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도미닉 바튼 전 맥킨지 글로벌 회장] “재능을 억압하는 속박에서 풀어줘라” 

 

김환영 중앙일보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재능 관리해야 잠재 성장률 높일 수 있어...기업의 미래·생존은 최고인사책임자가 좌우

▎도미닉 바튼 전 맥킨지 글로벌 회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재능 수익률 (talent returns)’이 높다”며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재능을 각종 족쇄로부터 해방하고 재능에 집중하고 재능을 좀 더 잘 관리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제일 잘 안다. 하지만 우리 문제에 대한 비교적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가 뭔가를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파악하고, 우리의 신념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기 위해서다. 도미닉 바튼 전 맥킨지 글로벌 회장은 그런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다. 그는 1996~2004년 맥킨지 서울 사무소 대표로 일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약했다. 현재 서울시의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9년 간 세계 2700명의 리더를 만났다.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는 “당신은 친한파인가”라는 질문에도 머뭇거림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그가 ‘최고의 컨설턴트’라 불리는 램 차란, 세계 최대 인사관리 컨설팅그룹 콘페리 부회장인 데니스 캐리와 함께 [인재로 승리하라(Talent Wins)]는 책을 출간했다. 제목을 직역하면 ‘재능이 이긴다’가 된다. 이번에 한글판이 나왔다. 한글판 부제는 ‘급변하는 시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인재 중심 경영 원칙’이다. 영문판 부제는 ‘사람을 우선시하기 위한 새로운 각본(The New Playbook for Putting People First)’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인간 자본(human capital)이 재무 자본(financial capital)보다 중요하다.

-앞으로는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삼위일체’로 움직이는 기업이 흥한다.

-최고인사책임자는 능력·권한·책임이 최고재무책임자와 동등해야 한다.

-모든 기업은 질서있고 예측 가능한 승계 시스템이 필요한데, 최고인사책임자는 유력한 차기 CEO 중 한 명으로 부상한다. 최고인사책임자의 자격에는 여러 사업부문에서 수장으로서 일한 경험이 필요하다. 인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 전문가는 아닐 수도 있다.

-인사 관리 시스템의 자동화로 나의 업무평가를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는 추세가 본격화될 것이다.


도미닉 바튼을 11월 7일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한국 경제의 현황은 어떻다고 보는가. 또 한국 경제·비즈니스와 '인재로 승부하라'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한국 경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자격이 내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 경제 잠재력은 매우 높다. 한국의 잠재력은 실제 경제성장률보다 상당히 높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대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성장률이 너무 낮아 놀랐다.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인재로 승부하라]에서 핵심은 ‘재능을 속박에서 풀어주는 것(unleashing talent)’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재능 수익률(talent returns)’이 높다. 생산 라인에서 평범한 노동자와 최고 노동자의 성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평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성과를 낸다. 한국이 성장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재능을 각종 족쇄로부터 해방하고 재능에 집중하고 재능을 좀 더 잘 관리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인재로 승부하라'의 주장이 맞는다는 것을 한국의 최고경영자·정부·회사원에게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2014년 약 200억 달러에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WhatsApp)은 55명이 일하는 회사였다. 재능의 진가는 이처럼 기업가치 평가가 말해준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이다. 포드·크라이슬러·제너럴모터스라는 빅3에서 약 100만 명이 일했다. 오늘날의 빅3는 애플·구글·페이스북이다. 오늘의 빅3는 90년대 빅3보다 인력은 10분의 1이지만, 시가총액은 훨씬 크다. 이 두 사례는 재능 중심 경영을 통한 수익률 제고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미래가 아니라 이미 목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기업들 간의 치열한 인재 쟁탈전이 '인재로 승부하라'의 배경에 깔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물론 스카우트도 하지만, 대체로 같은 회사에서 평생 근무하는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높다.

“앞으로는 바뀐다. 우선 재능 있는 사람들이 기회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출장을 통해 내가 전혀 몰랐던 11개 회사에 대해 알게 됐다. 70명 정도의 인력으로 놀라운 일을 해내는 회사에 대해서 알게 됐다. 한국 인재들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회사들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더 많은 인재가 위계서열적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자신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게 되면, 한국 회사들도 인재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걱정하게 될 것이다.”

책에서 회사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유교적 문화나 문화적 권위주의의 그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회사들은 인간 자본 중심의 회사구조와 전략으로 탈바꿈하는 게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동의한다.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인용하는 과감한 변혁 사례들은 아시아에서 나왔다. 예컨대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등 백색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하이얼이 그렇다. 하이얼은 8만 명이 수직적 구조에서 일할 때도 성과가 이미 좋은 기업이었다. 그런데 하이얼 회장이 ‘우리는 앞으로 날렵한(agile)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하이얼을 수평적인 2000여 개 단위로 나누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수직적인 기업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얼이 납작한 수평 구조로 바뀌었다. 하이얼 회장은 해냈다. 성과는 더 높아졌고 약 1년 후 하이얼은 GE의 가전 부문을 인수했다. 위계서열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상당수 기업이 전환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전환이 가능하다는 실례가 있다.”

회사의 2% 핵심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 왜 3%나 5% 혹은 10%가 아닌가.

“사실 우리 저자들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토론을 했다. 우리는 철도·서비스 회사 등 101개 사례를 분석했다. 우리는 이들 기업에서 50명이 가치개선(value improvement)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2%보다도 훨씬 아래였다. 하지만 우리는 2%를 상징적인 수치로 선정했다. 우리 저자 중 한 명인 램 차란은 0.5%가 핵심 인재라고 주장했다. 2%는 좀 넉넉하게 잡은 수치다.”

2%에 속하지 못한 98%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98%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다. 그들 또한 회사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최고의 회사들이 2%와 98%를 모두 중시한다는 것이었다. 최고의 회사들은 임직원 모두, 100%를 회사의 발전을 위해 참여하게 한다. 최고의 회사는 98%를 무시하지 않는다.”

많은 임직원이 변화보다는 직업 안정성을 선호한다. 사실 직업 안정성도 변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몸담은 맥킨지를 포함해 임직원이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회사를 나는 보지 못했다. 변화는 불편하다. 하지만 ING나 하이얼 같은 날렵한 회사들은, 동시에 강한 안정성을 자랑한다. 기업들은 변화에 필요한 날렵함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날렵함과 안정성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인재로 승리하라'가 담은 내용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한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회사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핵심 인재를 회사가 속속들이 파악한다면, 회사의 상황이 안 좋을 때 핵심 2%에 못 들어가는 사원들은 해고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나는 그 반대를 주장하겠다. 우리는 재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1459호 (2018.11.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