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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봇산업의 미래 전략은] “센서·데이터베이스 역량 더 높여야”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국내에서 노동자 1만명 당 710대의 산업용 로봇 작업 중… 안전·AS·정보 분석 능력도 키워야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오른쪽)가 김대연 엡손 부장과 한국의 로봇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김현동 기자
한국은 산업용 로봇 강국이다. 노동자당 산업용 로봇 수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에서는 노동자 1만명당 710대의 산업용 로봇이 있다. 제조업 강국이자 산업용 로봇 보급율 3위와 4위인 독일과 일본이 각각 322대와 308대인 것을 보면 한국의 위상을 알 수 있다. 2017년 한국에 도입된 로봇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지난 5년 간 해마다 10%의 성장을 기록 중이다.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스마트팩토리 보급에 앞장선 결과다. 기술이 발전하며 로봇도 진화 중이다. 한자리에 고정시켜 단순 작업만 반복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이동하며 다양한 작업에 참여한다. 최근엔 협동 로봇이 주목을 받는다. 산업현장에서 작업자와 함께 단순 반복작업은 물론 정밀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 산업용 로봇이다. 용도도 다양하다. 조립·포장·용접·검사·기계관리·연구개발 분야까지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과 부딪칠 것 같으며 동작을 멈추거나 속도를 줄인다.

본지는 한국 산업용 로봇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두 명의 전문가와 대담을 마련했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제작사인 엡손의 김대연 부장과 한국 로봇 산업 분야의 전문가인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다. 12월 11일, 테헤란로 엡손 본사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 로봇산업의 현황과 글로벌 트렌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로봇산업의 주요 이슈와 동향은.

조영훈: 스마트팩토리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의 중심은 독일인데, 로봇 제조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해 경쟁력을 높였다. 유럽 각국은 로봇산업의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산업을 발전시켰다. 미국은 보다 실용적이다. 표준을 잡기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미국의 움직임에 독일이 자극을 받았다.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실제 시장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이후 미국의 센서기업이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다. 아예 미국 로봇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하는 독일 기업도 나타났다. 한국도 미국과 유럽의 로봇 기업의 움직임을 보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국내 메이저 산업용 로봇 메이커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스마트팩토리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이라 경쟁력이 있다. 협동 로봇에 대한 관심도 큰 편이다. 목적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며 전략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길 권한다.

엡손도 협동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


▎엡손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작업 중인 근로자 / 사진:엡손
김대연: 엡손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형태의 협동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스카라 형태의 협동 로봇을 시작으로 수직 다관절 협동 로봇도 출시할 예정이다. 엡손의 강점으로 센싱 기술이 있다. 섬세한 센싱 기술 덕에 로봇이 더욱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경쟁사와 비교할 때 특히 강조할 점은 안전성이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엡손은 로봇의 충돌 검출치를 획기적으로 줄여 안전도를 크게 높였다.

산업용 로봇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인가.

조영훈: 산업용 로봇의 핵심은 센서와의 조화다. 센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정리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자료를 쌓아놓는 것이 아니다. 로봇의 움직임을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로봇 보급률은 앞설지 몰라도 센서 기술력이 약하다. 나아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역량도 부족한 편이다. 또 하나의 이슈를 꼽자면 로봇 간의 협업이다. 현장에서 단 한 회사의 로봇만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A·B·C 사의 로봇이 다른 작업을 한다. 서로 다른 로봇 기업에서 제조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로봇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로봇 기능이 정교할수록 호환성이 중요해진다. 로봇 기업 간 정보를 어느 선까지 나누며 교류할지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로봇산업의 데이터베이스는 엡손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라고 들었다.

김대연: 엡손 디바이스 어드민(EDA·Epson Device Admin)이란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이 있다. 이를 적용해 로봇의 데이터 콜렉팅, 감시, 진단, 예지를 일괄 관리 운용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조 이사님 말씀처럼 정보 분석의 중요도가 높아지며 산업 가치가 증폭된 분야다. 제조 업체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도록 하겠다.

국내 산업의 로봇 환경 개선을 위해 특히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영훈: 로봇에 대한 요구는 많지만 애프터서비스(AS) 문제가 아직 발목을 잡는다. 한국의 로봇 수는 노동자 1만명당 710대에 달한다.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다. 하지만 적용 모델이 한정돼 있다. 특정 산업의 일부 공정에만 집중돼 있는 모습이다. 최근 중소기업에 도입하는 고급 로봇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체 관리 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이다 보니 AS가 조금만 부실해도 공정에 큰 차질이 생긴다. 이들에게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는 성공 모델이 더 필요하다. 옆 공장을 보고 따라서 도입할 수 있어야 자리 잡았다고 본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엡손은 어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나.

김대연: 국내에 가장 많이 적용된 직교좌표 로봇은 초기 투자비는 낮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운용 편의성이 떨어지고 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단점도 있다. 엡손의 스카라 및 6축 로봇은 이런 이슈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컨트롤러의 경우에도 빌트인 타입 로봇을 적용하면 공장에서 공간을 활용하는데 효율적인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포스 센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엡손의 핵심 기술이다. 제조산업에서의 일부 이슈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원거리에서도 작업자·관리자가 원활하게 작업을 지시하고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웨어러블 스마트글라스 Moverio BT-350가 있다. 여기에 상호작용을 지원해주는 인터랙티브 프로젝터인 ‘EB-1470Ui’ 등이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장비로 도입돼야 할 것이다. 그 외에 미래에 대한 투자기회를 확대시켜주는 컬러라벨 프린터 TM-C7500과 복합기 WF-C869R를 스마트팩토리 백오피스에서 전반적으로 사용한다면 유지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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