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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수 위즈블 대표] 블록체인 기술 글로벌 표준에 도전 

 

조용탁 기자
초당 100만건 처리 가능한 메인넷 개발 … 금융·모바일·공공 분야 등 적용 폭 넓어

▎사진:전민규 기자
비트코인을 운영하는 블록체인의 초당 거래 가능 건수는 7건이다. 이더리움도 20건에 불과하다. 유시민 작가가 JTBC에서 “식당에서 밥 먹고 블록체인 코인으로 계산하려면 한두 시간은 잡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은 이유다. 실제 거래에 사용 중인 비자카드의 초당 거래 가능 건수는 약 2만4000건이다. 동시에 10만 명이 결제해도 4초면 영수증이 나오는 속도다. 속도가 블록체인의 실용화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최근 블록체인의 속도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한 기업이 나왔다. 금융 분야 기술진이 모여 만든 블록체인 개발 업체 위즈블이다. 이들이 개발한 블록체인은 초당 100만건의 거래를 처리 할 수 있다. 유오수 위즈블 대표는 “구리전선에서 광케이블로 넘어가는 정도의 기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기업이 구현하기에 어려운 기술이란 점을 지적하자 그는 “핵심 기술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왔다”며 “오히려 미국과 일본에서 우리를 더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다. 위즈블은 지난해 11월 블록체인 기술 설계도를 구축한 이후 지난 6월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이어 7월에는 트랜잭션(거래요청)·속도·확장 능력을 입증하는 테스트넷을 공개했다. 테스트넷은 기술 구현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를 검증하는 작업이다. 위즈블은 이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그리고 8월 6일에는 위즈블의 엔진인 메인넷 개발을 완료했다. 테스트넷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메인넷을 운영할 수 있다. 위즈블의 블록체인이 자체 생태계에서 가동된다는 의미다. 메인넷이 정상 운영되면 이를 기반으로 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쇼핑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다.

정보 병목현상 해결로 속도 높여


유 대표는 위즈블의 블록체인 시스템은 가상화폐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 데에 주목하며 기술을 개발했다. 블록체인이 가지는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모든 사용자가 사용하더라도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일반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를 중앙서버에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거래가 늘어날수록 시간이 더 걸리게 마련이다. 위즈블은 다르다. 중앙서버는 각 거래를 분산돼 있는 각각의 서버에 할당한다. 여기서 각각의 서버를 노드(Node)라고 한다. 노드는 거래 과정을 분석하며 정상적으로 거래가 진행되는지 검증한다. 거래 참여자가 늘어날 때마다 노드를 확보하며 속도와 안전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압도적인 속도를 확보한 덕에 위즈블은 빠른 속도로 확장성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답게 해킹이 거의 불가능한 보안 시스템도 제공한다. 유 대표가 올해 상반기에 미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각국에서 손에 꼽히는 해커들이 위즈블을 테스트 했다. 그는 “미국 게임 업체 사람들이 ‘너희가 어떻게 이런 지갑(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은어)을 만들었느냐’며 신기해 하더군요”라며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관계자들도 우리의 앞선 보안 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고 관심을 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메인넷을 보유하게 되면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어 디지털화폐 생성뿐 아니라 새로운 ‘디앱(Dapp,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탄생하는 기반이 된다. 세계적으로 메인넷을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위즈블의 ‘1초당 100만건’ 트랜잭션 처리 기술은 세계적인 가상화폐공개(ICO) 평가 리얼티쇼인 ‘크립토 샤크 탱크’에서 한국 블록체인 기업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과기부 인정 국내 첫 블록체인 연구소 운영

여전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유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검증을 언제든지 받을 의향이 있다”며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또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휩쓴 가상화폐 광풍 탓에 기술력 있는 블록체인 개발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왔다”며 “해외에서 우리 회사에 더 주목하고 투자와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위즈블이 금융·국가시스템·제조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퀀텀·네오 등의 가상화폐가 기술 표준이 되고자 서로 경쟁하고 있지만 범용성, 확장성, 실시간 거래, 처리 속도, 처리량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위즈블의 ‘BRTE(Blockchain Real-Time Ecosystem)’ 플랫폼은 블록체인의 주요 문제점을 해결한 덕에 게임·온라인쇼핑몰·금융·의료·환경 등 응용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회사 가트너 역시 기업의 블록체인 활용으로 생성되는 가치가 2030년 3조1600억 달러(약 3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미국·일본·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쇼핑·모바일·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가적인 지원과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위즈블은 지난 5월 서울 마포구에 블록체인 연구소를 개설했다.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기업 부설 연구소로 인정받은 곳이다. 유 대표는 “위즈블 덕에 한국 블록체인 기술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며 “여세를 몰아 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과 법령·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450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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