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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금흐름할인법’] “미래 가치 왜곡” vs “근거 기반한 평가법”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란에도 등장…“복수의 평가법 활용” 주장도 나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6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검색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설립된 지 반년 갓 넘은 여행사가 최근 150억원에 팔렸다. 자본금 2억원에, 직원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달랑 3명뿐이다. 거래가 성사된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매수자로부터 거래가격 타당성 평가를 의뢰받은 회계법인은 이 여행사 가치를 145억원~156억원 사이로 평가했다. 적절한 가격에 샀다는 이야기다. 초미니 여행사는 어떻게 이런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비결은 이른바 ‘DCF(Discounted Cash Flow, 현금흐름 할인법)’라는 가치평가방법에 있다. DCF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이를 현재가치로 평가해 기업가치를 매기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나노캠텍(디스플레이 소재기업)이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한 제천국제여행사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을 면세점에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한다. 관광객이나 보따리상이 구입하는 물건값에 비례해 면세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20% 안팎)가 영업수익(매출)인 셈이다. 그런데 협력사(중간 알선책)들에게 수수료를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사가 얻는 최종 수수료 마진은 대부분 최대 5%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 대표가 경영하던 이 여행사 가치평가에 사용된 재무제표는 올해 1분기, 즉 딱 3개월치다. 이 기간의 수수료 매출은 14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3억원이다. 신생 여행사지만 롯데 면세점과 계약을 맺고 사업하는 것으로 보아 나름 ‘네트워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개월치 영업실적을 기초로 현재 사업상황, 미래 시장 전망 등을 종합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손익과 현금흐름을 추정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예상 영구현금흐름을 더해 산출한 기업가치가 150억 수준이다. 회계법인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제천국제여행사는 앞으로 5년 동안 해마다 7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30억원 안팎의 영업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의 잉여현금흐름 추정치는 연 25억원 안팎이다. 실제 실적은 예상치와 얼마나 비슷하게 흘러갈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설립 6개월 초미니 여행사의 미래 가치가 150억?


이렇게 사업구조가 간단한 여행사조차도 DCF 평가를 적용하려면 많은 추정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150억 가치평가가 적절하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DCF’는 증권시장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용어다. 이렇게 생경한 말이 최근 몇 달 새 언론 매체의 지면에 왜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증권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에 DCF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5월 초까지만 증권시장 최대 이슈였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즉 현대모비스 분할 논란의 한가운데에도 DCF가 있었다.

두 사안에서 DCF 평가법은 어떤 역할을 했길래 논란의 장본인이 됐을까? 우선 DCF에 대해 최대한 간단하게, 그리고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DCF에서 말하는 현금흐름이란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이다.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금액을 뺀 수치다. 기존 사업 유지와 신성장 사업 확보에 필요한 투자분을 빼고도 남는 여유 현금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표(1)처럼 이자율이 10%인 상황에서 지금 1억원을 예금하면 1년 뒤 1억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1년 후 받게 될 1억1000만원의 현재가치는 1억원이 된다. 이를 두고 “1억1000만원을 이자율(10%)로 할인하면 현재가치 1억원을 산출된다”고 한다. 만약 어떤 회사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보자. 1년 후 100억원과 2년 후 100억원의 현재가치는 다르다. 이자율 10%로 가정한다면 각각 91억원, 83억원이다. 3년 후 100억원은 75억원이다. DCF에서 잉여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할 때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라고 하는 것을 할인율로 사용하는데, 구하는 방법이 복잡하므로 생략한다.

표(2)는 가상의 기업 A사의 DCF 평가방법 중 일부분이다. 미래 3년(2018년~2020년)을 추정기간으로 하고 가중평균자본비용(할인율) 10%를 적용했다.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을 빼면 ‘세후영업이익’이 산출된다. 영업현금흐름을 구하기 위해서는 세후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해주면 된다. 감가상각비는 현금이 유출되지 않았지만 비용으로 처리된 항목이기 때문에 회계상의 세후영업이익에다 더해주면 현금기준영업이익(영업현금흐름)을 구할 수 있다. 이제 잉여현금흐름(FCF)를 구하러 가야 하는 단계다. 영업현금흐름에서 투자액을 일단 빼야 한다. 그리고 순운전자본 증가액도 빼야 한다. 회사의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 등이 전년 대비 늘어나면 그만큼 매출회수가 안 되거나 재고에 돈이 묶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므로 순운전자본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면 영업현금흐름에서 빼줘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잉여현금흐름을 구한 후에는 10%로 할인해 현재가치를 구하면 된다.

