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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논란의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 경영학] 창의적인 인재가 왜 부족할까? 

 

김태규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똑똑하고 성실한 인재는 많아…획일적 입시제도 경계해야

‘한국인은 똑똑하다’라는 평가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연도에 따라 측정치가 바뀌기는 하지만, 한국의 국가 평균 지능지수(IQ)가 105 이상으로 거의 해마다 상위 5개국 안에 든다. 또 ‘한국인은 성실하다’라는 평가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더욱 없을 것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결과,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이었다. 2255시간인 멕시코와 2212시간인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디. 흔히들 성실하다고 평가하는 독일(1363시간)과 비교했을 때, 해마다 4개월을, 일본(1713시간)보다 2개월 더 일한다.

그런데 기업은 왜 필요한 인력을 찾기 힘들다고 하고, 개인은 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할까. 물론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학자로서 볼 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와의 큰 격차가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선 기업이 필요한 인재상부터 정리해 보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전통적으로 성실·근면·애사심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이제는 경영환경의 변화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이런 경영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 ‘스마일 커브’이다. 스마일 커브는 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고안해서, 생산·판매·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각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패턴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사람이 웃을 때의 입 모양처럼 U자 형태의 커브가 그려지기 때문에 스마일 커브라고 불린다.

과거에는 조립 혹은 제조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가장 크거나 각 단계별로 창출되는 부가가치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근래에 들어서면서, 제조 혹은 조립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연구·개발(R&D)과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점점 커지면서 중간 단계인 제조의 부가가치가 아래로 축 쳐지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 제조 단계의 부가가치가 컸을 때는 기업이 이 단계에 역량을 집중해야 했고, 따라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한마음 한뜻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연구·개발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되는 시기로 경영환경이 바뀜에 따라, 성실·근면한 인재보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서두에서의 질문과 유사하게 ‘한국인은 창의적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얼마나 편하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10년 이상 한국에서의 기업 강연을 통해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였고, 필자 또한 부정적인 의견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혁신과 창의성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의 충돌을 통해 생성되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한국인이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과 생각의 충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이런 한국인의 특성은 한국의 교육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대다수의 대학이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개별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창의성의 근간이 되는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그간의 대학의 노력을 퇴보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강의실에서 수능성적이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 모여서 강의하는 내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학생이 많은 것도 좋다. 그러나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 그리고 독특한 재능을 가진 학생이 교수의 의견에 도전하고 토론하는 강의실로 변해야 창의적인 한국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 김태규 교수는…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근무했다.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고 델라웨어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438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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