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으로 온라인 정보 신뢰도 저하, 집단 극화 현상 우려
온라인 환경이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 되면서 개인들의 일상은 좀 더 복잡다단(複雜多端)해졌다.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 생활의 편의성이 증진됐을 뿐만 아니라 어렵지 않은 과정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 또한 엄청나게 증가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업무와 학습에 필요한 것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의 생활과 생각에 대한 부분도 포함된다. 다양한 종류의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어렵지 않게 서로의 생각과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그런 과정 속에서 연결된 개인 간의 소통은 자연스레 많아졌다.최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댓글 또한 온라인 환경이 가져다 준 소통의 한 방식이다. 언론사나 포털에서 제공하는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부터 누군가가 작성한 게시글에 대한 댓글, 또 다른 이의 댓글에 대한 댓글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유형은 다양하다. 내용에서도 게시글에 대한 동의를 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이견을 주장하기도 한다. 표현 또한 정감어린 따뜻한 표현을 이모티콘의 형태로 나타내기도 하고, 거친 욕설을 공개적으로 쏟아내는 경우도 있는 등 그 스펙트럼은 매우 넓게 존재한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이 지배적이다.댓글의 역사는 온라인 공간의 시작만큼이나 오래됐다. 익숙한 서비스이지만 그로 인한 논란 또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악성 댓글’이 문제였다. 타인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나 욕설을 퍼부으며 그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큰 문제로 제기됐다. 이와 함께 특정 대상에 대해 혐오나 차별을 나타내는 표현도 사회적 대책의 필요성을 가져왔다. 악성 댓글로 인한 폐해가 연예인들의 자살로까지 이어지자 법적·제도적인 해결을 위해 인터넷 실명제로도 불리우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 의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된 후 이제는 사라진 제도가 됐다.지금도 댓글로 인한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댓글 관련 문제는 또 다른 성격이다. 직접적인 댓글의 내용보다는 댓글에 대한 평가를 ‘조작’해서 여론을 왜곡하게 된 문제가 급속히 부각됐다. 특히 여론의 왜곡은 민주주의의 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제도인 선거 과정에 개입해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댓글을 쓰는 개인들이 원하는 바는 무엇보다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달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가진 인정(認定)의 욕구와 함께 영향력의 욕구가 여기에 작용해 댓글을 쓰게 한다. 하지만 최근 조작된 댓글을 통해 목적하는 바는 이와는 다르다. 지향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과 왜곡을 범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기능과 함께 정치학습을 위한 장(場)으로도 역할을 한다. 잘못된 정보에 의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공간의 정보에 대한 신뢰의 저하가 더욱 심각한 문제다. 나아가 진위(眞僞)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맞는 내용만 수용하는 확증 편향의 문제는 댓글과 결합해 심각한 갈등 양상을 나타내는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로 전개된다. 집단적 쏠림에 따라 갈라진 의견은 합리적 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 소통할수록 갈등은 심화되고 상대에 대한 반감은 폄훼를 넘어 혐오로 나타난다.해결을 위한 방안은 새로운 규범 속에서 모색해야 한다. 고답적인 윤리가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의견에 대한 존중과 자기 책임성에 기반한 행위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 쏟아지는 정보에 대한 종합적 판단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상황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지는 법제도보다는 이런 디지털 시민성과 디지털 역량의 증진만이 어렵지만 댓글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는 근거가 될 것이다.
※ 배영 교수는…한국정보사회학회 부회장, 서울시 여론조사 자문위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통계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