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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온라인 댓글 논란 어디로? - 행정학] 댓글 제한이 정부의 역할인가? 

 

이향수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인문사회융합대학 교수
여론 조작은 댓글문화 이전에도 존재 … 포털의 자율적 규제 강화, 시민의식 함양 필요

“우리 집 햄스터들에게도 호박씨를 먹여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은 유투버다. 햄스터의 성장 과정을 유투브에 올린다. 오늘은 햄스터 간식에 대한 영상을 올려놓았더니 감사하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얼마 전에는 햄스터 목욕 영상을 올려놓았더니 “물 목욕도 가능해요”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햄스터는 모래목욕만 가능한 줄 알았던 딸은 물 목욕에 도전하겠다는 답신을 했다. 딸은 사이버세계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새로운 정보를 획득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댓글은 열려있다.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인터넷 매체 이전 우리 사회의 미디어는 일방향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었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은 일방적으로 수용했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다.

물론 현실은 항상 규범적이지 않다. ‘두루킹 댓글 조작사건’처럼 말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맛집이라고 소개된 댓글을 보고 찾아간 식당에서 낭패를 경험한 이도 적지 않으리라. 댓글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작이나 왜곡이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정치나 행정과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행해진다면 그것은 매우 치명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혹자는 정부가 나서서 댓글을 아예 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포털사가 아웃링크 방식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해서 가두리양식처럼 독자들을 특정 포털에 가두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말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는 것이 최선일까?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는 단기적인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두루킹 사건’의 본질은 댓글 자체에 있지 않다. 정치판의 고질적인 여론조작 사건이다. 이는 인터넷이나 댓글이 없던 시절에도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댓글을 규제하고 혹은 중국처럼 인터넷을 검열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론 조작에 대한 유혹이나 방법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공간은 자유와 개방, 공유가 기본 작동원리이자 철학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소한의 개입 혹은 사후적으로 개입해 개방의 공간인 인터넷 세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댓글조작 사건은 정부의 역할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은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책임의식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우선 민간 기업은 정부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자율적인 규제를 더 엄격히 해야 한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이 댓글 조작과 관련해 내놓은 대책은 그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한지를 보여준다.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의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되, 아웃링크에 대해서는 개별 언론사들과 협상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 포털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혹은 ‘언론사들과의 협상이 어려워서’ 댓글에 대한 규제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포털 내에 네티즌들을 오래 머물게 해서 창출될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자율규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시민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많이 향유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 세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참여자는 민주주의적 소양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라는 전제 요건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이버 세계에서의 시민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함양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시민교육을 위해 정부·시민단체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 역시 중요하다.

※ 이향수 교수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공공데이터제공분쟁조정위원회위원, 열린혁신평가단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1440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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