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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승부수, 실적 부진 타개할까] 자율주행·수소차·디자인으로 체질 개선 나서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수석부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 …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사로 전환 채비

▎지난 2월 인도 뉴델리 ‘한-인도비즈니스서밋’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모디 인도총리와 수소전기차(넥쏘)에 함께 탑승했다. / 사진:주한인도대사관 트위터
-76%. 현대자동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곤두박질쳤다. 매출은 24조4337억원으로 소폭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에어백 제어기 리콜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란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불거진 ‘현대차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대차 위기론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모빌리티 혁명으로 촉발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현대차가 뒤처지고 있으며, 미국·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교역환경 악화와 경영권 승계가 지체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지표인 주가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30% 이상 추락한 것도 이런 영향 탓이 크다. 경영혁신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10월 29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9월 14일 승진한 후 단행한 첫 임원 인사다. 최근 현대차 안팎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현대차 실적·주가 곤두박질


이번 인사는 변신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의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점은 인공지능(AI)을 전담하는 ‘AIR랩(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을 신설한 점이다. AIR랩은 정 수석부회장 직속 기구 전략기술본부 산하다. AIR랩의 ‘6대 AI 전략과제’는 ▶생산 효율화 ▶프로세스 효율화 ▶고객경험 혁신 ▶미래 차량 개발 ▶모빌리티 서비스 ▶서비스 비즈니스 등이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현대모비스 주도로 개발 중인데, 이를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확산·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AIR랩 총괄은 최근 영입한 김정희(45) 전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이사)가 맡는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우버·구글 등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앞서나가고, 제너럴모터스(GM)·포드·도요타 등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이 뒤쫓고 있다. 현대차도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MOVE)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 등은 이미 2015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고 미국에서 내년부터 무인택시를 도입하는 등 현대차의 참전이 뒤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글로벌 모빌리티 얼라이언스가 공고화되고 있어 현대차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했다. 수소차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사업부다. 수소차 기술의 고도화와 신사업 창출 등의 업무를 추진한다. 사업부장에는 김세훈 연료전지개발실장 상무가 앉았다. 김 상무는 투싼ix·넥쏘 등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이어 수소차로 재편될 전망인 가운데 수소차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소차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10월 14일(현지시간) 넥쏘를 시승한 후 더욱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10월 30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 아이디어페스티벌’에서도 수소차에서 배출된 물을 재활용하거나 상황에 맞게 자동차 시트를 비우고 채울 수 있는 등 모빌리티에 적합한 기술이 대거 출품되기도 했다.

더불어 정 수석부회장은 ‘디자인 경영’도 한층 강화하는 한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을 현대차그룹 디자인최고책임자(CDO)로 올렸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5년 삼고초려 끝에 초빙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사장)이 9월까지 맡던 자리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푸조·폴크스바겐그룹 등을 거친 전문 디자이너로, 2016년부터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을 주도했다. 앞으로 현대차그룹 전체의 차세대 디자인 전략을 수립한다. 후임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에는 이상엽 현대차·제네시스 스타일링담당(상무)이 맡았다. 주병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이사)은 기아차 스타일링담당(상무)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구동계통의 차별화가 어렵다. 이에 앞으로는 소구력 높은 디자인이 자동차 판매량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게 자동차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차도 이런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의사결정 과정에서 디자인 부문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고성능차 영역도 강화한다. 현대차의 브랜드 평판과 이미지를 한층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마차를 끄는 말도 필요하듯, 잘 달리는 경주마도 있어야 한다”며 “고성능차는 현대차에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성능사업부장을 맡아온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에게 상품전략본부장을 맡긴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인사를 내기 전에도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국내의 반현대차 정서를 가라앉히기 위한 ‘H옴부즈맨’ 등이 대표적이다. H옴부즈맨은 현대차의 상품과 서비스·마케팅·공유가치창출(CSV) 등 분야에서 고객 의견을 듣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이런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재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서 지난해 9월 부임한 이경수 미주판매법 인장을 본사 자문으로 불러들였다. 임기 3년인 해외 법인장을 1년 만에 교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에서는 신형 싼타페의 판매가 부진하는 등 판매량 방어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만나 수입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현대차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수출 시장을 러시아·인도, 중동 등 신흥국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권역본부를 설립했다. 인도 등지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지배구조 개편도 숙제

다만 현대차의 이런 노력들이 단기간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도 자동차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예상도 수출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NH투자증권·부국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14만~15만원 수준으로 최근 하향 조정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과 기타 신흥국에서 판매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고정비 발생과 미국에서의 엔진화재 리콜 등 우려가 공존한다”며 “4분기 역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로서는 경영권 승계도 서둘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등장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늦어지는 가운데 정 부회장은 개별 사업부의 성장성과 비전을 제시해 명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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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8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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