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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논란의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 교육학] 새로운 개념의 ‘우수 학생’ 선발해야 

 

양승실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교육정책학자)
미래 인재 키우려면 입시에서 전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중요

교육은 본래 이전 세대의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보수적 기능인 사회화와 다음 세대의 문화를 창달하는 진보적인 사회혁신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교육은 늘 기본 갈등과 부차적 갈등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현행 대입제도의 골격은 1990년대 중반 새천년을 맞으며 대한민국 성장세대가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초점을 둔 ‘새로운 대학입학제도와 교육비전 2002:새 학교 문화 창조’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설계해 1999년 고교 1학년부터 적용했다. 당시 ‘새 대입제도’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대학의 인재상과 전공 영역에 적합한 ‘우수 학생’의 개념을 정립하고, 학생 선발을 시험 위주의 ‘입시’에서 잠재력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전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쉽게 곁을 내어주는 법이 아니듯 새 대입제도 초기 집행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이 일었다. 내신성적 부풀리기, 고교의 다양한 대입 전형 대비 미흡으로 사교육 의존도 상승, 시험 점수 위주 선발 관행과 결별하지 못한 대학, 창의성 기른다고 학력 저하된 이해찬 1세대 등이 각종 미디어에 회자됐다. 이런 가운데 정책 이해당사자들의 갖가지 반응과 전형 활용 방식을 진단했고, 고교 수업 개선과 교육 활동 다양화라는 일부 효과도 확인했다. 나아가 고등학교에서 참된 학업 성취를 지향하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대학에서는 적격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고교-대학 연계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평생학습이 필수인 지능·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세게적으로 교육혁신이 일상이 됐다. 삶에서 차지하는 교육의 비중만큼이나 유난히 높은 학구열로 무장한 우리 국민의 강하고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면서 급변하는 교육정책 환경에 대응할 뿐 아니라 국가 발전 과정에서 도움이 되도록 한국 현대 교육사는 가히 수많은 제도개혁과 정책 실험의 전철을 밟아왔다.

교육현장에서는 ‘개혁 피로도’를 토로해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교육을 매개로 계층이동의 역동성을 체험해온 사회에서 대입제도를 둘러싼 상반된 주장과 사실의 왜곡, 그리고 예외적 소수 사례의 침소봉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냉·온탕을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며 위기를 조장하는 샤워실 이코노미스트들의 위험한 선택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방조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정치 변화 파고를 타고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뜨거워졌으나, 추측성 유·불리에 따른 현재적(顯在的) 쟁점이 존재할 뿐 정답은 없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논란을 촉발시킨 (최)상위권 대학에서의 균형을 잃은 과도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연구 과정에서 만난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는 ‘공신(工神)’이 묻는다. ‘학종은 획일적 단 한 번의 시험점수 1점으로 운명이 갈리는 제도와 견줄수 없을 만큼 좋은 제도에요. 그런데 학교는 학종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나요? 좋은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만한 시민의식이 있나요?’

변화와 혁신은 제도와 인식이 만나는 접점에서 이뤄진다. 모집 시기의 통합을 전형 유형의 통합으로 오해하는 시민도 적지 않은 상황이므로 전략적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민사회를 향해 묻고 싶다. 대입전형 상황은 처지와 형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만 논의해야 하나요? 선발이 아니라 모집해야 하는 수많은 대학과 ‘협력하는 괴짜’를 필요로 한다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면서 공정한 불평등을 추구해야 하나요?

※ 양승실 박사는…전문대학평가 인증위원, 고등교육정책학회 이사,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심의위원, 시도교육청 평가위원, 인사혁신처 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1438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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