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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동차·조선 침체 벗어날까?] 자동차 ‘구름 많음’ 조선 ‘흐린 후 갬’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자동차 수출액 2019년에도 감소 전망… 조선업은 LNG선 발주량 싹쓸이에 한숨 돌려

▎2018년 12월 11일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 등이 수소연료전지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현대차 제공
대표적 ‘중후장대’ 업종인 자동차와 조선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지금껏 이끌어온 주력 분야였다. 이젠 둘 다 위기 탈출이 절실한 분야가 됐다.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침체 늪에 빠지면서 지금도 휘청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조선업의 출하액은 50조8870억원으로 전년(67조5750억원) 대비 24.7% 급감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91년 이래로 가장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조선업의 부가가치 규모 또한 16조250억원으로 전년(20조1850억원) 대비 20.6% 감소했다.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수주 절벽 여파가 지속됐다는 의미다. 그 결과 2017년 조선업 종사자 수는 1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3.0% 줄어들었다. 비록 2018년 들어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수년 간 심각하게 입었던 타격을 단시일 내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1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했던 자동차산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부진과 함께 2018년 한층 혹독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한구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1~7월 국내 모든 업종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할 동안, 자동차 수출은 거꾸로 6.8%나 줄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011년 8.9%에서 2017년 7.3%까지 떨어졌고, 2018년엔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도 2014년 시장점유율이 7.5%였다가 2017년 4.0%까지 떨어졌다.

2018년 자동차 수출액만 ‘후진’


실제 자동차산업의 선봉장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가 1.2%, 기아차가 0.8%에 그쳤다. 두 회사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경기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나 독일 폴크스바겐과 같은 글로벌 빅4 자동차 브랜드의 2018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 이상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현대차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전체 매출의 2.6%에 불과해 폴크스바겐(6.7%)과 도요타(3.8%) 등보다 현저히 낮다”며 R&D 투자 부족을 지적했다. 로이터는 또 “미국과 중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증가한 트렌드를 현대차그룹은 제대로 파악해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량에서 SUV가 차지한 비율은 지난해 36%로 경쟁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76%는 물론, 전체 업계의 평균 SUV 판매 비율인 63%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에서도 현대차는 18개 차종 중 5개만 SUV 모델일 만큼 세단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9년엔 반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2019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은 2018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1.8% 감소한 데 이어 2019년에도 0.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생산 규모도 2018년보다 마이너스 성장(-2.3%)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IET는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의 자동차 수요 감소, 그리고 신흥국의 수요 둔화로 수출 상황이 2018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생산 부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폭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중소 규모 부품 업체들을 중심으로 위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휘청거리면서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규모 협력 업체들도 고전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자동차 부품 업체 43곳은 2018년 3분기 도합 5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019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수요 성장세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대 등으로 마땅한 회복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신차 출시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점은 그래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라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조선업의 경우는 어떨까. 그간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일단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KIET는 보고서에서 “조선업에서 2019년 수출액은 2018년보다 13.8% 증가할 전망”이라며 “조선 업체들이 고가에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건조 등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선업은 수출뿐 아니라 생산(8.4%)·내수(31.2%)·수입(10.9%) 부문에서도 모두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여전히 개선 기미는 없는 글로벌 수요, 전반적인 수주량 감소와 선가 하락, 기업들의 계속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한계에도 일부 낙관론이 나오는 이유는 보고서에 적힌 것처럼 LNG선 때문이다. 조선업은 2018년 글로벌 발주된 LNG선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분투했다. 2018년 10월 기준, LNG선의 글로벌 발주량은 총 43척.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 16척, 대우조선해양 12척, 삼성중공업 11척 등으로 국내 조선 업체 3곳이 88%인 38척을 수주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벌크선(산적 화물선) 부문과 달리, 품질과 기술력이 중시되는 LNG선은 글로벌 기업들이 여전히 한국 손을 들어주는 부문인 영향이 컸다.

호재도 따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환경 규제를 강화할 예정인데, 이에 따르면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업들이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춰야 한다. 2018년 10월 IMO 회의에서도 이 같은 황산화물 배출 규제 조치를 계획대로 시행하기로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IMO의 기준에 부합하려면 황 함유량 0.5% 이하의 저황유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탈황장치를 장착하거나, LNG를 연료로 써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LNG선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LNG선과 해양플랜트로 반격 나설까

그럼에도 조선업이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미 출하액 규모가 심각하게 줄어든 상태인데다, LNG선 등 일부 부문의 호재와 수주 실적 외에 전반적인 업황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안 보이고 있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8년 10월 “조선업의 최근 수주 호황이 LNG선 등 특수에 따른 일시 상황인지, 장기 발주량 증가로 인한 건지에 따라 조선사별 경영 전략도 재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 회복이나 업황 회복 같은 근본적인 요인에 힘입은 것인지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박사도 “2018년 조선업 수주액은 예상보다 많았지만 일감 부족에 따른 건조량 감소가 아직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2019년엔 조선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부문인 해양플랜트 수주에 호조를 보이면서 최대 약 60억 달러 수준의 수주액 기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466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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