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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온라인 댓글 논란 어디로? - 심리학] 부정적 정서 표현할 탈출구 만들어야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긍정적인 사건에는 신경 덜 쓰게 마련 … 익명성 보장 문제도 다시 점검해야

최근의 우리 시대를 인터넷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인터넷의 보급이 우리의 삶을 양적·질적으로 변화시켰다. 인터넷은 무엇보다 우리가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불가능하거나 제한됐던 자신의 표현을 거의 무한대로 가능하게 했다. 그러한 현상 중의 하나가 댓글이다.

댓글을 다는 것은 어떤 주제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는 욕구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드러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입증한다. 특히 이런 욕구가 일상적인 상황에서 충족되지 못할 때, 댓글은 자신의 주장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댓글을 다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지 못해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좌절이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기도 하고, 특정인을 언어적으로 공격해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부족해 다양한 생각이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주장이나 판단만이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다.

욕과 같은 부정적인 언어는 상대방에게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주지만, 욕을 하는 사람은 심리적 쾌감을 누린다. 몇몇 심리학적 연구를 보면,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공격하는 욕은 카타르시스와 같은 효과를 낸다. 그래서 욕은 당사자에게 심리적 욕구를 해소하게 해줌으로써 만족감을 준다. 말하자면 욕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통해 유쾌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왜 그러면 사람들은 칭찬보다는 욕을 더 많이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부정적 사건에 더 집중하는 심리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부정적 사건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협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긍정적인 사건은 현재의 상태가 우호적이고 유리하다는 알려주는 것으로,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소홀히 해도 그것이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사건은 현재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상대방의 부정적 측면에 더 주목해서 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형성하기가 더 쉽다. 이것은 사건이나 사물, 인간에 대해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나 판단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어떤 문제를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해서 해결 가능한 길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 악의적인 댓글이나 비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건설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그 방안을 선호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방안이 차단돼 좌절을 느끼거나 할 때, 사람들은 그에 따른 부정적 감정을 악성 댓글과 같은 음성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기 쉽다.

또 인터넷의 익명성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의 표현을 더 용이하게 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초래하는 해악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인터넷상에서의 익명성 보장에 관한 문제는 매우 복잡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의 보호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다수 있다. 그럼에도 악의적 댓글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익명성이 이런 행동을 촉진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정태연 박사는…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 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장과 중앙대 심리서비스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1440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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