추정기간(2018년~2020년)이 끝난 후, 즉 2021년부터는 추정 마지막 해인 2020년보다 1% 성장(영구성장률)한 것을 기준으로 해마다 같은 금액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된다고 보고,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구한다. 그리고 ‘추정기간 현금흐름(현재가치)’와 ‘영구현금흐름(현재가치)’ 두 개를 더하면 이 회사의 영업가치가 산출된다. 회사가 보유한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투자지분 등 비영업자산을 더해주고 이자가 나가는 부채를 빼주는 식으로 추가 조정을 하면 최종 기업가치(수익가치)를 얻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은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DCF 가치평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에서 관계회사(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로 재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가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바뀌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 신분이었던 때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취득금액을 장부에 기록했다. 그러나 관계회사로 신분이 바뀌게 됨에 따라 공정가치로 재평가한 금액을 장부에 기록해야 한다. 이 때 공정가치 평가에 활용된 방법이 DCF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합작파트너인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지분 상당량의 양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단독지배가 아닌, 바이오젠과의 공동지배 형태가 되기 때문에 관계회사로 재분류하고, 공정가치 평가액을 장부에 반영했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이와 달리 삼성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측은, 매출 전망 등이 불확실한 일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성을 과대평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크게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DCF는 현금흐름 기준의 가치평가법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이 커야 잉여현금흐름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시 2개 정도의 바이오시 밀러가 국내 판매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유럽 지역에는 판매 신청을 해 놓은 상태에 불과한데도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5조2700억원(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91%는 4조8000억원)로 평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바이오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논란은 그동안 계속 이어졌다. 올해 초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라이프리버 간 합병에 대해 금융당국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 대표적 사례다. 비상장사인 라이프리버의 수익가치를 평가하면서 회계법인은 DCF를 사용했다. DCF에서 현금흐름 추정기간은 거의 관행적으로 5년이다. 5년 이후에 대해서는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영구현금흐름을 구한다.

그런데 라이프리버의 경우 21년 간의 현금흐름을 추정반영했다. 회사 측은 그 이유에 대해, 신약은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들었다. 일반적인 성숙기업의 현금흐름분석기간(5년)을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회사 측은 “개발 기간과 제품 승인 후 특허 만료기간, 기술보증기금에서 평가한 파이프라인(신약제품군)별 수익창출가능기간 등을 고려해 21년 간의 현금흐름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에 대한 근거와 상세한 입증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결국 당시 합병을 철회했다.

복잡한 변수에 대한 추정과 가정치 반영

DCF는 많은 복잡한 변수에 대한 추정과 가정치를 반영해야 하는 평가모델이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큰 변동없이 사업을 해온 회사가 아니라 바이오나 IT기업이라면 1,2년 후 회사 실적을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신뢰할 만큼 정확하지도 않을 것이다. 최병철 회계사는 “미래 현금흐름 추정 때 회사가 작성한 사업계획이 반영되기 때문에 장밋빛 산업 전망이나 재무목표 등이 가치평가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다”며 “DCF에서 할인율로 사용되는 가중평균자본비용이나 영구현금흐름 산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구성장율 책정 등은 많은 추정이나 가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평가가 상당히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 야심차게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DCF 평가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반발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현대모비스에서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최종적으로는 존속 현대모비스가 그룹 최상단에 위치하는 지배회사가 되는 형태였다. 그런데 현대모비스 분할사업에 대한 가치평가액이 너무 낮아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반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이득을 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분할안에서는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문의 수익가치가 12조4260억원으로 평가됐다(자산가치까지 고려한 최종 기업가치는 9조3000억원).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시장 일각에서는 수익가치가 15조원 이상 되는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이 대두했다. 여기에다 헤지펀드 엘리엇까지 가세하고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임시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등 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가치평가의 적정성과 함께 지배구조개편안이 결국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설득했다. 주주가치환원방안까지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반발 분위기가 크게 사그라들지 않자 결국 1차안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는 현재 2차안을 다시 준비 중이다. 2차안 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묘안짜기에 열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 사용해 평가자들이 익숙해

한편, 최근 들어 이렇게 DCF 평가에 따른 논란이 지속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평가 때 DCF 외에 복수의 평가방법을 사용해 평균치를 사용해서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CF 자체가 학계뿐 아니라 현업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가장 흔히 사용하는 가치평가법으로서의 지위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오랫동안 널리 사용해 평가자들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런 ‘익숙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변화가 빠르거나 미래 추정이 쉽지 않은 IT나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복수의 전문기관으로부터 복수의 방법을 활용한 가치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1441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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