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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핵 있는 평화, 핵 없는 평화 - 정치경제학] 남북 평화정착의 주도권 확보 시급 

 

최현정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 못지 않게 동맹과의 외교 관계 강화도 중요

언젠가부터 한반도의 평화 정착 논의에서 핵의 존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한반도 핵의 상수화, 즉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소지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한반도에서 핵이 있는 평화와 핵이 없는 평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가 남북한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임계점을 지났음을 의미한다.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면, 핵의 유무와 상관없이 평화는 유지될 수 있다. 핵이 없는 경우 국가들 간의 전쟁 억지력은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부터 얻어진다. 그러나 핵이 있는 경우 전쟁 억지력은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온다는 ‘공포의 균형’으로부터 얻어진다. 이는 당사국들이 핵 보복능력을 지녔을 때만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비핵국가는 결국 핵보유 국가와의 동맹이나 외교를 통해 핵 억지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보장이 핵이 없는 우리의 능력과 힘으로 만은 가능하지 않음 의미한다.

한반도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자는 북한의 오래된 주장이 핵이 있는 한반도에서는 대남선전의 의미 외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북한은 잘 인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통해서 특히 북·미 관계에서 유리한 협상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핵무장한 북한의 평화협상 파트너가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은 2017년 9월 북한 제네바 대표부 한대성 대사의 “제6차 핵실험은 미국에 주는 선물”이라는 발언이나, “우리의 핵무기는 결코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2018년 2월 4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에서도 알 수 있다. 이에 미국 역시 2018년 2월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북한을 “(북한의 핵무장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고, 대북협상에 직접 나서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근의 논의와 대화는 남북 혹은 북미 간의 관계 진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핵을 지닌 북한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현재 한반도의 평화 정착 논의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60여 년 간 핵 없는 평화를 유지해왔던 우리나라가 핵 있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주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매우 새롭고 어려운 도전이다. 지난해 등장했던 한반도 평화구축에 있어서의 ‘코리아 패싱’이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국민들의 의심은 남북한 핵무력의 비대칭성에 근거한 합리적인 사고에서 기인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서 우리가 다시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가 핵무장 없이 핵을 지닌 북한과 동등하게 평화 정착을 위한 협상관계를 마련하는 길은 대북관계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핵국가와 비핵국가가 일대일 협상으로 항구적 평화를 마련했던 역사적 경험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우리가 핵을 지닌 북한과의 직접적인 교류와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평화는 항구적일 수 없으며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교류와 협력의 대북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우리의 동맹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나 교류가 우리의 주체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가지지 못한 우리의 동맹과 외교 자산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의 주체성과 주도력을 보장하는 가장 큰 보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최현정 센터장은…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에서 강의하고 있다.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실 선임행정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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