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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황준엽 비안코이탈리아 대표] 반려견의 퇴행성 유전질환 조기 진단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반려견 망막 위축증, 당뇨 등 예방·치료에 청신호...인실리코젠·비안코이탈리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지난 11월 27일 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왼쪽)와 황준엽 비안코이탈리아 대표가 ‘빅데이터 플랫폼 및 진단키트 기술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 사진:인실리코젠 제공
슬개골 탈구, 망막 위축증, 비만, 당뇨 등은 반려견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다. 최근 이 유전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반려견 퇴행성 유전질환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생물정보 전문 기업 인실리코젠은 반려견 케어 전문 기업 비안코이탈리아와 빅데이터 플랫폼 및 진단키트 기술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 11월 27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반려동물연구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반려견의 퇴행성 유전질환 관련 유전적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조기에 발견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슬개골 탈구 등 퇴행성 유전질환은 반려동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보호자를 불안케 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특정 형질을 만들기 위한 과도한 육종이 반려견의 유전적 취약성을 높이고 있어 유전자 분석 빅데이터를 통한 원인 규명과 관리 필요성이 지적돼왔다. 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는 “이번 업무체결로 연구·개발(R&D) 전문 기업과 서비스 전문 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연구를 통해 조기 진단 마커를 찾아내고 이를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으로 만들면 맞춤형 사료 추천 등 다양한 연계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질적 상용화 모델 구축에 한 발 다가서

최 대표의 자신감은 인실리코젠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인실리코젠은 국내 생물정보기술 분야의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바이오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지만 인실리코젠은 생물정보 테마를 가진 회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현재 유전자질병·식품성분·화학물질 등 1500만건의 개별 정보와 2700만건의 바이오 복잡계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한우 유전체 서열 분석, 유방암 유전체 데이터 분석 등이 대표적 성과다.

이번에 인실리코젠과 업무협약을 한 비안코이탈리아는 카페·그루밍·유치원·호텔 등 서비스를 갖춘 반려견 복합문화공간 운영 회사다. 서울 청담점과 상봉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도체·바이오 공정에 사용하는 클린룸 공조기술을 접목한 청정시설이 특징이다. 황준엽 비안코이탈리아 대표는 “견주들에게 반려견은 귀한 자녀와 같아 유전체 분석, 식품 연계 등 프리미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개는 같은 종자여도 습성과 질환 여부가 상당히 달라 유전체 분석으로 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리미엄 펫 비즈니스는 급성장 추세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pet+family)’족은 1000만 명을 넘었고 반려동물 수는 870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1인 가구 증가, 인구 노령화와 맞물리며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3년 안에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엔 전용 카페와 놀이터, 전문 호텔, 전문 한의원과 헬스장, 반려견과 주인이 함께하는 요가 등 프리미엄화 경향이 강하다.

비안코이탈리아 청담라운지도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우선 반려견 호텔은 음압 하우스 엘리트 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압이란 공기가 높은 기압에서 낮은 기압으로 흐르는 원리로, 이를 이용해 쾌적하고 안락한 거주공간을 만들었다. 황 대표는 “털 날림과 오염·악취를 방지해 반려견을 보호하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준다”며 “청담라운지의 모든 바닥에는 식품공장에서 사용하는 미생물 방지 바닥재를 깔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를 ‘반려견 위생의 끝판’이라고 표현했다. 애견카페인 비안코포레스트에선 파티·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이 진행된다.

황 대표는 우선 VIP 고객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청담·상봉 라운지뿐 아니라 전국 쇼핑몰·극장 등에 반려견 돌보미 스테이션 부스를 순차적으로 열어서 퇴행성 유전질환 진단 서비스를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장 진입 당시 청담동 고급 빌라에만 설치했는데, 왕십리시장 순댓국집 위생도 지키는 세스코처럼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맞춤형 식물 품종도 개발 가능

최근 의료 트렌드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유전체 검사를 통해 개인의 질병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실리코젠은 현재 B2B(기업 간 거래)를 기반으로 유전자검사 업체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매년 받는 건강검진 때 개별적으로 선택해 인실리코젠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국내엔 300개 이상의 유전자 검사 업체와 2만개 이상의 건강검진 병·의원이 있다”며 “이들이 첫 번째 타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올해 건강검진 시장 규모가 기본적인 검진 서비스만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차 검사와 프리미엄 검진을 더하면 많게는 1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품정보 제공 분야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음식이 곧 약이며 생로병사의 모든 근원은 음식에서 시작한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구체적 실현인 셈이다. 인실리코젠도 자회사 디이프(D.iF)를 세우고 유전체에 맞는 식품정보 제공 사업을 시작했다.

인실리코젠이 생물정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면 디이프는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 대표는 “기존에 엑스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 조직슬라이드 등으로 진단했던 질병을 이젠 축적된 데이터와 환자의 유전자 정보 비교로 파악할 수 있다”며 “유전자 본성이나 변이 과정에서의 발병 원인과 식품의 연관성을 따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결국 4차산업 혁명에선 빅데이터를 쥐고 있는 기업이 강자”이며 “우리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화학물질·대사물질·성분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바이오 소재 관련 기업과의 화장품 개발, 건강기능식품 개발도 가능하고 반려동물 사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인실리코젠이 구축한 농업생명공학 빅데이터, 생물정보 분석능력, 작물 육종 기술을 융합하면 식품의 원재료인 기능성 식물 품종을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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