 가는 것을 빼더라도 족히 250마리의 병아리가 부화할 것이다. 그 병아리들은 금세 자랄 것이고 값이 가장 좋을 때 내다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내년쯤에는 새 옷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초록색으로…. 그래, 초록색이 내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릴 거야. 그 옷을 입고 파티장에 나가면 청년들은 모두 나와 춤추고 싶어할 거야. 하지만 난 누구도 선뜻 받아 주지 않고 오만하게 물리칠 것이다.” 처녀는 이런 식으로 끝도 없는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몸의 균형을 잃었고, 이고 있던 우유통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좋았던 상상도 그 순간에 박살이 버렸다.

엎질러진 물처럼 우유통이 땅에 떨어져 쏟아진 우유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우유를 팔 수 없으니 한껏 부풀려진 시골 처녀의 꿈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이 우화처럼 사람은 살면서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 그것이 돈이나 시간과 관련돼 있으면 더욱 뼈아프다. 그래서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미련을 갖지만 그럴수록 아픈 상처만 키울 뿐이다.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이 우화와 같은 엎질러진 물과 같은 상황과 자주 마주친다. 이럴 때 빨리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게 최선이지만 대개 아까운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만회할 궁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회는커녕 손해만 키울 수 있다. 두 명의 기업가를 예로 들어보자. 하나는 자신이 직접 회사를 일군 자수성가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키운 회사를 인수해 경영하는 인수·합병(M&A)형이다. 그런데 전자가 후자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과감한 확장 정책을 편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직접 키워 남다른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큰 돈을 잃을 위험도 크다. 회사의 운명이 오늘 내일 해도 포기하지 않고 사방에서 돈을 끌어다 쏟아 붓는다. 그러다 회사도 잃고 있는 재산마저 날리게 된다. 주식투자자 중에도 이런 이들이 많다. 보유 주식에 지나친 애착을 갖게 되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주식에 개인 감정을 이입할수록 헤어지기 어려워 손실폭을 필요 이상으로 키운다. 이런 사람은 절대 주식투자로 부자가 될 수 없다.

경제학 용어 중에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한번 지출하면 회수되지 않는 비용이라는 개념이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여러 비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엎질러진 물과 같이 자신의 의지로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합리적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인간은 종종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다. 투자한 비용·시간·노력 등이 아까워 더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매몰비용의 함정은 얼마든지 있다. 정류장에서 30분이나 기다렸는데 버스가 오지 않을 때, 계속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태껏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걸어가거나 택시를 탄다면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깝다. 누구나 이익보다는 손실에 민감한 법이니까. 더구나 택시를 타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돼 자존심도 상한다. 결국은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된다. 말하자면 손실회피심리에 자존심이 더해져 고집의 오류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태도는 명백한 잘못이다. 실수를 깨달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갔든 당장 그만두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기다릴 뿐이다.

재산 피해 더 키우는 본전심리

매몰비용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1969년 영국과 프랑스가 합작으로 개발에 착수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꼽힌다. 콩코드 프로젝트는 사업이 진행될수록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먹혔다. 성공적으로 끝마친다 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그러나 양국 정치인들은 이미 많은 비용이 들어간데다 개발도 거의 끝나간다며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되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생돈을 쏟아 붓더라도 체면치레가 급했던 것. 그러나 콩코드 여객기는 예상대로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03년 운항이 중단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이 비행기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혹 잘못된다 해도 잘 모르는 데 투자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그만 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투자가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까지 얼마를 투자했든 바로 발을 빼야 지혜로운 투자자다. 망설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돈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만회할 기회마저 날아가버린다. 이미 잃은 돈에 집착하는 한 절대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주식투자에서 생돈을 날리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다. 이들이 구사하는 수법 중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물타기’다. 손실 구간에서 같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매입 단가를 낮춰 본전 회복기간을 단축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A란 회사의 전망이 밝다는 소식을 듣고 그 회사 주식을 10만원에 샀다고 하자. 주가가 매입 후 며칠 오르다가 이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투자원금의 절반이 잘려나가 5만원으로 폭락했다. 누가 봐도 실패한 투자다. 하지만 투자자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앞으로 이런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며 5만원을 손해보고 처분하는 것이다. 이걸 ‘손절매’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물타기’다. 이 선택의 계산법은 이렇다. A 주식이 5 만원에서 8만원으로 오르면 여전히 2만원을 손해보게 된다. 그러나 5만원에 주식을 같은 양만큼 더 산다면 주가가 8 만원이 됐을 때 처음 산 주식이 2만원을 손해보더라도 추가 매수한 주식 덕분에 3만원을 벌게 돼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게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보유 주식 조망해야

그러나 주가가 정말 8만원까지 오르리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10만원일 때도 확신이 있었으니까 과감하게 샀던 것 아닌가? 그런데 오르기는커녕 5만원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주식을 추가 매수한 이유가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 “지금 A주식을 처음 알았다면 과연 사겠는가.” 만약 “아니오”라는 답이 나오면 물타기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보유 주식도 팔아야 한다. 돈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희망이 없는 주식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바보짓이다. 주식을 처음 살 당시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냉정을 찾고 객관적 관점에서 보유 주식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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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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